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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Sep 15. 2023

과일을 박스째 사 먹기 시작했다

푸드 미니멀리스트의 장 보기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집 안의 달라진 풍경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일 박스가 들어섰다는 것이다. 과일뿐만 아니라 고구마, 감자도 박스째로 사 먹기 시작했다. 많이 먹는 과일과 채소는 보통 직거래를 이용한다. 이번엔 내가 어디에서 어떻게 장을 보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농산물 직거래


고구마, 감자, 옥수수, 단호박 등은 주로 '농라에프'라는 농산물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을 무렵 농가에서 직접 판매하는 곳을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곳이다. 직접 생산, 판매하는 여러 농가들이 입점해 있고, 당일 새벽 경매에서 입찰 받거나 농가에서 들여온 농산물을 판매하는 일반 소매업자들도 있다. 네이버 카페에 등록된 판매 글을 보고 첨부된 링크를 타고 들어가 사이트에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주로 직접 생산과 판매를 하는 농가를 선호한다. 신뢰가 가는 농부님을 탐색하는 과정도 하나의 재미다.


사과 같은 경우 오프라인에서 스마트 처리하지 않은 사과를 찾기 어려운 관계로 농가에서 직접 주문해서 먹는다. 과일 택배에는 스티로폼, 에어캡 등 포장재가 많이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되도록 포장재를 최소화하는 곳을 이용한다. 직거래를 하면 농산물의 품종부터, 농법, 생산자와 생산지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지 직송으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받아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시장


채소는 조금씩 신선할 때 바로바로 소비하는 편이라 동네 시장에서 직접 고른다. 과일도 시장에서 사곤 한다. 마트가 아닌 시장에 가는 이유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특별히 유기농을 고집하지는 않는 터라 시장에서 일반 농산물을 소비한다. 장바구니에 채소를 담아 갈 수 있는 유기농 매장이 근처에 있지 않은 이상 앞으로도 시장을 애용할 생각이다. 직접 장을 볼 때는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과일과 채소는 구입하지 않으려 한다.



유기농/친환경 매장


유기농 현미를 구입할 때는 '한살림'이라는 생활협동조합을 이용한다. 이곳은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곳으로 가입 시 조합비를 내고 탈퇴할 때 가입비를 환급받는 시스템이다. 가끔 떡볶이, 국수 같은 요리를 해 먹을 때 필요한 현미 떡, 현미 국수 등을 이곳에서 구입한다.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된장, 간장, 고추장은 '초록마을'이라는 유기농 마켓에서 주문하고 있다.



마트?


한 대형 마트의 VIP 회원이었으나 한동안 이용 실적이 없어서 이제는 쿠폰도 받지 못하는 일반 회원이 되었다. 가공 식품을 소비하지 않으니 자연스레 대형마트 이용이 줄었다. 대형 마트와 동네에 있는 마트는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만 가끔 이용한다. 최근 대형 마트에서도 온라인 주문 배송 시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은 반가운 변화다.





나는 그동안 과일을 내 손으로 사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과일, 채소, 고기 중에 고르라고 하면 단연 과일이라 외칠 만큼 어려서부터 과일 사랑이 넘쳐 났지만 말이다. 정작 사과 한 알이 얼마인지 귤 한 상자가 얼마인지를 알지 못했다. 그런 내가 지금은 사과의 품종과 제철을 꿰고 있고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과 품종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해 장을 보는 단계부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과일을 박스째로 사다 먹는다고 하면 식비가 많이 들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막상 전후를 비교해 보면 그렇지 않다. 한국 과일이 비싸다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과일이 다른 음식에 비해 부담이 되는 가격은 아니다. 제철 과일은 그리 비싸지 않다. 외식 한 번 하는 돈이면 일주일 치 과일은 충분히 사 먹을 수 있다. 치킨 한 마리 값이면 매일 하루에 사과 한 알씩 일주일은 먹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나는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을 따로 챙겨 먹지 않는 대신 건강한 먹거리에 투자하기로 했다.


장을 보는 데 대단한 기술은 필요 없다. 제철 음식을 먹을 만큼만 사는 것. 과일을 살 때는 한 종류만, 채소도 며칠 안에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산다. 그렇게 하면 늘 신선한 음식을 먹는 동시에 음식이 상해서 버리는 불상사까지 차단할 수 있다. 장을 볼 때도 식품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조금만 노력하면 생활 쓰레기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내가 먹는 음식을 조금 더 신경 써서 고르고 싶다면 유기농 매장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시장이냐 유기농 매장이냐 어디에서 장을 보는지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다. 한 가지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장을 보면 된다. 단, 이것 하나만은 기억하자. 음식 미니멀리즘은 가장 먼저 장 보기에서 시작된다는 것.





유기농을 고집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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