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미니멀라이프
기름 없이 요리를 한다. 기름 요리의 대명사 전도 기름 없이 부친다. 나물과 비빔밥에도 참기름, 들기름을 두르지 않는다. 미역국도 참기름에 볶지 않고 끓인다. 잡채도 일일이 재료를 볶지 않고 만든다. 파스타도, 국수도 기름 없이 뚝딱. 식용유 한 숟가락을 넣으면 목 넘김이 좋다는 떡볶이도 기름 청정 구역이다. 채소를 구울 때도 기름 없이 담백하게 굽는다. 김밥에도 참기름을 바르지 않는다. 고소한 맛을 더하고 싶다면 가끔 참깨나 들깨를 쓰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요리할 때 기름을 쓰지 않는 이유는 건강한 기름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름은 생산되는 그 즉시 산패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신선한 기름을 섭취하기란 어렵다. 무엇보다 기름을 먹어야 할 이유보다 기름을 먹지 않아야 할 이유가 많다. 기름 없이 요리하면 좋은 점을 열거하자면 이렇다.
우선 불 앞에 서 있는 시간이 단축된다. 더 이상 뜨거운 불 앞에서 지지고 볶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볶거나 굽는 대신 찌기, 삶기, 끓이기가 기본 조리법이다. 기름을 쓰지 않으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로부터도 자유롭다. 생선이나 고기를 굽거나 기름을 사용하여 조리를 할 때 공기 중에 발생되는 발암물질을 '조리 흄(Cooking Fume)'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요리 매연과도 같다.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요리만 하면 이 조리 흄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
기름 없이 요리하면 뒷정리도 간편하다. 기름이 묻은 그릇과 프라이팬, 가스레인지까지 힘들게 닦지 않아도 된다. 키친타월도 낭비되지 않는다. 기름때가 없으니 세제 없이 물로만 가볍게 설거지한다. 집 안에도 옷에도 기름 냄새가 배기지 않으니 냄새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다. 매일 집밥을 먹으며 지지치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름 없이 구운 부침개는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하다. 기름 없이 만든 저수분 잡채도 소화가 잘 된다. 기름 없이 만드니 모든 요리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집밥이 된다.
요리에서 기름을 빼고 나면 기름진 음식이 자연스레 맛이 없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기름을 빼면 음식의 맛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반대로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기름은 음식 맛을 가리는 방해꾼이다. 음식에서 기름을 한 겹 걷어 보자. 담백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전까지 내 요리에선 기름이 빠질 날이 없었다. 간단한 계란 프라이부터, 냉동 만두를 굽는 것. 반찬으로 자주 먹던 어묵볶음도 일단 양파부터 볶고 봤다. 우동도 볶음 우동을 즐겨 먹었고 이미 한 번 튀겨서 만들어진 라면까지 볶아서 먹곤 했다. 진미채볶음, 잡채, 프렌치토스트, 크로플, 각종 볶음밥까지. 집에 있는 식용유와 버터가 빨리 동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물며 배달 음식이나 외식도 즐겨 먹었으니 늘 기름진 음식을 달고 살았다는 말이 된다. 나는 내가 그토록 기름을 많이 섭취하고 있는 줄 몰랐다.
기름진 음식은 먹을 때만 맛있지 먹고 나면 속도 더부룩하고 치우기도 번거롭다. 친숙했던 기름과 깨끗이 이별했다. 그러자 새로운 맛에 눈을 떴다. 이제는 맛으로도 기름을 거부한다. 기름 하나만 뺏을 뿐인데, 몸도 요리도 가벼워졌다. 수고로움은 줄었는데, 요리에 대한 만족이 더 커졌다.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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