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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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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Sep 14. 2023

생활은 단순하게, 사고는 유연하게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토라고 해야 할까. 방향성 같은 것이다. 이제는 이것저것 안 하는 것도 많고, 안 먹는 것도 많고, 저마다 그 이유를 들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동안의 변화와 경험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가치관에 따른 선택에 대해서는 고집스러운 일면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나의 모든 생활 방식이 자리 잡기까지 처음부터 ‘이렇게 해야겠다, 저렇게 하지 말아야겠다’와 같은 노선이 분명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커다란 흐름에 따라 흘러왔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고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한 것도, 먹는 음식이 바뀐 것도, 입는 것과 소비하는 것이 바뀐 것 모두 하나씩 자연스럽게 하나둘 비워낸 것들이었다.


돌이켜보면 스스로도 놀라운 일이다. 일생일대의 변화와도 같았다. 나도 이런 내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 지금 나의 모습은 감히 꿈조차 꾸지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역시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일이라는 걸 실감한다.


그래서 지금은 하지 않게 된 일들에 대해 '절대' '반드시' 하지 않는다거나 그것을 '끊었다'라는 표현을 함부로 쓰지 않는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나 자신도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인생은 다채롭게 흘러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함부로 단정 짓지 않으려 한다.


다만 한 가지, 내가 아는 것은 나는 내 삶에서 어느 때보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거면 되지 않을까? '지금 나로 머물러 있는 것.' 이전보다 많은 물건 없이 살아도, 많은 일을 하지 않고 살아도, 다양한 음식을 먹지 않아도 부족함을 모르는 건 내게 필요로 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거 없어도 괜찮네?’라는 한 가지 생각으로 사고는 확장되고 보다 유연해진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몸소 경험하면, 자신 안에 감춰져 있던 창의성과 무궁무진한 생활의 가능성에 눈 뜨게 된다. 나아가 진정한 만족과 새로운 자유를 찾게 된다. 그것이 내가 발견한 전부다.


지금은 채식을 하고 있지만 상황과 필요에 따라 언제든 육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의 미니멀라이프도 언제든 맥시멀라이프가 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지만 항상 완벽할 수는 없다. 나는 그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살아간다. 자유롭게.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 아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가치는 정신에 있다. 중요한 건 삶의 변화의 순간순간에 유연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태도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한 방식만을 좇는 것이 아닌 현명한 삶을 사는 것이다. 그건 바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결국 삶이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이다. 내 안에서 우러나는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야지, 겉모습만 바꾼다고 사람이 바뀌는 건 아니다.


지난 경험을 통해 사고와 생활 방식이 바뀌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바뀌고,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리고 나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내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나의 눈으로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내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언제나 유연한 태도를 잊지 않으려 한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과 어떤 이름과 형식에 얽매이는 것은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언가를 옳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이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존중할 수 있기를, 나와 다른 모습과 선택과 방식을 존중할 수 있기를, 언제나 유연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며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기를, 그것이 내가 유일하게 그리는 나의 모습이자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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