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결 Sep 23. 2023

만성 비염을 치유한 자연식물식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나은 건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만이 아니었다. 만성적인 비염과 질염으로부터도 해방됐다. 자연식물식은 몸속 염증을 해소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자연식물식 2년 차, 그동안 겪었던 몸의 변화에 대해 정리해 봤다.




비염이 나았다


비염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단짝인 줄 알았다. 조금만 먼지가 날려도 재채기가 나오는 게 일상이었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자 비염 증상이 사라졌다. 한두 달 만에 체감한 변화였다. 지금은 추울 때,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말고는 거의 콧물이 나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하던 재채기도 잦아들었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확실히 줄어든 것이다. 코는 이제 얌전한 친구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양쪽의 코가 시원하게 뻥 뚫릴 만큼 비염이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다. 다만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비염은 없다. 눈까지 간지럽게 만드는, 괴로운 비염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뜻이다. 더는 티슈를 끼고 살지 않으며 봄도 무섭지 않다. 더 이상 계절의 변화에 방어적 태세를 갖추지 않는다.




질염에서 해방됐다


질염은 여성의 감기라고 표현할 만큼 흔한 질병이다. 질염의 원인으로는 면역력, 스트레스, 식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질염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은 약과 보조제를 챙겨 먹거나 면 팬티, 면 생리대를 사용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개선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 역시 외출할 때면 항상 팬티라이너를 챙겨야 했다. 홀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그런데 먹는 음식이 달라지자 분비물로 인한 가려움, 냄새, 걱정과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었다. 이 또한 빠르게 찾아온 변화다.




만성 피부염이 개선됐다


손에 만성 피부염이 있었다. 날이 더워지는 봄에 시작하여 여름 내내 지속되는 계절성 알레르기 질환이었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1년 차 여름, 어김없이 피부염이 찾아왔지만 이전보다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2년 차가 되자 손에 올라오는 피부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한 번 나기 시작하면 몇 달은 지속되었던 것이 서너 번 났다가 이내 사라지는 게 전부였다. 놀라운 점은 약을 먹을 때만 사그라들던 피부염이 약을 먹지 않고도 며칠 내에 말끔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피부의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손 알레르기로 고생할 때 다녔던 모든 병원에서는 피부와 음식과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단언했지만, 나는 더 이상 그 말을 믿지 않는다. 피부 질환에는 스트레스도 한몫을 하기에 스트레스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체취가 사라졌다


어느 순간 몸에서 특별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땀을 흘리지만 않으면 평소에 체취 때문에 곤란할 일은 없다. 물론 땀 냄새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오신채도 즐겨 먹지 않는 터라 구취로 인한 냄새 걱정도 없이 살고 있다. 소화가 잘 되는 음식들만 먹으니 트림, 방귀도 나오지 않는다. '무취 인간' 행세를 할 수 있다.




변비 걱정이 없다


아침 과일 하나면 변비 걱정은 없다. 역류성 식도염이 생겼을 때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여 지독한 변비로 고생했다. 공복에 사과를 먹기 시작하자 변비가 사라졌다. 유산균을 따로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 과일, 채소를 충분히 먹고 섬유질과 적절한 수분을 섭취하면 변비는 자연스레 해결된다.



먹는 음식만 바꿨을 뿐인데



이 모든 변화에는 음식이 있다. 나를 괴롭혔던 질병들의 원인은 바로 동물성 식품, 가공식품 섭취에 있었다. 아침마다 우유에 시리얼을 타 먹거나 요거트를 먹었고, 후식으로도 요거트, 밀크티를 즐겼다. 육류를 가공한 냉동식품도 자주 먹었다. 즐겨 먹었던 라면, 빵, 디저트, 많은 음식에는 달걀과 유제품이 빠짐없이 들어간다. 그동안 동물성 음식이 내 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내가 먹는 음식의 중요성을 모르고 살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많은 질병이 개선되었던 건 단순히 채식을 해서라기보다는 동물성 식품과 가공식품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염증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식품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과일과 채소를 더 챙겨 먹는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건강한 식습관의 첫걸음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식물식이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어가는 데 좋은 지침이 되어 주었다. 정크푸드, 가공식품, 배달음식은 자유롭게 먹어가며 약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영양제, 건강기능식품으로 건강을 챙길 게 아니라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기초를 탄탄히 세우게 된 것이다.


가장 큰 결실은 내 몸의 변화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먹는 음식이 단순해지자 내가 어떤 음식을 먹으면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다 보면 무슨 음식 때문에 탈이 나고 어떤 음식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지 밝혀내기 어렵다. 반면 단순한 식이는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을 찾고 적절한 대응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매일매일 일어나는 몸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고 이상이 생기면 세밀히 관찰하며 기록하고 있다. 건강검진 수치 상의 기록은 속속들이 모를지언정 어느 때보다 내 몸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외부 환경에 노출되어 살아간다. 이런 환경 속에서 건강을 지키기란 실로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몸은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개인이 외부 자극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자연식물식이 만병통치약이라 생각지 않는다. 건강한 음식을 먹는다고 해서 모든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다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하기로 했다.







*자연식물식

: 통곡물, 과일, 채소, 콩류, 견과류, 해조류 등 식물성 음식을 최대한 정제, 가공하지 않고 먹는 식단





매거진의 이전글 요리를 포기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