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 더 가볍고 자유로운 삶을 얻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미니멀라이프가 만사 해결책인 양 받아들이거나 '미니멀이 최고'라고 치켜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미니멀리즘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미니멀라이프는 삶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미니멀보다 라이프가 중요하다
미니멀라이프에 빠지다 보면 모든 것을 미니멀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자고로 이름이란 그런 것이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겠어’ ‘이제부터 미니멀라이프를 살 거야’ 이름표를 다는 순간 삶의 무게 중심이 이동한다. 때때로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진짜 이름을 대신할 때가 있다.
이것은 내가 미니멀라이프라는 이름을 빌려 글을 쓰면서 항상 경계하는 문제이며, 진짜 내 이름 석 자 앞에 함부로 미니멀리스트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집 안에 또다시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일이 아니라 어떤 틀과 사고방식에 갇히는 것이다.
어떤 틀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미니멀'이라는 형식이 자꾸만 옭아맨다면 과감히 벗어나라. 하나의 틀에 갇히기엔 당신과 당신의 가족 모두의 오늘은 너무도 소중하다. 미니멀리즘에 매몰되어 하루하루의 크고 작은 소중한 것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만약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정이 상하거나, 가족들과의 불화가 생겼다면, 잠시 멈추고 돌아보자. 더 나은 삶을 위해 받아들인 그 방식이 진정으로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우리의 일상에는 미니멀리즘의 시선으로는 감히 담을 수 없는 반짝이는 조각들이 무수히 빛나고 있다. 그 빛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미니멀라이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미니멀리즘에 빠진 누군가에게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니멀보다는 삶이 중요하다고, 적게 소유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이 당신의 삶에 있다고, 우리는 소유가 아닌 존재해야 한다고 말이다.
미니멀라이프에도 삶에도 정답은 없지만, 단언컨대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미니멀라이프라는 틀에서, 이름에서 벗어나는 순간 당신의 인생은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미니멀리즘에 발을 들였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했다. 단순한 삶의 방식이 왜 중요한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니 잠시 멈춰서 주위를 돌아보는 게 어떤가? 나의 행복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지 살펴볼 때다. 행복이란 꼭 빈자리에서만 피어나는 것만은 아니다. 진짜 행복은 오직 당신에게 있다.
한 세기 전 '단순한 삶(La vie simple)'을 외쳤던 샤를 와그너의 말로 이 뜻을 대신한다.
행복은 진정 생기 있고 활기차고 경쾌한 존재, 열망의 멍에나 인위적인 욕구 또는 병적인 흥분에 휘둘리지 않는 순수한 존재가 되어 자신의 몸에서 하루의 빛과 공기를 즐길 줄 알고, 관대하고 단순하여 아름다운 모든 것을 강렬히 사랑하고 느끼는 능력을 간직하는 데 있다.
- 샤를 와그너, 《단순한 삶》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