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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Oct 09. 2023

기후위기가 무서운 MZ


침대, 옷장, 커튼이 없는 방에서 살고 세탁기 없이 손빨래를 하고 청소기 없이 청소를 한다. 육류, 생선, 유제품, 기름, 설탕, 가공식품을 먹지 않는 자연식물식을 하고, 어떤 음료도 마시지 않고 물만 마신다. 화장품을 쓰지 않으며 비누 한 장으로 씻는다. 책은 구입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속옷 외의 새 옷은 사지 않는다. 매일 같은 옷을 입고 매일 같은 음식을 먹고 살아간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단순한 이 생활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내가 얼마나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글은 이 인간이 도대체 왜 이러고 사는지, 왜 굳이 제 발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답이다.






내가 미니멀라이프, 제로웨이스트, 자연식물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모두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 새해 어느 날, 환경과 관련된 책을 읽고 기후위기가 미래 세대의 일이 아닌 바로 나의 일이라는 걸 피부로 느꼈다. 지구온난화와 환경 문제는 북극곰이 살 집이 사라지는 저기 멀리 떨어진 세상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일어나지 않을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기후위기란 북극의 얼음이 녹아서 북극곰이 집을 잃어버리는 걸로 그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북극이 녹으면 내가 사는 집도 사라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진짜 현실을 본 것이다.


세대를 구분 짓는 용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 글에서는 적극 끌어다 쓰겠다. MZ는 기후위기 세대다. 우리가 정년이 되었을 때, 그러니까 돈도 벌 만큼 벌고 결혼해서 자녀들도 다 키웠을 때, 이제 경치 좋은 땅에서 집을 짓고 한가로이 사는 전원생활에 대한 꿈은 진짜 꿈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소리다. 우리가 꿈꾸는 그 집은 물에 잠기거나 태풍이나 홍수의 피해로부터 안전하지 못할 테니까.


괜한 불안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기 바쁜 우리가 진짜로 준비해야 할 미래의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미래 세대의 일도 MZ만의 일도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다.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뿐만 아니라 식량 위기, 에너지 위기를 동반하고 모든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가 식량과 에너지로 패권을 쥐기 위해 일으킨 '기후 전쟁'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기후 재난으로 어떤 식량 전쟁, 에너지 전쟁, 기후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 인류의 대재앙을 막으려면 지금 당장의 소비 방식을 멈춰야 한다. 지금 당장.


정치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생존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모두가 발 벗고 나서 전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천만의 말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기후위기는 사람이 만든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선택이 미래를 만든다. 내가 먹는 것, 입는 것, 보는 것, 사고파는 것,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은 자연으로부터 착취한 것이다. 상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갈 뿐이다. 돈으로 그 대가를 지불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돈이 아니다.


세계의 시장경제는 소비라는 거대한 하나의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소비자가 소비를 멈추면 생산자는 생산방식을 바꾸거나 멈출 수밖에 없다. 모든 소비를 포기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의식 있는 소비가 왜 중요한가를 말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고, 육류와 가공식품 소비를 줄이는 하나하나의 선택을 말이다. 어느 때보다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중요하다.


그것의 출발, 가장 가까운 노력은 음식을 선택하는 일에 있다. 순간의 맛을 좇을 것인가, 생존할 것인가. 나는 당신이 강한 생존 본능을 가진, 나와 다르지 않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대로 불구덩이에 뛰어들 것인지 합심하여 서로를 살릴 것인지를 신속히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때다. 육류 소비로 인한 공장식 축산과 다국적 기업의 식품 산업은 환경을 지나치게 착취하고 파괴한다. 단순히 육류 소비가 문제가 아니라 지나친 소비가 문제라는 것이다.


나는 화장하고 머리하고 예쁜 옷을 입는 것을, 치킨과 탕수육을 먹는 것을, 밀크티와 디저트를 좋아했다. 나는 귀찮아서 종이컵을 썼고, 귀찮아서 배달 음식과 편의점 음식을 먹었고, 귀찮아서 일회용 생리대와 티슈를 사용했다. 순간의 행복과 편리함은 달콤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라는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 채 살았다. 무지는 죄가 아니다.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죄다. 편리와 귀찮음은 삶을 포기할 그 어떤 이유도 될 수 없다. 누군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인류의 진화는 생존 본능에서 시작되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나를 위해서, 나의 자녀와 조카들을 위해서, 나의 연인을 위해서, 나의 부모님을 위해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 지키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당신이 지켜야 할 단 한 사람이 있다. 그건 바로 당신이다.


다가올 위기 앞에서 나는 어떤 것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다. 좋은 집, 좋은 옷, 신선한 음식, 그 무엇이든. 나는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 포기한다는 것은 한계를 안다는 것이자 나의 선택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나를 위해, 어떤 가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나는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다. 그 누구에게도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 인간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스스로를 바꿀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나는 지금 당신에게 묻고 있다. 뒤로 가기를 누른 사람, 이 글을 읽다가 포기한 사람이 아닌 바로 당신에게 말하고 있다. 호소가 아닌 당신에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당신을, 당신의 친구를, 당신의 자녀와 조카를,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존재를 살릴 것이냐 말 것이냐를 묻고 있다. 선택은 오직 당신의 몫이다.





조별 과제할 사람 구합니다
(1/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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