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필요한 것만 남겨라'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버려라'라는 말에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물건을 끄집어내어 갖다 버린 적이 있는가? 그리고 행복해졌는가? 그렇다면 반은 성공이다.
그런데 만약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다면, 여전히 물건에 치여 살고 있다면, 혹은 물건을 버리고 후회하는 것을 반복했다면, 당신의 비움은 실패했다. 당신이 진짜 버려야 하는 건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을 만든 습관이다. 미니멀라이프를 성공과 실패로 판가름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패란 가장 훌륭한 성장 동력이다. 실패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니멀라이프를 제시하고자 한다.
필요한 것만 남겨라?
필요의 기준
물건을 비울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왜 비우려고 하는가'이다. 미니멀라이프에서 항상 '왜'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떤 물건을 어떻게 버릴지만 골몰하다 보면 그 물건의 가치를 놓치기 쉽다. 일기장, 상장, 책... 남들이 버린다고 모두 따라서 버릴 필요는 없다. 남들은 쉽게도 비우는 것을 나는 왜 못하느냐고 속상해할 필요도 없다. 물건을 섣불리 버리고 후회할 바에야 소중한 것을 간직하고 있는 편이 낫다. 후회라는 마음의 짐을 가장 쉽게 얻는 방법 또한 쉽게 버리는 일이다.
'필요한 것만 남겨라'라는 함정에 빠지지 말자. 단순히 물건의 사용 여부로 물건의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다. 모든 물건이 반드시 쓰여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물건이 있는 것만으로 안정감을 얻는다면, 추억할 수 있다면, 기억할 수 있다면, 행복하다면 그것은 필요한 것이다. 버리기 전에 필요의 기준부터 정하자.
미니멀라이프는 비움을 통해 나의 작은 울타리를 발견해 가는 과정이다. 이것으로도 행복하다는 만족의 기준을 찾는 것. 과연 무엇을 남기고 무엇으로 채울지는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 필요가 추억 속 물건이든 화려한 장식이든 그것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면, 가득 채우고 살아가도 된다. 버리지 않는 미니멀라이프도 당신에게 소중한 것들로 채워진 미니멀라이프니까.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다?
물건에 대한 책임
마지막으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물건에 대한 책임이다. 우리 품 안에 들어왔던 물건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것. 물건을 비워야 한다면 버리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하거나 나누자. 물건이 순환될 수 있도록 하자. 버리는 일은 최후의 선택이다.
그렇게 따지면 버려야 할 물건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이래서는 아무것도 못 비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은 눈앞에서 치워야 속이 시원하니까 버리고, 중고 거래와 나눔이 번거로워서 쉽게 버리는 쪽을 택하고 만다. 하지만 버리는 수고로움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치러야 할 책임에 포함되는 것임을 기억하자.
지속 가능한 미니멀라이프
당신이 여기까지 왔다면 미니멀라이프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루 이틀 실천만 하고 끝낼 게 아니라면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 물건을 비우는 일에만 집중하고 들이는 일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다. 빈자리는 곧 다른 물건으로 채워진다. 과연 무엇을 위한 비움인가? 채움을 위한 비움은 정리 정돈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은 정리 정돈을 하고 싶은가?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싶은가?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고도 계속 버리는 물건이 쏟아져 나온다면, 먼저 물건을 들일 때부터 신중을 기해야 한다. 누군가 내게 미니멀한 생활의 비결에 대해 묻는다면, 함부로 새 물건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물건을 신중히 들이면 물건을 주기적으로 비우고 정리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미니멀라이프는 단순히 버리는 일을 뜻하지 않는다. 버리지 않아도 미니멀라이프를 지속할 수 있다. 그 힘은 물건이 아닌 물건을 대하는 습관에 있다.
물건을 비운 자리에 가장 먼저 들어서야 할 것은 뿌듯함과 새 물건이 아니다. 무분별한 소비에 대한 반성이다. 홀가분한 가벼움은 잠시 만끽하고 그 기쁨을 신중한 태도로 이어가자. 물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마음을 가져 보자. 물건을 버리는 것으로는 얻지 못하는 더 큰 만족이 당신의 삶에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