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않는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 나의 생활은 미니멀라이프, 제로웨이스트, 자연식물식의 집합체다. 세 가지 방식은 물건의 순환과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를 중요시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버리지 않는 미니멀라이프' 하나로 요약된다.
미니멀라이프란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즉, 소비에 있어서는 필요한 것만 구입하고 불필요한 낭비는 하지 않는 것이다. 필요한 것만 구입하면 힘들게 물건을 비우고 정리할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미니멀리즘이란 단순히 텅 빈 거실, 깔끔한 주방을 만들기 위한 목표가 아니며 정리 정돈과 물건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도 아니다. '불필요한 소비는 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고방식이 내가 생활에 적용한 미니멀리즘이다.
비우고 버려야 할 물건이 자꾸 생긴다는 건 계속해서 새로운 물건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소비'라는 문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살림살이에 불청객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새로운 물건을 들이기 위해서 물건을 비우는 것은 그저 하나의 소비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물건을 구입하고 버리는 과정에서 자원 낭비와 물건의 순환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불필요한 소비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비움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집안 구석에 정리되지 않은 물건이 쌓여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흔히 하는 '1일 1비움', 주기적으로 하는 물건 비우기도 하지 않는다. 생필품 외에 소비하는 물건이 거의 없다 보니 비움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적다. 쓸모 있는 물건을 비울 때는 나눔을 해서 새로운 주인을 찾아 주고, 버리게 되는 물건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하며 떠나보낸다.
제로웨이스트의 시작은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부터' 잘 쓰는 것이다. 기존에 쓰던 제품을 친환경 상품으로 교체하는 게 아니라 집에 있는 물건부터 잘 사용하는 게 먼저다. 활용 가능한 물건이 없다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소재와 친환경 방식으로 제작된 상품을 구입하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나눔 하거나 중고거래로 판매하는 것이 그다음이다.
멀쩡한 아크릴 수세미를 천연 수세미로 교체하는 게 아니라 사용하던 수세미를 먼저 소모하는 것. 리필용 샴푸를 구입하는 게 아니라 샴푸 바나 비누 한 장으로 바꾸는 것. 생분해되는 비닐, 물티슈를 사용하며 일회용 쓰레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지퍼백을 재사용하고 손수건과 행주, 걸레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를 줄인 화장품을 고르는 것,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식물성 원료로 생산한 비건 화장품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화장을 안 한다'는 선택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이며 최종적으로 결정한 미니멀라이프다. 나는 더 이상 화장품을 소비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 두 끼, 세끼 먹는 식사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 낭비와 많은 쓰레기가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경을 위해 채식을 실천한다면 가공식품 소비를 줄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가공식품의 생산·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환경오염, 불공정거래, 그리고 소비 과정에서 생기는 생활 쓰레기도 육류 소비 못지않게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가공식품을 소비하지 않는 자연식물식은 생활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식단이다. 장을 보는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식품 포장 쓰레기를 줄이고, 식사를 할 때는 음식을 남기지 않으며 음식물 쓰레기도 최소화하도록 노력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수년 전부터 미니멀라이프가 유행이지만 여전히 '미니멀라이프=비움'이라는 공식이 지배적이다. 그런 면에서 나의 미니멀라이프는 다른 노선을 가고 있는 것 같다. 미니멀라이프에도 삶에도 정답은 없지만 버리고 비우기에 급급한 동지들의 모습에 씁쓸함을 감추기는 어렵다.
미니멀라이프에서 비움이란 한 번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니멀라이프란 비움의 재생산이 아니라 소비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만들어진다.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배우고 얻는 본질에 대한 고찰이 빠진 채 '비움'이라는 커다란 흐름에 탑승하기 전에 이 삶의 방식이 오늘날 우리에게 왜 필요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가 시급해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이 생활이 강한 절제력이 요구된다고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고 계속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어떻게 소비할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소비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것. 내가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자 지구의 한 생명체로 마땅히 져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난날 의류 수거함에 버렸던 옷들, 수도 없이 까먹은 달콤한 과자봉지들을 기억하며 나는 버리지 않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