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
6개월 동안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았다. 쓰레기를 수집하는 취미는 없다. 이건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면 생기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 일회용 티슈, 물티슈, 청소포, 생리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올해 1월부터 티슈 대신 손수건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이 많이 줄어들었다. 방에 있던 쓰레기통은 매주 주말마다 비워야 할 만큼 티슈로 가득 찼었다. 티슈 하나를 쓰지 않았을 뿐인데 체감하는 변화는 상당히 컸다. 평소라면 쓰레기통을 비워야 하는 날인데 쓰레기통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2주, 3주가 지났다.
불현듯 어느 책에서 봤던 유리병이 떠올랐다.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의 저자 비 존슨이 공개한 사진이었다. 한 사람도 아니고 4인 가족의 집에서 나온 1년 치 쓰레기가 한 손에 잡히는 1L 유리병에 들어 있는 게 전부였다. 이참에 나도 한 번 쓰레기를 모아 보기로 했다. 재활용 쓰레기를 제외하고 방에 있는 쓰레기통만 비우지 않았다.
그리고 6개월이 흘렀다. 지금까지 내가 모은 쓰레기의 양은 이 쓰레기통의 절반이라고 생각했다. 쓰레기통을 드디어 비우기로 한 날 쓰레기에 손을 올려 꾹 누르자 예상보다 훨씬 적은 양이었다. 절반이 아닌 4분의 1. 종량제 봉투에 넣고 보니 한 손을 쫙 펼쳤을 때의 크기와 비슷했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욕실 수건을 접어 놓은 크기와 흡사했다.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청소포 몇 장이 들어 있었는데 이를 포함해서 6개월 치 쓰레기가 이 정도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내 방에서 배출되는 1년 치 쓰레기는 대략 5L 종량제 봉투에 못 미치는 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엔 한 달 정도 가볍게 계획하고 시작한 실험이었다. 이렇게 긴 시간 쓰레기를 방치할 수 있었던 건 우선 쓰레기의 양이 현저히 적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인 쓰레기는 알코올 솜, 면봉, 머리카락, 생활 먼지가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냄새가 나거나 음식물이 묻은 것이 일절 없었기에 생활에 불편함이 없었다. 실제로 쓰레기통을 비우고 냄새를 맡아 봐도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쓰레기통을 비우지 않는 것에 대한 찝찝함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오히려 편했다. 그보다는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는 사실에 더 큰 뿌듯함을 느꼈다. 육안으로 확인한 놀라운 변화가 주는 쾌감이 있었다.
일회용품 사용만 줄여도 상당한 양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평소 배달 음식과 가공식품은 먹지 않고, 차나 음료도 마시지 않고, 비누 한 장으로 씻기 때문에 플라스틱 같은 재활용품을 배출하는 일이 거의 없다. 알코올 솜은 아직까지 포기하지 못한 일회용품인데 이것 또한 쓰지 않는다면 쓰레기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는 음식을 소비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계속해서 생활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는 냄새나는 쓰레기를 눈앞에서 치우기에 급급하다. 이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방법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다. 이런 고민조차 턱없이 부족할 만큼 지구의 상황은 절박하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환경 문제는 다각도로 접근해야 하는 일이다. 쓰레기만 줄인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쓰레기 줄이기는 개인이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단순히 쓰레기를 '제로'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최소한으로 줄이는 노력은 얼마든지 기울일 수 있다. 가장 먼저 쓰레기를 만드는 일을 최소화하면 쓰레기를 수고롭게 버리고 치우는 일 또한 줄일 수 있다. 쓰레기도 줄이고 집안일도 줄이자.
나는 오늘 얼마큼의 쓰레기를 버렸는가? 그 쓰레기가 내 손에서 벗어나 어디로 갔는지를 생각해 보자. 그리고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 떠올랐다면 당장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