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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Nov 19. 2023

노푸를 시작했다

물로만 머리 감기


노푸를 하기 위해 올겨울을 기다렸다. 노푸란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을 말한다. 나는 여러 차례 다른 글(샴푸 없이 살기, 린스 없이 살기)에서 나에게 노푸를 예고했었다. 특별히 계획한 건 아니다. 샴푸에서 비누로 바꾼 지 어느덧 9개월,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가 온 것 같았다. 땀, 피지 분비량이 적은 겨울은 노푸를 시작하기 좋은 계절이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을 듯하여 14일 노푸를 시작했다.


물로만 머리를 감으려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간편해서.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보다 더 씻기 간편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둘째, 비누를 안 쓰기 위해서. 비누도 샴푸와 마찬가지로 물을 오염시키기 때문. 셋째, 물을 아끼기 위해서. 두피와 모발은 건강한 편이라 특별히 건강을 위한 목적은 아니다. 물론 인공 화학 물질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큰 이점이지만 이건 부가적인 이유다.


나는 왠지 노푸에 쉽게 적응할 것 같았다. 노푸에 긍정적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기름을 안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푸 경험자들은 식습관의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피지 분비가 많아서 힘들기 때문에 음식 섭취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다행히 나는 육류를 비롯한 동물성 식품, 기름을 먹지 않는 자연식물식을 해서 비교적 수월하리라 예상했다.


그리고 이미 물세안, 물샤워를 하고 있기 때문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 일찍이 물샤워를 해 왔고 비누로 머리를 감기 시작했을 무렵 물세안도 시작한 터였다. 물세안도 별 탈 없이 잘 적응했기 때문에 머리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했다. 힘들면 다시 비누로 감으면 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실험에 돌입했다.


물로만 머리를 감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빗질을 한다. 세면대에 온수를 받아서 머리를 감는다. 귀찮으면 샤워기로 감기도 한다. 비누칠을 할 때보다 두피를 더 꼼꼼히 닦는다. 찬물로 마무리를 한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 다음 평소와 같이 헤어드라이어로 말린다.


약 1주일 후기를 간략하게 말하자면 '이상하다. 분명 머리를 감았는데 안 감은 것 같다. 이상하다. 분명 머리를 감고 말렸는데 며칠은 안 감은 머리가 완성됐다.' 많이 떡진 머리에 개운한 느낌은 없지만 가렵거나 찝찝하지는 않다. 아직은 할만하다. 너무 낙관적인가? 사실 초반이 가장 힘들 거라 예상했는데 이 정도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평.


머리가 예상보다 훨씬 기름져서 놀라긴 했다. 정확히는 두피가 아니라 모발이 기름지다. 머리카락 전체에 헤어 에센스나 왁스를 바른 것처럼. 그런데 신기하게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아마 자연식물식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유분과 냄새는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는 최대한 만지지 않고 묶고 지내고 있다. 확실한 건 도저히 풀고 다닐 수 없는 머리라는 것.


머리가 기름진 이유는 샴푸나 비누 등 세제의 잦은 사용으로 두피에 필요한 피지까지 모두 빼앗기다 보니 피부가 피지를 더 내뿜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피지 분비량이 조절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나는 2주에서 한 달 정도 적응기로 내다보고 있다. 물세안을 하면서 피부가 유수분의 균형을 찾은 것처럼 두피도 균형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직까지는 소금이나 식초 등 다른 걸 사용해 볼 생각은 없다. 우선 물로만 계속 감아보려고 한다. 내게 맞는지 아닌지, 계속할 수 있는 일인지 확인해 보고 있다. 덤으로 '내려놓기'를 연습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이네요.

한 달 후기를 들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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