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떡볶이만은 유달리 좋아했다. 그렇다. 떡볶이는 나의 소울푸드였다. 치킨, 삼겹살, 자장면... 다른 음식은 포기해도 떡볶이는 포기할 수 없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만들어 먹기도 좋고 사 먹기도 좋은 만만한 음식, 떡볶이!
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컵 떡볶이, 시장에서 집어먹던 기다란 빨간 떡볶이, 성인이 되어 즐겨 먹던 김밥, 떡볶이, 튀김 세트까지. 떡볶이는 어려서부터 쭉 함께해 온 친숙한 음식이다.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도 각양각색, 곁들여 먹는 음식도 다양하다. 커가며 종류도 많아진 떡볶이는 더 비싸고 더 매워졌다. 시중에 파는 떡볶이는 대부분 매웠기 때문에 매운 것을 못 먹는 나는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곤 했다. 내가 만든 떡볶이도 제법 맛이 있었고, 떡볶이는 집밥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였다.
그랬던 사람이 그토록 좋아하던 떡볶이와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떡볶이를 마지막으로 사 먹은 게 2021년 봄.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해 가을 역류성 식도염과 위염을 계기로 배달 음식과 외식을 끊었다. 그렇게 떡볶이와도 이별을 고해야 했다. 한동안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떡볶이 귀신이 어디 가겠는가? 종종 새빨간 떡볶이가 생각나곤 했다. 먹지 말라고 하면 더 먹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겠는가. 그럴 때면 손수 만들어 먹었는데 예전에 먹던 떡볶이와는 모양새부터 많이 달랐다.
먼저 어묵이 빠졌다. 떡볶이에 어묵이 없다니, 그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거다. 하지만 별 수 있나. 현미 떡과 채소, 고추장만 넣고 떡볶이를 만들었다. 어묵을 넣지 않은 대신 무, 양파, 양배추, 당근, 고구마 등 채소를 원하는 대로 듬뿍 넣었다. 그런데 제법 맛있다는 게 신기했다. 설탕, 케첩, 올리고당 같은 걸 넣지 않아도 채소의 단맛으로도 충분히 달았다. 이따금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땐 간장만 넣은 간장 떡볶이와 고추장만 넣은 고추장 떡볶이를 만들어 먹는다. 이젠 시중에서 파는 떡볶이는 너무 달고 매워서 먹기 힘들 것 같다.
이전까지 늘 '떡볶이 주기'라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먹는 음식이 바뀌자 입맛도 변했다. 이제 떡볶이는 정말 가끔 생각나는 음식이다. 그것도 일 년에 몇 번 손에 꼽을 만큼. 과거의 영광은 어디로 가고, 떡볶이는 먹고 싶은 음식 1순위에서 자연스레 하차했다.
어떻게 사람 입맛이 이렇게나 변할 수가 있나? 가장 좋아하던 음식을 이렇게 쉽게도 놓을 수가 있나? 참, 사람 입맛이라는 것도 사람 일이라는 것도 모를 일이다. 자연스러운 음식을 먹게 되면서 입에 착 감기는 그 맛도 차츰 그리워하지 않게 되었다.
떡볶이는 더 이상 즐겨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여전히 내가 사랑했던 음식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떡볶이 없이는 살 수 있어도 감히 잊지는 못할 거다. 추억의 음식이란 그런 거니까.
내가 없이도 살 수 있는 것 11.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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