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끊으면 어떻게 될까? 무식해질까? 꼭 필요한 정보를 놓쳐서 손해를 볼까? 궁금했다. 그래서 4월 16일, 네이버 앱에서 뉴스 항목을 지웠다. 일종의 ‘뉴스 다이어트’ 실험.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때는 작년쯤이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뉴스가 자극적이고 불필요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때부터 꼭 챙겨 보던 뉴스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앱에서 뉴스 페이지까지 없애면서 원천 차단이라고 해야 할까. TV도 보지 않으니 뉴스를 접할 모든 소식지를 자발적으로 끊은 셈이다.
아쉽게도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영상이 뜨는 바람에 뉴스 끊기를 100%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게 접한 영상의 대부분은 꼭 알아야 할 정보가 아닌 각종 범죄와 세간의 사건사고, 떠들썩한 화젯거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새로 갱신되는 영상에 '관심 없음'을 거듭 누르면서 '뉴스란 불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에 보다 확신을 갖게 됐다.
지금은 ‘살아가는 데 뉴스가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질문에 'yes'라고 답할 수 없다. 과감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콕 집어 말하자면 재난 시에 긴급 속보나 라디오가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나 그 이상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뉴스를 끊고 알게 된 사실은 뉴스를 챙겨 보지 않아도 꼭 알아야 하는 중요한 일은 자연스레 일상에서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뉴스를 보는 일은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뉴스 끊기는 정신적 건강에 이롭다.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다거나 불편함을 겪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더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다. 뉴스를 볼 시간에 책을 읽고,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비되는 시간이 아까운 뉴스들이 얼마나 많나. 더욱이 시간만 뺏기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감정도 함께 소모된다. 사회에서 발생한 일에 공감하는 감수성은 필요하지만, 지나친 몰입은 때로 독이 된다.
뉴스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하고 꼭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안목도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그걸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것 또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아닐까. 오늘날 뉴스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지식과 정보를 담기보다는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만드는 일인 경우가 많다.
늘 세간의 소식과 정세에 밝아야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것이 교양이자 덕목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뉴스를 봐야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잘 알아야지, 잘 살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사는 게 제대로 된 어른이자 사회인이라고 믿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이야기를 나도 꼭 알아야 하는 줄 알았다. 정치, 경제, 사회, 예술 다방면으로 아는 게 많아야 유식하며, 그게 곧 잘 사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현명하게 살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그것을 모를 때 더욱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가 더 행복할지 모른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몰라도 나의 하루는 잘만 돌아가는 걸 보니, 뉴스 없이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를 입으로 옮기는 것은 결국은 남 이야기를 떠들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일이 일어난 사실이 놀랍다는 말을 반복한다고 해서 그 일이 더 놀라운 일이 되지도, 세상을 이롭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럴 시간에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지 모른다.
뉴스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보다는 세월이 지나도 낡지 않는 것을 아는 게 훨씬 중요하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소로의 말처럼 매일같이 쏟아지는 뉴스들보다 '세월이 지나도 낡지 않는 것'들이 우리의 삶에 더 큰 보탬이 될 거라고 믿는다. 우리가 나눠야 하는 이야기들은 바로 그런 것들이다.
우리 삶에 필요한 지혜는
새로운 것에 있지 않으며
쏟아지는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있다.
내가 없이도 살 수 있는 것 12.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