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 '유튜브는 내 친구'였던 사람이었다.
휴식 = 유튜브
재미 = 유튜브
힐링 = 유튜브
아주 오랜 시간 유튜브는 나와 동고동락해 왔다. 습관처럼 매일. 쉬는 날이면 유튜브만 주야장천 보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요즘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 그것도 잠시 한두 개의 영상을 보는 정도. 세상에! 무슨 일이야?
요즘은 그 시간에 글을 쓰거나 책을 보느라 바빠서 유튜브를 볼 시간이 없다. 나도 놀랍다. 나는 책과는 거리가 멀던 사람이었다. 유튜브와 멀어지게 된 계기는 정확히 독서가 취미가 되면서부터이다. 책을 보는 데 푹 빠져서,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동안 유튜브를 거들떠도 안 본 적도 있다. 2년 가까이 몇 번의 거리 두기를 통해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책이랑 가까워지면 영상이랑 멀어지고, 책이랑 멀어지면 영상이랑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내 일상에서 활자와 영상은 공존할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유튜브를 잘 보게 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영상이 자극적으로 느껴진다는 것. 이건 영상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영상 자체가 '시청각적'으로 자극적이라는 뜻. 반대로 고요한 책(활자)을 좋아하는 이유다. 책은 책장을 펼치지 않으면 말을 거는 법이 없다.
그래서 가끔 유튜브로 영상을 소리만 듣기도 하고,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영상만 골라 보기도 한다. 새로 터득한 재미가 있는데, 가끔 다큐멘터리를 틀어 놓고 소리만 듣곤 한다. 다큐는 내레이션이 있기 때문에, 꼭 화면을 보지 않아도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오히려 영상을 볼 때보다 더 좋을 때도 있었다.
오래전부터 유튜브로 음악을 들어 왔다. 그런데 요즘은 음악도 잘 듣지 않는다. 그러니 유튜브를 이용하는 빈도가 더욱 줄었다. 최근 들은 음악이 전무하다. 음악을 안 들으면 평온하다. 음악을 들어서 위로를 받고 심신의 안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지 않고 더 안정감을 갖게 됐다. 분명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음악 없이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한 달에 보는 영상의 개수를 셀 수 있을 만큼 유튜브를 적게 보는 지금 상황에도, 나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고 있다. 그건 광고를 정말 싫어하기 때문이다. 영상 하나를 보더라도 광고는 단 1초라도 보기가 싫다. 8,690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광고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광고 없이 살기> 편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아직은 보고 싶은 채널이 있어서 유튜브를 삭제할 생각은 없다. 유튜브를 완전히 보지 않는 때가 오면 그때 구독을 해지할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유튜브를 지우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다. 내가 유튜버가 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나는 이 놀라운 변화를 이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단순히 소비하는 취미(유튜브 시청)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취미(독서, 글쓰기, 블로그 + 브런치스토리)를 즐기게 된 것이라고.
유튜브 미안해,
더 좋은 친구를 찾았어!
내가 없이도 살 수 있는 것 16.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