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결 May 29. 2023

선크림 없이 살기


요즘은 선크림을 바르는 대신 모자를 쓰고 다닌다. 바뀐 것은 그게 전부인데 무척 편하다.


선크림을 마지막으로 바른 건 작년 11월. 그것도 오랜만의 일이었다. 1년 전부터 선크림을 바르는 횟수가 차츰 줄었다. 지금은 선크림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야외 활동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부분 실내 활동이 많아서 한낮에 돌아다니거나 뙤약볕에 있을 일이 잘 없다. 잠시 외출할 때는 모자를 쓰는 것으로 충분하다.


창문에도 자외선이 투과되고, 실내조명과 컴퓨터의 모니터에서 방출되는 빛에도 피부가 상하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선크림을 꼭 발라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매일 바르는 선크림은 과연 안전한가? 선크림은 문제가 없을까? 게다가 선크림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려면, 동전 500원의 크기만큼 얼굴에 발라야 한다는데, 그렇게 많은 양을 한 번에 바르기도 어렵다. 선크림의 효과를 톡톡히 보려면 일정 시간마다 수시로 덧바르기까지 해야 한다. 선크림이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장시간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매번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선크림의 안정성을 얘기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단지 선크림을 바르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있음을 말하는 것뿐이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문화가 형성되어 있고, 어린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제 손으로 선크림을 바른다. 유아들이 쓰는 전용 선크림까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선크림에 들어간 성분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내가 선크림을 바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불편하고 번거롭다는 것. 이전까지는 '불편해도 발라야 돼'였다면 지금은 '불편하니까 바르지 말자'가 되었다. 이제는 무엇보다 사용감이 불편해서 쓰기가 어렵다. 지금은 화장도 안 하고 물세안만 하고 있기 때문에 얼굴에 뭔가를 바른다는 게 너무 이질감이 든다. 정말 힘든 일이 되어 버렸다.


실제로 선크림을 바르고 지우는 일은 굉장히 번거롭다. 선크림을 바르고 나면 매번 손을 씻어야 했다. 손에 묻는 특유의 끈적한 질감이 싫었고 잘 지워지지도 않았다. 선크림은 일반 폼 클렌저, 비누로는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세정력이 뛰어난 클렌징 제품이 필요하다. 특히 워터프루프 기능이 있거나 화장이 밀리지 않도록 피부에 잘 밀착되는 타입이라면 더욱 얼굴을 꼼꼼히 씻어내야만 한다. 그게 번거로워서 물에 잘 지워지는 선크림과 쿠션으로 바르는 선팩트 제품을 쓰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선크림은 잘못 사용하면 피부 트러블을 유발한다. 피부에 맞는 선크림을 찾는 일도 피곤한 일이다. 선크림의 유분을 제거하려고 선크림만 바르는 날에도 파우더 팩트를 덧발라야 했다. 대신에 유분감이 덜한 선크림을 사용하면 얼굴이 찢어질 듯 건조하게 당겼다. 참 여러모로 곤란한 일이었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니 생활이 편해졌다. 매번 번거롭게 바르거나 지우지 않아도 된다. 수시로 덧바를 일도 없다. 내 피부에 맞는 선크림을 찾기 위해 많은 제품을 테스트해 보지 않아도 된다. 더운 여름철 언제든 물로 세수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노화가 빨리 온다고 걱정한다. 그런데 노화는 당연히 겪는 일 아닌가? 얼굴에 잡티가 좀 나면 어떤가. 그냥 맨 얼굴로 다니기로 했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뒤로 체감상 잡티가 더 난 것 같지도 않다.


대신 모자와 양산으로 물리적 차단을 한다. 몇 해 전부터 얼굴을 가리는 커다란 모자인 버킷햇이 유행이다. 요즘은 깔끔한 디자인의 양산도 많이 출시됐다. 양산도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고 체감 온도도 낮춰 준다. 강한 햇빛으로부터 얼굴과 몸, 두피와 모발까지 보호할 수 있다.


여름에는 소매가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양산을 들고 나선다. 양산을 쓰지 않으면 버티기가 힘들 만큼 여름철 태양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MZ들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양산을 쓰고 다니면 좋겠다. 이건 정말 생존의 문제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기후 속에 생존 아이템으로 양산이 필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없이 살기 19. 선크림
이전 11화 폼 클렌저 없이 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