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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없이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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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Jun 19. 2023

이어폰 없이 살기


요즘 이어폰을 잘 쓰지 않는다. 지난 한 달간 딱 한 번 사용했다. 올해 들어 사용 빈도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줄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안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폰을 낀 채로 잠드는 게 다반사였던 사람이 어찌 된 영문일까.


내가 이어폰을 안 썼다는 사실은 그만큼 어떤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밤늦게 소음에 주의해야 하거나 이어폰을 껴야 소리가 잘 들리는 경우인데, 유튜브를 볼 때 주로 썼다. 음악 또한 유튜브로 즐겨 들었는데 지난달 들은 음악이 전무하다. 최근 유튜브를 이용하는 일이 적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이어폰을 사용하는 횟수도 부쩍 줄었다.




내가 가진 이어폰은 세 가지. 유선 두 개 무선 하나. 유선은 PC용과 스마트폰의 기본 이어폰이 있다. PC용 이어폰은 연결 단자가 달라서 별도로 사용했다. 주로 게임을 하거나 녹음 작업을 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 사용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소리를 들을 일이 없어서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얼마 전 고장이 나서 한쪽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자칭 이어폰 파괴자라 할 만큼 이어폰이 자주 고장 나는 편이었다. 그래서 굳이 비싼 걸 쓸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데, 반대로 내구성이 좋은 제품이었다면 더 오래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당장은 이어폰을 교체할 필요가 없으나, 만약 이어폰을 새로 구입하게 된다면 좀 더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고르기로 했다.


무선 이어폰은 충전하는 게 번거로워서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무선이 착용감은 훨씬 편하지만 관리 면에 있어서는 유선보다 불편하다. 충전기, 케이스까지 보관해야 한다. 게다가 분실의 위험이 더 높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이어폰 한쪽만 파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유다. 유선 이어폰은 선이 엉키긴 하지만 언제든 꺼내서 연결만 하면 쓸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그래서 요즘 보기 드물게 유선 이어폰을 고집하고 있다.


이어폰은 이동할 때 사용하기 좋지만 사실 밖에서 필요한 경우는 드물다. 우선 소음 때문에 실외에서는 음악을 듣지 않는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이어폰 볼륨을 많이 키워야 한다. 기분을 내는 것보다 청력이 더 소중하다. 이어폰을 사용하면 이동하면서 통화하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중요한 전화가 아니라면 조용한 장소로 옮겨서 통화를 하면 된다. 매번 외출할 때마다 챙기는 일도 번거롭다. 외출할 때 이어폰을 챙기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다.




어려서부터 이어폰은 꼭 필요한 물건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있으면 편한 게 확실하지만 없으면 조금 불편한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으니 귓속도 더 깔끔해진 듯하다. 이렇게 편한 걸 보면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가능성을 하나 둘 발견할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기보다는 더 가벼워짐을 느낀다. 많은 물건 없이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내가 없이도 살 수 있는 것 31. 이어폰
- 없어도 괜찮은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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