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없이 살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결 Jun 26. 2023

SNS 없이 살기


지난 며칠 SNS와 거리를 뒀다. 그간 2개의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브런치스토리에서도 2개의 계정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었고 공을 들이는 만큼 피로감도 쌓여 갔다.




나는 SNS를 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줄곧 흥미가 없었다. 온라인상에서 나를 드러내는 일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다. SNS는 오랜 시간 내게 불필요한 일이었다. 내가 모르는 타인의 일상은 궁금하지 않았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SNS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게임, 책 리뷰를 기록한 블로그가 있었지만, 일상 생활을 집중적으로 다룬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니멀라이프, 제로웨이스트, 자연식물식을 소재로 단순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최근까지 매일 1개 이상의 블로그 포스팅을 발행했고 브런치스토리에서도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글을 써 왔다.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에 쏟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덕분에 매일 글을 쓰는 꾸준한 습관이 생겼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가치에서 더 큰 보람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적잖은 부담감도 생겼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이 읽히게 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자꾸만 어느 본질에서 멀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으려 했으나 조회 수, 이웃 수, 구독자 수… 시시각각 사람들의 반응에 태연함을 유지하기란 힘들었다. 사람들의 반응에 중독된 것일까.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시간이 대폭 늘었다. 오랫동안 SNS를 경계했던 이유, 즉 내가 원하지 않았던 그 모습에 가까워졌다. 의미를 잃어버린 채 스스로 부여한 의무와 습관에 따른 행위만이 목적이 된 듯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글을 쓰면서 정작 내 안의 즐거움은 놓치고 있었다.


온라인 활동으로 인한 피로감과 무게감은 블로그 이웃과 브런치스토리 독자들로부터 받은 응원, 사람들과 맺은 연대감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사람들과 관계 맺음에 있어서 항상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던 나는 온라인에서도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었고 마침내 그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그래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오롯이 나로 머무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좋아하는 영상을 보고 마음 편히 쉬면서 최대한 하고 싶은 일만 했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았다. 다시 온 마음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며칠 간의 환기를 통해 그동안 내 마음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 타인과의 교류에만 몰두하여 나와의 대화에는 소홀했던 게 문제였다.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의미 있는 온라인 활동을 지속하려면 건강한 거리감이 필요하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나와의 대화에 마음을 기울이는 일이다.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첫 번째 방법은 바로 멈추는 것이다. 멈춤을 통해 꾸준함의 원동력은 습관이 아닌 즐거움이라는 걸 깨달았다. 무엇이든 가장 먼저 내 안에서 피어나는 기쁨이라야 이어나갈 수 있다. 그것을 기억하며 건강한 거리감을 찾아가는 중이다.





내가 없이도 살 수 있는 것 33. SNS
매거진의 이전글 이어폰 없이 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