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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하늘HaruHaneul Jul 10. 2024

수요일의 이야기/쓸고 닦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대하는 방법

화가 나도 달래는 방법을 모릅니다. 스스로 달래주는 방법을 몰라 쓸고 닦습니다. 살림이 반짝거리는 만큼 손끝이 아리지만 마음이 가벼워지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화를 내서 모두가 불편해지는 방법대신 스스로 마련한 방법입니다. 속이 부글거려 눈물이 가득 차도 스스로 달래주는 방법을 모른 채로 나이가 들어버렸습니다.


어릴 때는 책을 읽었습니다. 화가 나면 책을 샀습니다. 여전히 화가 나면 책을 삽니다. 한동안 서점 구석 한가한 공간을 차지하고 사고 싶은 책을 고르다 책을 들추다 줄거리를 읽다가 손에 꼭 쥔 몇 권의 책에 마음이 부풀어 오릅니다. 그렇게 책을 품에 안고 누그러진 마음을 붙잡고 집에 오곤 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나이가 들며 한 가지 방법이 더 늘었습니다. 청소를 하면 마음이 가벼워짐을 알게 됐습니다. 묵은 짐을 꺼내고 미뤘던 청소를 합니다. 창 틀을 닦고 책장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뭉쳐있던 짐들을 정리하는 사이 부글거리던 마음이 정리된 짐들처럼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청소가 주는 마법입니다.


간단한 삶에 대해 책을 읽고 마음이 편해지고 파도가 잠잠해지는 기적을 발견합니다. 마음을 비우는 것만큼 물리적인 공간을 비워내고 물건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어지러워진 마음이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용한 물건들이 방치된 채로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지난 감정의 찌꺼기들이 남겨진 것과 같은 상태라는 것을 청소를 통해 배우게 됩니다.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법도 익혔습니다. 그런데 유난히 부정적 감정을 다루는 데는 노련하지 못함을 알게 됩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마주하며 들여다보는 일은 자신을 이해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왜 그런 감정이 생겨나는지,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반감이 생겨나는 자신의 지점을 알아야 그 부분이 우연에 의한 것인지 지난 시간의 필연적인 분노의 찌꺼기인지 알 수 있습니다. 대체 가능하거나 우연히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자연 소멸되는 것으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자극으로 왔다 사라지고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의 전이입니다.


그런데 필연적이며 대체불가능한 언짢은 기분은 과거의 사건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한 번 눌리면 거침없이 발화되는 지점을 '증오'라 부르고 트라우마라 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스스로 놓치면 외부적으로 불거져 나오며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면 성숙한 인격을 갖춘 독립체로 발전하는데 걸림돌이 됩니다.


자신의 내면에 부정적 감정을  마주하는 일을 '용기'라 부릅니다. 용기는 두려움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그것을  주체적으로 떠나보내는 일을 이야기합니다.  


내 안의 나마저도 온전히 나로 살아야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 허락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내 안에 들어올 수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없습니다. 마치 무용의 물건들을 정리하듯 감정도 단호히 정리합니다. 불필요하게 전이된 부정적 감정들은 마구 늘어놓은 옷가지들이 집 안을 어지럽히듯이 마음속을 어질러 놓는다는 것을 청소를 하며 알게 됐습니다.


목욕탕에 들어가 손을 씻을 때마다 매번 수전을 닦아내는 일, 생각보다 반짝거리는 수전이 주는 그 상쾌함이 오래도록 시각적으로 머문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매 번 닦아내면 힘들이지 않고 얼룩도 없이 반짝거림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청소가 수월해지는 방법이 자주 오가며 습관을 들이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마음이 아프면 바로바로 알아차리고 묵히지 말고 실시간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눈물이 고여 마음을 뚫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오랜 시간 청소를 하지 않아 방치된 집처럼 결국은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해결이 됩니다. 그러기 전에 자신이 내면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스스로 알아차리고 달래주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자기 신뢰의 성숙한 인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변하길 바라며 기다리기 보다 자신이 먼저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건강하고 자유로운 한 사람이 모여 3~5%의 임계질량이 채워지면 건전하고 성숙한 사회의 변화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일과 그 공동체가 자신으로 인해 선한 움직임이 일도록 하는것이 결국 큰 결과를 가져온다 믿기 때문입니다.


쓸고 닦습니다.부정적인 감정이 자신을 덮쳐올 때면 보이는 곳이 어디든 치우면서 어두운 감정으로부터 벗어남을 경험해 봅니다. 나와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https://youtu.be/cW8VLC9nnTo?si=IAa19anJC13wkad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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