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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하늘HaruHaneul Jul 03. 2024

수요일의 이야기-친구vs친한 친구

친구 vs 친한 친구


녀석이 말할 때 습관이 있다. ‘내 친한 친구 여섯 명’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는 녀석들이다. 그럼 여섯 명을 제외한 친구들은  그냥 친구가 되는 건가? 숫자로 말하니 더 그 범위가 더 궁금해진다. 문득 아이와 대화를 하다 '친한 친구'와 '친구'를 생각해 본다. 누굴까? 누구는 친하고 누구는 그냥 친구일까?


뜻이 궁금해 찾아봤다. 의미는 알지만 정의가 뭘까?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친구라는 의미에 학연이나 지연은 언급이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동네친구, 학교친구, 동문... 주로 학연, 지연에 의한 관계를 친구라 생각했었다.


친구의 범위가 넓어진 건 학교 교문을 마지막으로 나서고 동문관계를 벗어나 직장을 갖고 일을 하고 결혼을 하고 나서다. 지역과 국경을 넘나들며 범위가 확장됐다. 나이도 인종도 지난한 관계도 상관없이 거미줄처럼 얇고 넓게 퍼져만 갔다.


속해있는 시간대에 가까운 거리에서 형성된 관계들이 모여 때로는 친구가 되고 때로는 그렇게 의미 없이 멀어져 갔다. 누구는 그리움 속에 남아 먼 훗날을 기약하는 일로 세월을 보내고 누구는 가까이 다가와 한 때를 깊이 새겼다.


시간이 흘렀다. 많이 흘렀다. 흘러가는 시간만큼 지나는 사람이 오고 가고... 그렇게 주변인이 바뀌어갔다. 삶의 색깔은 아름답고 환히 빛날 때도 있고 드문 개기 일식처럼 세상의 빛을 다 가려 우울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주변인도 같이 바뀌고 진심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는 일. 그런 시간들을 지나왔다. 시간이 지난다고 모든 걸 다 알게 되지는 않지만 인연이 오고 간다는 건 확실한 일이다.


친한 친구가 줄어들고 지구본 위로 흩어지고 멀리서 점이 되어 가는 그 긴 시간 나는 홀로 있음을 배우게 된다. 나이 듦이 주는 고마운 선물이다. 기대어 울 어깨가 없어도 푹 파묻혀 위로받을 품이 없어도 의연해지는 나이가 됐다. 그렇게 타인을 관조하고 나를 가까이하게 됐다.


울퉁불퉁 거리는 세월 사이로 친구가 오고 갔다. 기억이 희미해지고 다시 새 친구가 나타난다. 소매 끝을 붙잡지 않아도 남아있는 사람만 친구가 된다. 눈물을 글썽여도 떠날 사람은 보내줘야 친구다.


자신과 진짜 친구가 되는 시간이다. 밀어내지 않으면 누구와도 친구가 되는 나이다. 아직도 든든하게 새겨진 추억처럼 옆에 꼭 남아있는 '친한 친구' 몇 명이면 충분히 족하다. 친구든 친한 친구든 다가오는 온기면 그걸로 감사한 나이다. 아이가 풀어놓은 이야기에 빠져들어 허우적거린다.


친구가 오는 중이다. 아주 친한 친구가 구름 속을 날아서 오는 중이다. 마음이 바빠지는 중이다.




https://youtu.be/TaaNNUND0Nc?si=RkvBqK7exzRImc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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