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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보살과 민바람 Aug 06. 2023

조화를 이루는 법

자폐와 ADHD를 가진 과학자의 인생 TIP (5)

CHAPTER5

조화를 이루는 법


파동설, 조화운동과 자신만의 공진주파수 찾기




당신이 아는 사람 중에 항상 감정을 잘 통제하고, 어떤 경우에도 공공연히 문제에 얽매이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한결같은' 사람을 떠올려보라. 그 사람은 평형 상태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는 일이 절대로 없는, 진폭이 작은 성격을 가진 것이다. 그 사람을 밀어내거나 잡아당기는 감정 에너지는 어느 것이든 지나치게 커지는 법이 없다. 마치 느리고 일정한 속도로 잔잔하게 움직이는 그네와 같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이나 멀미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진폭이 큰 사람은 연소할 에너지가 더 많은 사람이다. 감정의 마루와 골이 더 극단적이고 아마 움직임도 더 빠를 것이다. 즉 더 높은 진동수를 갖는다. 그네로 비유하자면 높이 솟아올랐다가 불안정하게 하강하며 혹은 예상치 못하게 갑작스러운 힘이 요동치면서 당신을 멀미 나게 할 수도 있다. 지금 내가 묘사한 것은 당연히 나 자신이며, 특히 내 ADHD 특성이 그렇다. (136-137쪽)

저자 카밀라 팡은 그네를 탈 때 우리가 단순조화운동의 파동을 타는 것처럼, 우리의 삶과 성격에도 각자 고유의 파동 패턴이 있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건 자신의 기질이 진동하는 속도를 아는 것이라고요.


그네를 '잘' 타듯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전진하려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진폭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내 안에서 에너지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137-138쪽)


용수철 위의 공이 마찰 때문에 영원히 위아래로 튀어오르지 못하고, 그네에 탄 아이도 바람의 저항이나 그네를 미는 타이밍에 영향을 받는 것처럼 진동자와 파동은 다른 요소의 영향으로 달라집니다.


파동은 서로를 증폭하거나 상쇄할 수 있습니다. 진폭이 일치하는 두 파동의 마루가 중첩되면 더 큰 파동이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면 여러 겹의 파도가 합쳐져 점점 높아지는 것이 그렇고, 나를 더 나은 모습으로 존재하게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렇습니다. (보강간섭)


그런데 파동이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서로 소멸시켜서 파동을 평형 상태로 되돌립니다. 예를 들면 소음에 민감한 저자는 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끼고 다니는데, 이 헤드폰은 주변의 파동과 위상이 다른 음파를 만들어서 저자의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해줍니다. (상쇄간섭)



공명과 간섭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자연에서 실제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동시성이라는 사실이다. 놀랍게도 '동상', 즉 위상 일치는 높은 강도보다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하곤 한다. 사람들의 성격과 함께 일하는 방식, 혹은 함께 일하지 않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통했어'라고 느끼는 새 친구나 연인을 만난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인간관계에서 보강간섭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의 도움 없이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까지 서로를 지지하기 때문에 훨씬 더 즐겁고, 열정이 가득하며, 활기가 넘치는 관계다. (142-143쪽)


저자는 다른 질환보다 비교적 최근에 ADHD를 진단받았는데, 그제야 자신이 움직이는 방식을 올바로 인식할 수 있었고, 어디서 살고 누구와 놀 것인지를 자신에게 유용한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ADHD가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겁니다. ADHD의 병식을 가지고 그 특징을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의 사용설명서를 갖게 된다는 뜻과 같습니다.


그런데 과학자인 저자는 진동수, 간섭, 공명을 이해함으로써 사회적 상호작용의 우여곡절에 잘 대처하는 법을 알았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할지, 자신을 활기차게 하거나 위험할 정도로 기세를 꺾는 사람과 상황이 무엇인지. 또한 자신의 극단적으로 다른 면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도 깨달았다고 합니다.


ADHD의 특징을 설명할 때 이 '파동'과 '진폭'의 비유는 유용합니다. 극단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집중력이나 감정을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으니까요.




저자는 자신의 일상에서 변화하는 파동이 세상의 파동과 부조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내재해 있다가 가끔 흘러나오는 자신의 에너지와 열정이, '다른 이에게는 단순하고 지나치게 솔직하며 과도하게 감정적인 반응으로 보여서 조금은 과장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ADHD가 있는 뇌는 종종 특정 상황에 맞지 않는 파장을 만든다. 예를 들어 동료와 리듬을 맞추지 않고 자기 혼자서 침묵의 신경화학적 디스코를 춘다. 연구에 따르면 ADHD가 있는 뇌는 주어진 업무에 더 활동적인 베타파가 필요할 때도 세타파 상태에 틀어박히기 쉽다고 한다. 그 결과, 시간과 공간 감각이 붕괴하면서 물속에 사는 것처럼 난장판이 되고 만다. 세계는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뇌는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144쪽)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려면 번잡한 시내 중심가에세 페라리를 모는 상상을 해보면 된다. 당신의 뇌가 움직이는 속도는 뇌가 처한 상황과 맞지 않는다. 당신은 여기에서 저기로 뛰면서 계속해서 정신의 가속 페달을 밟지만, 주변은 온통 보행자와 다른 차량, 신호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당신의 뇌는 빨리, 빨리, 더 빨리 가고 싶어 하지만 일상에서 교통 법규와 계속 부딪힌다. 잊지 않고 열쇠를 챙기고, 회사에 제시간에 출근해야 하며, 점심도 먹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정말 힘든 일이다. (145쪽)
ADHD는 당신이 오랜 시간 집중하는 걸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당신을 매우 충동적이고 감정 변화가 심한 사람으로 만들며, 한순간에 행복감에 젖었다가 바로 다음 순간 깊은 절망에 빠지기를 반복하도록 만든다. (145쪽)

사실 ADHD가 있건 없건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타인이나 주변 상황의 파동을 민감하게 감지해서 파동을 증폭시키거나 상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챕터에서 저는 제 일상의 여러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지금은 많이 고쳤지만, 무언가의 장점을 말하며 좋은 기분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떠오르는 말을 거르지 않고 해서(주로 단점, 또는 정서가 아닌 평가에 기반한 말 같은 것)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증폭되도록 놓아두는 게 좋을 상대방의 긍정적인 감정에 상쇄간섭을 가해 평형에 가깝게 만들어 버린 것이죠. (욕하면서 닮는다고, 저 역시 같은 문제로 가족에게 오래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럴 때는 '꼭 그렇게 찬물을 끼얹어야 하나?'하고 답답해했지요. 가족의 경우가 훨씬 심하긴 했습니다.)


나중에야 사람들의 감정을 춤추듯 따라가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 속으로 좀더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발 맞춰(타이밍을 맞춰) 그 감정의 파동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반대로 제가 이야기할 때 제 이야기에 너무 심취해 대화 분위기가 처지지 않도록 주변 상황의 파동에 맞춰야 한다는 것. 서로 격앙되는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가고 있다면 흐름을 따라가며 파동을 키울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을 상쇄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며 말을 선택하는 게 좋다는 것.


특히 진폭이 크고 극적인 사람과 함께할 때 제가 덩달아 제 진폭의 최대치를 보이도록 놔두면 파장이 증폭되어 관계 갈등이 극심해지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 폭을 좁히고 상대방의 변곡점이 어디일지 지켜봐야 한다는 점도 이 챕터의 그래프를 보면서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우정과 인간관계에 관한 이 두 가지 에피소드가 내게 가르쳐준 것은 진폭 사이의 간극을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두 사람 사이의 파장이든, 당신과 당신이 살거나 일하는 장소 사이의 파장이든 상관없다. (148쪽)
타인과 파동의 위상이 일치한다는 말은 당신과 그 사람의 진폭이 완벽하게 똑같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의 파동이 정확하게 거울상이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거울 보듯 정확하게 파동이 일치하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화음이 서로 다른 음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뜻하듯이, 인간관계의 조화는 성격의 위상이 맞는 것을 뜻한다. 서로 크게 다르지 않아서 다리를 놓기가 힘들지 않아야 하지만, 너무 비슷해서 서로가 효율적인 균형과 견제를 이루지 못해서도 안 된다. ... 모든 것은 상호작용의 각도, 그리고 타이밍의 문제다. (151쪽)


저자가 말한 것처럼, 저와 파장이 잘 맞는다고 느끼는 사람이 저와 똑같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저와 똑같이 상대의 반응에 민감한 사람을 만나면 서로의 민감함이  배가되어 만남이 부담스러워지기도 했고, 가족의 경우 서로 닮은 고집스러운 성격이 충돌해서 계속 분노가 커지기도 했으니까요. 예를 들어 제가 스스로 감정이 내려가 이야기를 할 때 그 감정을 너무 처지지 않게 꺼내놓을 수 있도록 에너지를 잃지 않고 가볍게 들어주는 사람이나, 민감한 감수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가 걸려넘어지기 쉬운 자잘한 감정의 골을 모르는 척 무던하게 넘겨주는 사람의 경우 만남이 편안했습니다(일주일에 몇 번씩 통화를 해야 하는 사이에서 통화할 때마다 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컨디션을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게 정말 저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관계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이 사람과는 뭔가 껄끄럽다, 이 사람을 만나면 내 내면의 뭔가가 건드려진디고 느끼게 되는 관계도 있습니다.

요즘 나가는 모임에서 그런 차이를 분명히 느끼는데, 어제는 후자의 사람과 가까이 앉아 길게 얘기를 하게 되었고, 그 사람과 대화하면서 제 안에서 건드려지는 것이 어떤 부분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남들이 다 알 만한 이야기를 확인 없이 설명하는 것이나, 남의 얘기를 듣기보다 자신의 얘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 조언을 하는 것,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강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상대방의 대화 습관에서 그런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았던 것입니다. 매우 심한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건 그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제 과거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모습에서 가장 싫어했던 습관이 그 사람에게 투영되었고, 저도 모르게 불편한 느낌과 반발심이 들어 방어적인 대답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파장의 조화를 생각하면,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이 자신만의 파장으로 대화를 해 나갈 때, 저의 파장과 부딪친다고 느끼는 부분에서는 제 주장을 자제하고 그건 '충돌'의 문제라는 것을 기억하며 제 감정의 진폭을 줄이는 것입니다. 어차피 그는 그의 파장으로 살아갈 것이고, 저는 저의 파장을 그려나갈 것이기 때문에 부딪치는 부분만 인지하고 파동이 겹쳐 증폭되지 않도록 조심하면 그의 장점에 도움을 받는 것으로 만족하며 적당한 거리의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이 챕터는 '간섭'과 '공명'을 함께 다루는데 '공명'에 대한 비유적인 설명은 없어서 잘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와닿았던 챕터 중 하나입니다.


"파도를 타듯 인간관계를 할 것."


이 챕터를 읽고 얻은 생각의 한 줄 요약입니다.





카밀라 팡의《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을 챕터별로 정리하며 후기를 적고 있습니다.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는 1편을 봐 주세요.

https://brunch.co.kr/@harukauranusian/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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