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리여행가 하루켄 Jul 11. 2018

제주가 좋아지는 이유

주말 당일치기로 여행하기 좋은 곳

제주 바닷가 카페에 앉아서


제주 월정리 바닷가를 바라보면서 글을 쓰는 로망, 드디어 해냈다. 이런 느낌 좋다. 감미로운 음악이 있고, 창밖에 바다가 보이는 카페. 지금 제주 해변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다. 20대로 보이는 조용하며 표정 없는 직원이 커피를 내리고 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달콤한 당근 치즈케이크를 먹는다. 음악 이외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는 곳이다. 주인도 손님도.


 제주는 자유와 힐링의 섬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만난 제주의 상점에서 뭔가 다른 느낌이 느껴진다. 뭐지 이 느낌은?


 달콤한 음악, 은은한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 여행자는 상상한다. 여유로움과 행복한 미소가 가득한 40대 초반 여사장. 도회적인 세련됨과 지중해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분위기. 내 판타지는 그러했다. 그런데 제주에 이주해서 장사를 하고 있는 이주민들의 얼굴에 표정이 없다.


내 기분 탓만은 아닐 거 같다. 도시의 상인들처럼 곰살궂지 않다. 혹자는 불친절하다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불친절하지 않다.  도시의 나긋나긋함이 없어 그렇게 느껴질 뿐. 슬쩍 스쳐본 얼굴에는 살짝 피곤함이 느껴진다.  낯선 타향에서 사는 게 그렇게 녹녹지만은 않은 듯싶다.




제주에서 꼭 가고 싶었던 곳


제주에 있는 독립서점 책방 무사, 가수 요조가 운영하는 책방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요조를 만나지는 못해서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그녀는 왜 제주로 갔을까?  


책방 무사에서 제주에 많은 독립서점이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숙소가 있는 성산일출봉 쪽에 소심한 책방이라는 곳이 있다 한다. 가보자.  네비가 말썽을 부려서 두어 바퀴 헤매다가 겨우 찾아간 곳, 소심한 책방.

가수 박정현 같은 요정 3호, 그녀는 수상한 소금밭이라는 게스트하우스의 스텝으로 일하다가 책방에서 일하고 있다. 도시에서 제주로 이주해온지 몇 해가 되었다고 한다.  초면에 독립서점에 관해서 물어봤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할까, 또 이런 똑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그녀는 얼마나 재미없을까. 내가 무례했구나 하는 걸 돌아오는 길에 느꼈다.  


모드락 572 카페의 여주인, 중년의 여사장이 운영하는 듯하다. 카페 안에는 커피 기계인듯한 큰 장비가 놓여있다. 나 혼자 카페에 앉아 있자니 마음이 그렇게 편치만은 않다. 너무 조용해서일까?  옆 테이블 위에 놓인 안경. 아마도 손님이 없을 땐 그곳에 앉아서 글을 읽는 것 같다.  그리고 테이블 한쪽 끝에 슬쩍 보이는 동그란 할아버지 파스 포장지, 일본 여행 갔다 오면 나도 즐겨 사 오는 파스를 여기서 보게 된다. 중년의 나이에 우리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린다. 나 역시.


  이웃주민인듯한 분이 오셔서 사장님과 대화를 나눈다.  제주의 생활이 느껴진다.  카페를 나서며 한 가지 질문을 해본다.


“용눈이 오름, 저녁에도 올라갈 수 있나요? “ 

“ 좋죠. 용눈이 오름, 난 저녁에 무서워서 못 올라가지만, 올라갈 수야 있죠” 

“아, 네. 고맙습니다.”  


목소리가 허스키한 중년의 여성, 낯선 여행자와 둘만 있기에 서로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다음번에 방문할 때는 좀 더 편하게 앉아 있다고 오고 싶다.



  몸국으로 유명하다는 가시식당,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라서 식당에는 나 이외에 한 테이블이 더 있었다.  가족들이 운영하는가 보다. 돼지고기를 불판에 올려놓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식사 중이셨다. 아마도 가족들이 함께 일하는 식당인 듯싶다.  사장님은 제주 토박이 일까? 가족들과 한상에 앉아서 왁작지껄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한결 편안해진다. 한 그릇 뚝딱하고 식당을 나서면서 궁금했던걸 물어보기로 한다.


“ 몸국은 아직도 제주에서 제사 때 쓰나요? “

“ 잔치나 상을 당했을 때 쓰지요, 제사가 아니라. 국물은 메밀과 순대를 섞어서 걸쭉하게 만들지요 “   


메밀이라고  설명해준 거 같은데, 기억이 또 희미해져서 정확하지는 않다.  순댓국에 선지를 넣은듯한 맛이라고 할까?  든든하게 한 끼를 할 수 있었다.


또 한 명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소심한 책방을 물어보려고 들렸던 골목 맨 끝에 있던 카페, 그 카페 마당 앞 의자에 앉아있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분, 존 레넌이 쓸법한 까만색 선글라스. 날씬한 라인의 핫팬츠 차림의 그녀, 그곳의 운영자인지, 손님인지는 모르겠다. 


“ 이 근처인데, 어느 쪽을 통해서 오셨어요? 저 흰색 건물, 그건 아니고요, 저기 할머니들 계시는 곳, 저 나무를 돌아서 조금 걸어가면 거기 있어요 “  


이곳에 장기 투숙하는 손님인 듯싶다. 제주의 시골 동네에서 만난 유럽 여행자 같은 느낌의 여성분, 이미지가 계속 생각난다.



제주를 떠나기 한 시간 전


 짧은 제주여행에서 스쳐 지나간 인연들을 스케치해보았다. 비행기 타기 3시간 전에 나는 이곳 요요무문에서 글을 쓰고 있다.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음악이 좋다. 이곳이라면 글을 쓸 수 있을 거 같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카운터 좌석이 있다. 혼자 온 사람들이 눈치 안 보고 앉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아침에 사람들이 없을 때 앉아있는 게 너무 좋다.   


 공항 가기 전에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느낀 건데, 앞으로 제주는 당일여행으로 오려고 한다. 아침 비행기로 8시 전에 출발하면 늦어도 10시면 렌터카를 빌릴 수 있다. 바로 출발하면 월정리에 있는 요요무문까지 한 시간도 채 안 걸려서 도착한다.


바닷가를 보며 따끈한 아메리카 한잔을 마신다.  2인용 작은 테이블에 앉아서 1시간 정도 글을 써보자.  창 밖의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의자를 옆으로 살짝 돌려서 타이핑을 치면 좋다. 6인용 긴 테이블도 있는데 그곳에는 단체 손님들이 앉는 거 같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바다가 보이는 창가 카운터 자리에 앉는다. 카운터 좌석은 총 8인석이다.  그렇다면 이곳에 한 번에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은 카운터 좌석 8인석, 2인용 테이블 1개, 6인용 긴 테이블 1개 해서 총 16명이다. 그만큼 인원이 꽉 차게 되면 이곳의 매력은 없어질 듯하다. 적당히 여유 있는 공간, 그러려면 손님이 절반 이하였으면 좋겠다. 주인은 싫겠지만.


이곳은 젊은 여자와 중년의 사내가 있어도 별로 불편함이 안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바다, 즉 자연이 힘이 아닐까 싶다. 창 밖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일하는 사람, 그리고 창 밖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글을 쓰는 중년의 사내... 감미로운 재즈음악. 달콤하다. 제주가 좋아진다. 



제주 당일여행 코스


혼자 밥 먹고 혼자 자는 게 불편해서 숙박하며 오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 생각을 바꾸기로 한다. 당일 치기로 오자. 조금 부지런 떨어서 아침 비행기 타고, 월정리로 이동해서 12시 전후까지 글을 쓰자. 점심은 몸국을 먹으러 가시리로 가자. 식사 후엔 성산일출봉 근처에 있는 소심한 서점에 들러보자. 제주에서 만나는 독립 서적, 근사하다.


내가 좋아하는 해안도로는 성산에서 시작해서 구좌읍을 지나서 월정리 해변을 가는 길이다. 용눈이 오름도 빼놓을 수 없다. 용눈이 오름을 가는 한적한 도로를 드라이빙하는 것은 역시 최고의 기쁨이다.  이런 코스로 하루를 재미있게 즐기다가 저녁 마지막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오면 하루 코스로 충분하다. 


비행기 마일리지로 당일 것을 예약을 할 수 있다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기분전환으로 최고 일 듯하다.  문제는 항공권이구나.  새로운 그림이 그려졌다. 갈 곳이 생겼다. 기분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에 한 번씩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