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싶어 떠난 파리 여행기
브런치 북 발행하기에 전문(글자 수 5435 자)
전문은 유튜브(하단 링크)에 직접 녹음한 내레이션과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서 올렸습니다.
어느덧 중년, 삶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어서 떠난 12일간의 나 홀로 파리 체류기입니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매일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튜브 응원과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황심소를 듣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2시간 정도 푹 잔 후 깬 시간은 아침 6시. 한국 시간으로는 낮 1시. 한국에 돌아가면 시차 적응하는데 또다시 2주 정도 걸릴 것 같다.
마지막 2일 남았다.
막판 힘을 다해보자. 체크해야 할 마지막 스팟을 다시 정리한다. 캐논으로 찍은 동영상은 흔들림이 심해서 사용하기 어려울 듯싶다. 오늘은 만장 사진 촬영에 도전하자. 파리를 떠나기 전에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서 기록을 남겨야겠다.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낮에 열심히 돌아다니고 저녁 전 숙소에 들어와 잠깐 쉰 후, 다시 야간 촬영을 나가자.
M13을 타고 인발리드 역에서 8호선으로 갈아타면 오페라 역 쪽으로 갈 수 있다. 오페라 역은 파리에서 보기 드물게 지하철역에 에스칼레이터가 설치되어있기에 캐리어를 끌고 루시아 버스 타러 갈 때 편할 것 같다.
루시아 버스는 그런 면에서 훌륭한 대안이다. 일단 나비고 카드가 있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가 있고, 오페라 역 바로 옆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짐은 본인이 가지고 타는데 낮 11시에 가보니 차량이 붐비지도 않고 편안하게 직통으로 공항에 갈 수 있다.
‘ 그래, 루시아로 결정했어 ‘
사전 답사까지 끝마치고 보니 루시아 버스가 공항을 오 갈 수 있는 최적의 교통수단인 것 같다.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기에 루시아 버스를 타려는 승객들이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나타나지만, 15분 배차이기에 줄 설 필요가 없어 좋다.
오페라 역 부근은 관광객이 넘쳐나는 활기찬 지역이다. 이 부근이 소매치기가 많다고 들었다. 나비고 카드를 이용하면 파리 15구에서 지하철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시내를 오가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또 파리 동서를 가로지를 땐 트램을 이용했다. 교통카드 나비고를 이용하면 파리 시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갈 수 있기에 나비고는 정말 요긴했다.
국철 RER-B는 파리 지하철보다 실내가 매우 덥고, 분위기가 약간 히피스럽다. 아마도 흑인과 제3세계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북역 근처를 지나가기에 그런 듯싶은데, 사실 이 부분은 나의 편협된 인종차별적인 시각의 영향인 것 같다. 파리에 2주간 머물면서 그들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다만, 국철의 실내는 더워도 더워도 너무 덥다. 파리 들어올 때 타보고, 룩상부르 공원에서 쎄떼 대학교 쪽으로 가기 위해 몇 번 타곤 했다. 그때마다 국철 타고 공항에 가는 건 한 번은 하지, 두 번은 도저히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것이 국철에 타보면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다. 처음 파리로 들어갈 때 겁 없이 타보았는데,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
대안으로 몽파르나스역 앞에서 르버스를 타고 갈 생각을 했는데, 일단 17유로 추가 비용 드는 점이 아깝다. 캐리어를 르버스에 싣는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짐을 넣어주는 스텝들이 3명 정도가 붙어서 캐리어를 버스 속에 차곡차곡 넣어 주는데, 짐 표를 별도로 발행하지 않기에 분실 위험성이 있다. 사실 내 캐리어에 귀중품이 있지도 않지만, 그래도 비싼 돈을 내는 것에 비해 시스템이 깔끔하지 못한 것 같다.
르버스 정류장에서 가까운 몽파르나스 묘지를 또 찾았다. 이번에는 꼭 모파상 묘를 찾으려 했는데
또 찾지 못했다. 구글맵까지 동원하며 찾았는데 역시나 찾기가 쉽지 않다. 쉽게 자신의 자리를 알려주지 않는 모파상 할아버지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 얘야, 죽어서까지 무슨 부귀영화를 내가 꿈꾸겠느냐, 죽으면 다 똑같은 거란다. 굳이 내 묘지를 찾으려 하지 말아라. 이곳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내 친구들이 다 나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란다. 저 쪽에 잠들어있는 사르뜨르, 보부아르도 같은 생각을 할 거야.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언제든 편안하게 하려무나 “
“ 네, 모파상 작가님. 저는 앞으로 남은 인생은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이 무엇이고, 자신의 믿음을 확인하게 되면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을 해 보이고 싶어요. 그게 제 남은 인생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해요. 모파상 작가님께 약속드립니다 “
몽파르나스 묘지 한 블록 위에 있는 담벼락을 따라 걸어가며 모파상 할아버지에게 약속을 했다. 묘지의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내리쬐는데 따스하게 느껴진다. 난 이날의 약속을 잊지 않으려 한다.
몽파르나스역에서 송산 식당까지 부지런히 걸으며 주변 사진을 찍었다. 동영상을 똑딱이 카메라로 찍으면 너무 흔들리기에 사진을 많이 찍으려 했는데, 350장 정도 사진 찍으니까 배터리가 방전돼버린다. 350장이면 옛날 필름 카메라로 계산하면 10 롤을 찍은 셈이다. 돈이 안 드니까 너무 성의 없이 마구 찍는 것 같다. 부지런히 걸어 30분 만에 몽파르나스 역에서 식당까지 왔다. 아마 3킬로 미터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혼자 오셨어요? 어제 그 자리로 안내해드릴까요? “
“ 네 “
이번에는 돼지고기 양념을 시켜본다. 오호라. 양이 일단 오징어 불고기보다는 푸짐하다. 오랜만에 고기를 먹으니까 든든하다. 한식을 먹어 기운이 나는 거 보니 난 토종 한국인이 맞는 것 같다. 어제 감기 기운이 느껴져서 살짝 걱정을 했는데, 한식을 먹고 나니 거뜬하게 감기가 떨어진 것 같다. 파리에서 한식을 먹을 수 있게 해 준 송산 식당에 감사하다.
“ 안녕하세요 ‘
시크한 아재 스텝이 얼굴 안다고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시크할 뿐이지 결코 불친절한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스텝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파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앙즈 시장의 테즈식당 일본인들도 스텝들끼리는 수다를 떨지만 손님들과는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자신들의 영역에 대한 확실한 선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그게 파리지앙의 프라이빗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짧은 기간 동안 파리에 머물다가는 여행자의 단편적인 인상일 수 있다.
“ 파리에 살면 화장실이 없어서 불편하지 않으세요? “
“ 제가 화장실을 잘 안 가서요 “
계산을 하며 청년 스텝에게 화장실에 대해서 물어본다. 파리에는 화장실이 정말 없다. 더워도 생수 하나 마음대로 마실 수가 없는 도시다. 화장실이 없다 보니 소변이 급할 때는 유료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카페 같은 데를 가야 한다. 화장실이 없으면 카페가 더 잘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헤밍웨이가 특파원으로 7년간 살았던 파리. 춥고 돈이 없어서 읽고 싶은 책을 못 살 때,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책을 빌어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살던 집은 책방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다. 룩상부르 공원까지 걸어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위치였다. 무프 타프 거리로 내려가면 작은 카페들이 보이는데 유튜브에서 봤던 맥주집은 아직 4시 전이라 열지 않았다. 한잔 마셨으면 좋을 텐데. 아쉽다.
헤밍웨이는 이 동네를 거닐며 글에 대한 구상을 했을 것이다. 추운 겨울 언덕이 있는 이 골목을 거닐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노인과 바다는 어렸을 때 읽어본 적은 있지만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책은 아직 읽어보질 못했다.
헤밍웨이가 살던 아파트 바로 앞에 마치 시골 동네 어귀에 있을 법한 큰 나무가 서 있고, 그 나무 아랫사람들이 둘러앉아 쉬고 있다. 주변에는 카페가 많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완전무장 한 군인 4인 1조가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군인들이 경계를 하기에 든든한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 파리는 테러 위험이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몽마르트르에서도 군인을 보고, 에펠탑에서도, 루브르 박물관 쪽에서도 무장한 군인들을 보았으니 웬만한 관광지에는 실탄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전부 경계를 서고 있는 셈이다.
헤밍웨이의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니 뤽상부르 공원이다. 날씨가 지난주보다 훨씬 시원해져서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다. 잠깐 앉아서 휴식을 취해본다. 소르본 대학까지 걸어가 볼까 생각을 했는데 호텔에 들어가서 조금 쉬다가 저녁에 에펠탑 야경을 보러 갈까 한다. 일단은 호텔 가서 쉬도록 하자.
호텔에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꼼짝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몸이 늘어지고 다리가 당긴다. 그냥 맥주 한잔 먹고 자고 싶다. 시간은 파리 시간으로 오후 6시.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라면 자야 할 시간이지만, 2주가 다 되어가니 이제야 시차 적응을 하기 시작한다. 와인을 한잔 마시고 사진 정리하는데 아무래도 이러다 축 늘어져 퍼질 것 같다. 8시에 서둘러 에펠탑으로 향한다.
에펠탑 야경 보기 좋은 곳을 가기 위해 내린 역 부근은 알마교 앞이다. 알마교 지하차도 앞에 손 동상이 있는데 거기에 다이에나의 사진이 놓여있다. 사람들은 이 동상이 다이애나 추모비인 줄 알고 이곳에 꽃을 놓고 간다고 한다. 사실 황태자비의 추모탑으로 알려진 이 조형물은 ‘자유의 불꽃'이다. 자유의 여신상을 1886년에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기념으로 100년 뒤, 1987년에 미국이 프랑스에 선물한 조형물이라 한다. 추모탑이 아니면 뭐 어떠냐, 그분을 생각하며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중요하지.
지친다. 지쳐.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바로 컴컴해지지는 않는다. 아직도 훤하다 보니 보니 에펠탑에 조명이 들어오지 않는다. 바람은 또 왜 이렇게 센지 살짝 쌀쌀한 기운도 느껴지고 1시간 동안이나 에펠탑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 보니 지겹다. 기다리며 사요 궁 광장을 지켜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에펠탑을 손가락으로 집는 사진을 담으려고 똥폼 개폼 다 잡아가며 사진을 찍는다. 여자 친구를 모델보다 예쁘게 찍어주고 싶어서 땅바닥을 박박 기어 다니는 남자 친구들을 보고 있노라니 세상 남자들 하는 행동이 참 비슷하다.
칼라풀한 조명은 아니지만 노란 조명이 에펠탑에 들어오는 걸 봤으니 에펠탑 야경을 본 걸로 퉁 치자. 밤 10시 20분쯤 지하철을 타러 간다.
낮과는 전혀 다른 지하철 분위기. 한마디로 분위기 싸하다. M13으로 갈아타고 숙소 방향으로 가는데 출근시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에 탑승한다. 술냄새도 어디선가 살짝 나는 것 같다. 동양계 할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나를 툭 치더니 미안하다는 듯이 내 어깨를 손으로 토닥거린다. 흐미, 할아버지니까 상관없지만 험상궃은 남자가 그랬다면 간이 철렁 내려앉았을지도 모르겠다. 환승장 건너편 승강장에서 아프리카계 여성이 흑인 남성에게 큰 소리로 항의하고 사람들이 모여든다. 폭력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낮 하고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호텔 바로 전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린다. 아마 그역 이 주택 밀집지역인가 보다.
지하철에서 내려 숙소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10분. 거리도 낮 하고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밤이 되니 조금 신경 쓰이고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다. 관광지를 제외하면 파리에서 밤길을 혼자 다니는 건 비추다.
호텔 문이 닫혀있어 초인종을 누르니 아저씨가 문을 열어준다.
“ 봉쥬르 “
“ 봉수화 “
맞아. 저녁 인사는 봉 수화인데. 까먹었네.
에펠탑 야경을 처음 보고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긴장이 풀린다.
쉬고 싶다.
21년에 구독자 천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힘이 되어주세요. ^^
독립영화 어쩌다 파리 제10화 : 오페라역/루시아버스/르버스/모파상/혜밍웨이/알마교/다이애나 황태자
https://blog.naver.com/seoulharu/222402127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