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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Oct 20. 2021

어쩌다 파리 제8화: 산업 카페 미녀 사장님 봉주르

브런치 북 발행하기에 전문(글자 수 6489 자)이 많아서 4637 자로 줄였습니다.

전문은 유튜브(하단 링크)에 직접 녹음한 내레이션과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서 올렸습니다.

어느덧 중년, 삶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어서 떠난 12일간의 나 홀로 파리 체류기입니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매일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튜브 응원과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라데팡스 역을 나와 바라본 주변 풍경은  내가 알고 있는 파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높게 치솟은 빌딩을 향해 일개미처럼 걸어가는 사람들은 모두들 최면에 빠진 것 같다.  신개선문이라는 뜻의 라데팡스는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생김새는 개선문처럼 생겼지만, 그 규모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라데팡스 두 기둥 사이로 비행기가 통과하는 이벤트를 할 정도로  건축물의 사이즈가 생각보다 훨씬 웅장하다.  저 멀리 어렴풋이 개선문이 보인다.  상암동 디지털 미디어 벨리나 판교 IT 벨리처럼 벤처회사가 많은 것 같은 신도시다. 


웅장한 라데팡스 기둥을 배경으로 중국인 연주가들 2,30명이 연미복과 드레스를 입고 포토그래퍼 요청에 따라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라데팡스 분위기는 내가 알고 있는 파리의 모습 하고는 전혀 다른 현대적이고 테크니컬 한 느낌이다. 

파리 현지인 인스타그램에서  바스티유 지역에 핫스팟으로 유명한 맛집 ‘산업 카페’가 있다 하여  찾아 나선다. 

산업 카페 브런치 시작시간은 오전 10시 30분, 아직  20분 정도 시간 여유가 있기에  주변 골목길 풍경을 사진 찍으며 산책했다.  여행 중에 시간이 나면 현지 마트에 잠깐이라도 들린다.   이곳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식사 재료를 구입하는지 관찰하는 게 재미있다.   배가 너무 고파서 10시 25분쯤에 산업 카페로 들어간다.


“ 봉쥬르 , 즈브드헤 브런치 쎌부뿔레 “

“ 봉쥬르 , 브런치는 주말밖에 안 되는데요.  지금은 브렉퍼스트만 됩니다 “


앗, 이럴 수가.  인스타그램에서 사전 정보를 찾아봤는데, 브런치가 주말 메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낭패다.   카페 메뉴판을 자세히 살펴보니 주말과 공휴일에만 브런치를 판매한다고 쓰여있다. 


“ 노 프러블럼 “


괜찮다고 쿨한 척 이야기하고 안쪽 자리에 앉아 주변을 둘러본다.  근사한 브런치를 기대했는데 쫄쫄 굶을 것 같다.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나서일까? 카페 손님들 대부분은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노트북 작업을 한다. 


“ 파흐동 “


이래서 오해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서양인 치고는  키 작은 아르바이트 학생이 혼자서 열심히 홀 서빙을 하고 있는데, 도통 내 주문은 받을 생각을 안 하기에 살짝 손을 들고 불렀다.  이래서 인종차별한다고 오해를 하는 걸까?    먼저 들어온 주문의 서비스를 마칠 때까지는 중간에 들어오는 오더는 신경을 안 쓰는 듯하다.  얼추 서빙을 마치고 난 후, 내 테이블로 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5분 정도.  감정 상하거나 당황하지는 말자.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주의 깊게 관찰하기로 한다. 

아르바이트 학생이  자꾸 되묻는다.


“ 커피만요?? “

“ 쏘리? “


세트메뉴라서 뭔가 더 골라야 되는 것 같은데,  맨 윗줄에 있는 우유 섞은 커피 하나와 크루아상을 선택했다. 뭐 나와보면 알겠지.  영어로 말을 해야 하는데 학교 졸업하고 거의 영어를  안 쓰다 보니, 마음이 급해서  영어 대신에  자꾸 일본어가 튀어나온다.  일본 출장 가서 서바이벌 일본어를 하며 외국인과 프리토킹한 경험이 있어서 일까?  외국인을 만나 의사표현을 할 때 영어보다 일본어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잠시 후  음식이 온 걸 보고 세트 구성의 뜻을 이해했다.  음료 1개, 빵 1개에 서비스로 음료를 1개 를 더 선택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세트 구성은 기본 음료 외에 1개를 더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데 커피만 시켰으니, 아르바이트 학생이 자꾸 추가로 주문할 것 없냐고 물어봤던 것 같다.   세트로  7.5 유로이니까 파리 물가로 보면 그렇게 비싼 것 같지는 않다.  몽마르트르 카페에서 8유로 내고 크루아상 1개와 카페 알롱제 한잔 마셨으니까 가격은 비슷비슷한 것 같다.  싱싱한 오렌지주스 한잔을 더 주는 게 세트메뉴의 추가 서비스인셈이다.   


신선하고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오렌지 주스다.  크루우상과 커피를 마시며 편한 마음으로 카페 안을 본격적으로 관찰하기 시작한다.  재미있게도 파리의 화장실은 대부분  지하에 있는 것 같다.  산업 카페 화장실 역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아래 있는 게 신기하다.  이전에 갔던 몽마르트르 카페의 화장실도 아래층에 있었다.  혹시 파리는 세계대전 당시  방공 대피소를 지하에 만들어 놓은 게 아닐까?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그 공간을 화장실로 사용하는 게 아닌지, 상상을 해본다. 


카페에  20명 정도의 손님이  앉아있었지만,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참 신기하다.  파리에서 화장실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화장실이 있는 카페에서도 화장실을 자주 안 가는듯하다. 이곳 파리 사람들의 방광의 크기가 궁금해졌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시크하게 짧게 인사하는 아르바이트생.


“ 메르시 “


식당을 나와 다음 행선지를 찾기 위해 구글맵을 돌리는데, 처음 가게에 들어갔을 때 만났던 사장님을 식당 앞에서 다시 한번 마주친다.  


“ 봉주르 “

“ 봉주르, 즐거운 여행 되세요 “

“ 메르시 “


역시 아르바이트 학생하고 오너는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손님은 늘어 나는 일거리이겠지만, 오너에게는 자신의 비즈니스에 힘을 주는 서포터들 아니겠는가?  산업 카페 오너는 스크린에서 툭 튀어나온 영화배우처럼 아름답다. 뭐지?   지금껏 길에서 본 파리 사람 중에서 미모로서는 톱클래스인 듯싶다.  서양사람이라 내 눈에는 전부 서양 영화배우로 보이는 걸까?   카페에서 일하는 사장님을 영상으로 찍기만 해도 분위기 좋은 한 편의 프랑스 영화가 될 것 같다.  베르사유궁에서 툭하고 튀어나온듯한 엘레강스한 느낌의 오너인데, 카페 이름은 왜  산업 카페일까?   기억에 남는 카페다.  


슬슬 허기가 지는 것 같아서 점심 먹으러 오페라 쪽으로 왔다.  오페라 뒷골목에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라  쏟아져 나온다.  ‘도깨비’라고 쓰여있는  한국식당에 11시 30분쯤 청년 두 명이 나와  가게문을 연다.  도깨비 간판의 한글 폰트 느낌이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아서 좀 아쉽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외국인들이 한글 폰트의 느낌까지는 디테일하게 알 수 없을지도 모르니, 상관없는 것 같기도 하다. 


골목 깊숙한 곳에 있는 홋카이도 라멘집은 12시에 오픈이지만, 이미 10분 전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손님이 한 명 앉아있다.   카운터를 지키는 일본인도 역시 파리 스타일대로 시크하다. 일본 현지처럼 살갑지  않으니 이걸  불친절하다 말할지도 모르겠다.  중국말도 간간이 하는 서빙 보는 아줌마는  살짝 혼혈 같은데 푸근한 인상이고, 아프리카계 청년은 나에게 호의적인 눈빛을 보인다.  전체적으로 직원들은  파리의 시크함에 일본 스타일의 친절함을  20% 정도 가미한 느낌이다. 


쇼유라멘을 시켰는데 국물 맛이 깊지는 않고, 면은 인스턴트 라면처럼 꼬들꼬들하다.  한번 먹어보는 경험으로는 좋지만, 맛집으로 오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내 입맛이 오사카 라멘 입맛에 길들여져 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파리에서 쇼유라멘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름의 의미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다만 어제 먹었던 베트남 국수의 깊은 맛 하고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번화한 오페라에서 9유로에 식사를 했으니  그걸로 만족하자. 


화장실이 있는지 한번 물어보자.  외국어 몇 마디 알게 되면 현지에서 줄 구장 창 사용하는 서바이벌 외국어는 화장실 물어보기다.  간단한 한 문장으로 현지인에게 내 의사를 전달하고 피드백받는 게 너무 재미있다. 


“ 우쏭 레트알레? “


의미가 통했으니 흐뭇하다. 카운터에 있는 일본인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다. 


“ 아리가또 고자 이마시다 “


들은 척도 안 해서 살짝 섭섭했지만, 이런 게 파리 스타일이 아닐까 싶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몽파르나스에서 공항까지 가는 르버스 정류장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몽파르나스 역으로 다시 간다. 

공항에서 방금 도착한 차량의 짐칸에서 직원들이 손님들의 짐을 빼고, 다시 공항 가는 손님들의 짐을 짐칸 깊숙이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짐을 실을 때 수화물 확인 표를 주지 않기 때문에 공항 도착 후 짐을 내릴 때는 다른 사람이 내 짐을 잘못 가져갈까 봐 걱정이 될 것 같다.  대만이나 일본에서 리무진 버스 이용할 때는 짐 보관 표를 줘서 안심하고 이용했는데, 파리의 르버스는 그런 서비스가 없는 게 조금 아쉽다.  차량 티켓은 정류장 옆 매표소에서 구입 가능하기에 차내에서 굳이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동판매기도 설치되어있지만 신용카드를 이용해야 하고, 햇빛이 워낙 강해서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르버스 이용은 나비고 카드가 적용되지 않아서 교통비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귀국할 때는  첫날 시내 들어올 때 타고 왔던 RER-B 국철을  다시 타고 공항으로 갈까 생각 중이다.  가급적 추가 비용 없이 나비고 카드를 끝까지 깔끔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국철 RER-B 나 루시아 버스를 이용할 생각이다. 


“ 봉쥬르 “

“ 오, 마이 베스트 프렌드 “


아프리카계 친구, 이 친구 넉살이 장난 아니다. 이제 세 번째 보는 건데 점점 더 친근하게 군다. 옆에  친구 들인듯한 녀석들과 키키 덕 거리는데. 자기 친구들은 나쁜 녀석들이라며 농담을 한다. 

맥주 작은 것을  한잔 시켜서  한입에 털어 넣는다.  너무 빨리 마셔버렸나?   한잔만 마시고 계산을 하니 이 친구, 살짝 아쉬워한다. 


“ 씨유 투모로우, 메르시 “


쿨한 척 인사를 날려주고 호텔로 돌아온다.

내일은 뭐하지?

웬만한 건 다 해버려서 이젠 뭘 해야 할지 고민이다. 새로 구입한  와인을 꺼내 반 병쯤을 비우니 알큰하다.  파리에 와서 술을 너무 자주 먹는 것 같다.  슬슬 피로감이 쌓인다.  여행이 중반을 넘어 이제 여행의 끝을 향하고  있다. 8일 동안 파리 시내의 웬만한 장소는 한 번씩 다 돌아본 것 같다. 이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뜻깊게 보낼까?









21년에 구독자 천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힘이 되어주세요. ^^


독립영화 어쩌다 파리 제8화 : 라데팡스 신개선문에서 바스티유 산업 카페까지

https://youtu.be/ZI67X482AJE

        


https://blog.naver.com/seoulharu/222306105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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