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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Oct 19. 2021

어쩌다파리 제6화: 퐁네프의 연인들, 미드나잇 인 파리

나를 알고 싶어 떠난 파리 여행기 

브런치 북 발행하기에 전문(글자 수 7500자)이 많아서 5390자로 줄였습니다.

전문은 유튜브(하단 링크)에 직접 녹음한 내레이션과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서 올렸습니다.

어느덧 중년, 삶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어서 떠난 12일간의 나 홀로 파리 체류기입니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매일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튜브 응원과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미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자유의 여신상' 이 있는 그흐넬르 다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에 나온 ‘비르하켄’ 다리, 파리 여행 전 몇 번이나 돌려봤던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비 내리는 ‘ 알렉산드르 3세 다리' , 파리에 대한 환상과 판타지를 만들어준 프랑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그 영화의 배경인 시테섬에 놓여있는 ‘퐁네프 다리'를 포함한 영화에 등장한 세느강에 놓인 다리를 한 번씩 다 건너보고 싶다. 


세느 강변을 산책하거나  마라톤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중세풍의 멋진 건축물이 강물에 비치고, 금발의 미남, 미녀들이 달리는  모습이 CF의 한 장면 같다.    관광객들은 세느강변을 따라 걸으며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다.  저녁 불빛을 받으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한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  보이는 세느강 풍경은  영화 속 이미지와 다르게 그저 평범하다.    


어느덧 저 멀리 퐁네프 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영화에서만 보던 퐁네프 다리를 파리에서 직접 보게 되니 감격스럽다.   1992년에 상영한 영화 ‘퐁네프 연인들’ 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자유로운 영혼이랄까?  내게는  기괴하고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었던 사랑 영화였지만, 파리를 배경으로 두 사람의 처절한 사랑의 몸부림은 그 당시 어린 마음에 처연하게  느껴졌다.  두 번 보기는 부담스러운 영화였는데, 30년이 지나 얼마 전 예술영화관에서 다시  보게 된다.  줄리엣 비노쉬는 영화 속에서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남자 배우 드니 라방의 자학적인 사랑은 아직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파리 세느강변에 있는 퐁네프의 다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지난 세월이 영화처럼 흘러지나간다.   영화에 관련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영화 주변부를 계속 맴돌았고, 차선책으로  ‘공연 이벤트'를 공부한 후,  관련 업종에서 일했으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오랜 세월 부유하듯 살아왔다.  그 긴 시간이 한여름 밤의 꿈처럼 흘러지나 간 듯싶다.


‘ 그래, 맞아. 여기야 ‘


추억의 퐁네프의 다리가 눈앞에 펼쳐지니 신기하다.  영화 ‘ 퐁네프의 연인들'의  실제 촬영은 이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  세트장을 별도로 만들어서  촬영했다.  영화 속에 나온  다리 끝의 두 건물이 기억에 남았는데. 그 건물 중 하나는 현재 공사 중이다.   영화 중간중간 퐁네프 다리 위에서 술 마시던 비밀스러운 그들만의 아지트,  반원 형태로 둥글게 돌로 만들어진 긴 의자 앞에 서 셀카를 찍고 있으니, 금방이라도 줄리엣 비노쉬가 뛰쳐나올 것 같다.   내 청춘의 한 시절에 본 영화 속 현장으로 온 것이다.  30년이 지나서 말이다. 밤이라면 야경이 근사 했을 텐데, 뜨거운 태양 아래 그늘 한점 없는  다리 위에 있으려니 더워도 너무 덥다.  더 뜨거워지기 전에  다음 코스를 향해  움직여 본다.


얼마 전 화재로 타버린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노트르담 성당 앞에 도착했다.   고딕 양식은 뾰족한 첨 답이 올라가 있고, 전체적으로 선이 쭉쭉 뻗어있는 건축양식을 말한다.  아쉬운 건  좀 더 가까이 근접해서 자세히 보고 싶었으나, 복원 공사 중이어서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돈 없는 문인들이 오면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글을 쓸 수 있는 타자기가 있다고 하는 책방,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도착했다.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단골 서점이라기에 관심 있게  둘러본다.  

<미드 나잇 인 파리>  영화 속 한 장면이 뚜렷하게 기억나는 곳이 있어 그곳으로 찾아간다.  구글맵으로 미리 저장해뒀기에 찾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너무나 평범한 장소라서 화면과 잘 매칭 되지 않는다.  과거로 가는 자동차를 타는 생 에티엔 뒤몽 성당.   영화 속 주인공이 앉아있던 그 성당 계단에  똑같은 자세를 취해본다.  이곳에서 밤 12시, 골목을 지나는 차를 타고 과거의 파리로 가는 설정이다.  영화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한  중요한 장소이기에 관광객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의외로 이곳을 지나는 관광객도, 현지인도 거의 없다.  


바로 그 옆으로 볼테르, 루소, 빅토르 위고, 퀴리부인 등의 묘가  있다는 팡데온 신전이 있다.  신들이 사는 신전에 저분들을 모시게 된 건 어떤 이유일까?   팡데옹 신전 앞에서 사진 한 장만 찍고 그냥 지나친다.   

3층 아파트를 내려와  무프타르 거리를 지나 뤽상부르 공원 쪽으로 내려가는 헤밍웨이.  그가 산책했을 거리를 따라 뤽상부르크 공원까지 따라왔는데, 날씨가 너무 덥고 화장실도 급해서 공원 앞에 있는 버거킹에 들어간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무인 자판기로 햄버거를 주문하는데 맨 마지막 결제 부분에서 꼭 에러가 난다.   


어떤 이유일까?  동영상으로 찍어두면 좋을 텐데.  손에 든 게 많아서 촬영이 쉽지 않다.  출력된 종이의 번호를 들고 기다리는데,  카운터에 있는  직원이 계속 뭐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3,4번을 부르는데 아무도 그쪽으로 가지 않기에 눈치를 보니, 내 번호를 부르는 것 같아서 뒤늦게 카운터에  번호표를 내민다.   버거킹 스텝은 20대 초반의 남학생인데 아무런 표정 없이 계산기만 두드린다.  신용카드를 내미니, 앞쪽의 신용카드 단말기에 꽂으라고 한다.


“ 아웃 오브 오더 “

“ 컨펌? “


계속 에러가 나는데, 불어로 뭐라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단말기에 있는 영어를 스텝에게 보여주니 단말기 버튼 중 맨 오른쪽 노란색 버튼을 누른다. 아마 확인 버튼을 내가 누르지 않아서 그랬나 보다. 콜라 한잔 먹기가 참 쉽지 않다.  시원하게 콜라 한잔 먹고,  2층에 있는 화장실로 간다.  역시나 남녀공용.  화장실에 들어가서 소변을 보려는데 10대 후반 여자애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바로 옆 거울 앞에서 화장을 고친다.  민망하고 당황스러워 소변을 볼 수 없는 중년 아재,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화장실 문화다. 슬금슬금 여학생들 눈치를 보며 겨우 소변을 보고 나온다. 


뤽상부르 공원, 영화에서 많이 봤던 깍두기처럼 썰어놓은 나무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반쯤 누울 수 있는 의자에 기대 연못을 향해 길게 발을 뻗은  모습을 사진 찍고 싶었지만, 날씨가 너무 덥다.  나무 그늘로 햇빛을 반쯤 가린 의자로 자리를 옮겨 앉아  미드 나잇 인 파리의 테마음악을 듣는다. 좋다.  날씨가 선선하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점심식사를 하러  13구역  차이나 타운 쪽으로 이동한다. 

깜짝 놀랐다. 이곳은 파리인가? 중국인가?  마치 상해나 마카오를 온듯하다. 건물은 유럽식이고 가끔 서양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중국사람들이다.  아시아 사람들을 오랜만에 이렇게 많이 보니, 고향사람 만난 것처럼 반갑다.   노점상인들도 중국인이고 거리의 간판도 중국 간판 일색이다. 놀랍다. 중국인들은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렇게 차이나타운을 형성하는가 보다. 그들의 공동체 능력에 탄복하게 된다.   


점심식사로 가는 곳은 베트남 음식점 포봄 pho bom. 점포 규모가 크지 않아 자리가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점심시간이 살짝 지나  다행히 1 좌석이 남아있다.  메뉴판에 쓰여있는 2번째  추천 국수를 선택하고 찡타오 맥주 한 병을 시켰다.   고수 향이  화장품 냄새로 살짝 느껴져 자주 먹지 않았던 베트남 국수지만, 국물을 몇 번 먹어보니 그 맛이 진국이다.   10유로 밖에 안 하는 저렴한 가격에 닭고기도 듬뿍 들어있는 쌀국수를 먹을 수 있는 곳이 파리에 여기 말고 또 있을까 싶다.   


파리 13구, 차이나타운 끝자락에 있는 현대적인 몰, 이탈리에 듀 (italie deux)에 도착했다. 

날씨가 더워 에어컨 바람을 빨리 쏘이고 싶어서 뛰어 들어가고 싶은데,  경비원이 일일이 가방 검사를 한다.   재미있게도 이 정도 규모의 대형몰에 화장실이 1층에만 2개 있고, 더구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지하철 게이트처럼 회전 바가 설치된 입구가 있고, 그곳에는 직원이 돈을 받고 있다. 아주 급한 상황이 아녔기에 다음 코스로 이동한다.


벌써 4번째 가는 몽마르트르 언덕, 지금까지는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시간에 갔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사람이 많을 때 찾아간다.  관심 있게 관찰하고 있는 오른쪽 둘레길의  팔찌단 사기단을 보기 위해서다.   사람이 어머 무시하게  많다.  앙베르 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인파에 휩싸여서 걷기조차 힘들 지경이고, 날씨는 더워도 너무 덥다.  몽마르트르 언덕 오른쪽 둘레길의 팔찌 사기꾼들도 더위를 피해  그늘에 들어가 있고,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다만 계속 나하오, 곤니찌와 등을 말하며  멀찌감치 떨어진 나무 그늘 아래서 호객행위를 한다.  모른척하면 된다.  신경 쓰지 않고 가던 길을 뚜벅뚜벅 가면 되는데, 유튜브 동영상은 왜 그렇게 자극적인 영상들만 가득할까?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소개하며 ‘선물’이라고 건네는 팔찌를 의심 없이 받게 되면  엄청난 바가지요금을 내야 한다.  일반 나일론 끈을 작품이라 소개하며 한번 팔목에 채우면 50달러 이상을 요구한다.  그들을  사기꾼으로 규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  


공짜로 선물한다는 말에 속아서는 안된다.  접근해서 손목에 끈을 채우려 할 때, 의사표현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불안한 마음 때문에 너무 쫄 필요도 없고, 또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막말로 만약 사기당하면 까짓 50달러 줘버리고 말자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 하면,  30년 전부터 몽마르트르 팔찌단의 악명을 듣고 있었는데, 실제 와서 보니 그렇게 두려워할 상대들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즐길 일이 수없이 많은데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부분에 과민하게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는 궁금해서 계속 팔찌 사기단을 만나는 둘레길로 올라갔지만,  푸니쿨라에 탑승하면 팔찌 사기단과 만날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니 안심해도 좋다.   막연한 불안은 공포심을 불러올 수 있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군것질을 안 하는데 더워서 아이스콘을 하나 물고 내려오니 그나마 좀 살 거 같다.  폭염이 장난 아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다.   


“ 봉쥬르 “


오늘도 어김없이 퇴근 전 단골 주점인 호텔 앞 비스트로에 들린다.   공각기동대 여전사 같은 종업원 있는 곳, 숙소에서  가깝고  친절하기에  자주 찾는다.  카운터에 서서 마시면 맥주가 3.5 유로. 큰 걸로 마시면 7유로다.  오후 5시에 일하는 스텝이 바뀌었다.  남자 둘이 카운터에서 일하고, 그중 한 명은 아프리카계로 이렇게도 피부가 검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내게 보여준 친구다. 저녁 타임에 일하는 직원은 처음 보는데,  그가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넨다. 


“ 차이나? “

“ 농. 코리안. 유노 코리아? “

“ 아이 노우 “

“ 나이스 밋츄


그가 먼저 악수를 청해 온다.   영어를 잘하면 같이 농담 따먹기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 친구의 빠른 영어를 듣는 게 마치 리스닝 테스트 같아서 은근히 신경 쓰인다.    유쾌한 친구다. 

외국 관광객이 찾지 않는 현지인 술집에서 혼자 맥주를 며칠째 마시고 있다. 여행 전 혹시나 인종차별당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맥주 맛도 좋고 친절한 파리 사람과  편안하게 한잔하는 즐거움을 매일 만끽한다.  여행은 이제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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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 퐁네프의 연인들, 세느강변 추억

https://youtu.be/mWkuF9VSkI4



https://blog.naver.com/seoulharu/222528465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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