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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Oct 19. 2021

어쩌다 파리 제5화: 동네 산책하듯 몽마르트르 언덕

나를 알고 싶어 떠난 파리 여행기

브런치 북 발행하기에 전문(글자 수 11692자)이 많아서 5119자로 줄였습니다.

전문은 유튜브(하단 링크)에 직접 녹음한 내레이션과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서 올렸습니다.

어느덧 중년, 삶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어서 떠난 12일간의 나 홀로 파리 체류기입니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매일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튜브 응원과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호텔방을  나선 시간은 아침 7시.  혼자 타기도 비좁은 엘리베이터 대신에  계단을 따라 5층에서 걸어 내려오니, 어느덧 1층.  아침인사를 하려 프런트를 쳐다보니 스텝이 아무도 없다.  호텔 밖으로 나가기 위해 로비를 가로질러  유리문의  손잡이를 밀쳐본다.   문이 잠겨있다.  호텔 문이 잠길 수도 있나?   프런트에  직원이 없으니 당황스럽다.


“ 체크아웃? “

“ 농 , 오픈 “

“ 턴 “


짧다. 우리의  대화는 정말 짧다.  로비 뒤쪽 식당에서 들려오는  중년 남자의 건조한 목소리. 손잡이를 돌려보란다.   문을 열지 못해 현관 앞에 우두커니  있는 나를 용케 발견한 모양이다.  일본이나 한국 같았으면 직원이 쪼르륵 달려와 열어 줬을지 모른다.  손잡이를 아까보다  힘껏 오른쪽으로 돌리니 그제야  문이 열린다.


호텔을 나와 교차로 쪽으로 5미터쯤  걸어가면, 왼편에 식품점  ‘프랑프릭스’ 가 보인다.  아침 7시 30분에  문을 열기에 상점 앞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화물차에서 가게로 상품을 옮기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사거리 쪽으로 걸어간다.   횡단보도 건너 빵집에는  갓 구운 빵을 사려는 동네 주민들 3,4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빵이 주식인 나라에 온 게 맞는 것 같다.  어제 잠깐 인사 나누었던 베트남 청년이 있으면 인사라도 할까 싶어 가게 안쪽을 살짝 들여다봤지만,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워하며 지하철 역 쪽으로 계속 걷는다.


동네 산책하듯 걷다 보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빨간색 바탕에 metro 로고가 디자인된  지하철역 입구가 보인다.  계단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가 과일가게를 지나 지하철 게이트를 통과한다.  나비고 카드를 터치한 후, 오른쪽 방향의 계단으로 내려가면 몽파르나스 쪽으로 가는 하늘색 M13 라인 플랫폼이 나온다. 파리 지하철은 입구 방향에 따라 목적지 방향이  달라지기에 처음엔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점점 익숙해져 이제는 서울에서 지하철 타는 것만큼 편해졌다.  


이번이 몇 번째일까?   아마 몽마르트르 언덕을 찾아온 게  세 번이나 네 번째쯤 아닐까 싶다.  앙베르 역으로 나와 우측에 보이는  몽쥬 약국을 끼고 사잇 골목을 따라 끝까지 걷다 보면, 언덕 위에 하얀색 건물이 보인다.   평소에는 관광객들에 치여서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없지만, 이른 아침에 오면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낮 시간에  수많은 관광객이 몽마르트르 언덕을 가기 위해 이 골목을 지나칠 것이다.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깨끗하게 맞이하기 위해 청소차는 거리의 구석구석을  물청소 중이다.   청소차 뒤로 상점 앞에 상품을 내리는 트럭 몇 대가 서 있다.  그 뒤편으로  승용차 두 세대가 늘어서 있다.


작은 골목길이라 빠져나갈 샛길이 없어 뒷 차량은 꼼짝없이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 영화에서 ‘세라비'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상황에 쫓기지 않고 느긋한 태도의 뉘앙스를 표현할 때, 영화 속에서 ‘세라비'라고 말하는 것 같다.   세라비를 번역하면 ‘이것이 인생이다' '라고 한다.   짐을 옮기는 화물차도 느긋하고,  기다리는 승용차 운전자도  느긋하다.  크락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신기한 광경을 잠깐 동안 지켜봤다.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올라가려면 회전목마가 있는 놀이공원을 지나가야 하는데, 공원 입구 철문이 굳게 닫혀있다.  당황스럽다.


‘ 못 올라가는 건가? 그럼 저 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올라갔지?  ‘


몽마르트르 언덕 꼭대기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저들은  둘레길이 아닌 계단이나  푸니쿨라를 이용해서 올라갔을  같다.  닫힌 철문에서 왼쪽으로 10미터쯤 걸어가니 ‘ 푸니쿨라 ‘  운행 중이다.  운행시간이  시부터  시까지 인지는 확인하지 않아서 모르겠다.


머리를 오랫동안 감지 않아 악취가 고약할 것은 같은 남루한 옷차림의 덩치 큰 노인이 푸니쿨라 케이블카 안으로 들어간다.  푸니쿨라는 밀폐된 유리창으로 둘러 쌓여있기에 환기가 잘 되지 않을 것 같아 다음 차를 타기로 한다.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올라갔던 케이블카가 다시 내려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 차에는 동양인 1명, 흑인 1명, 나까지  총 3명이 함께 탔다.  차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광경이 근사해서 유튜브 영상을 찍으려 아이폰을 꺼내 들었다.  


케이블카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완전무장한 군인 4명이 기관총을 움켜쥔 채 경계자세로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아침햇살이 노랗게 내려앉은 몽마르트르 언덕을 배경으로  갈색 군복을 입은 군인들의 실루엣이 마치  아랍 전쟁영화의 한 장면 같다.  파리 테러가 연상되면서 살짝 긴장된다.  4인 1조로 철모, 기관총, 방탄조끼를 제대로 갖추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채  천천히 주변을 경계하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이곳은 영화 세트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다.  정신 차리자. 이곳은 현실 세계다.


성당  계단에 머리를 짧게 깎고 진한 남색 티셔츠를 입은 군인처럼 보이는 젊은이 30 정도가 모여있다.  정말 신기한 분위기다. 이른 아침이라 관광객은  20명도  안되는데, 몽마르트르 언덕에 일반인보다  군인이 이렇게 많을까? 이게 도대체 어떤 상황일까?    군인들이 있어 안전하게 느껴지지만,  지금 보고 있는 모습이 파리는 테러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편안하게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기에 이른 아침에 온 보람이 있다. 셀카봉을 꺼내 파리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컷 찍는다.


“ 봉쥬르,  사진 좀 찍어주실래요? “


머리가 짧은 군인에게  사진기를 건네며 부탁했다.   이 친구는 사진 몇 컷을 찍어주고 뭐라고 말을 붙이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싱끗 웃어주며 깔끔하게 한마디 던져준다.


“ 메르시 보꾸 “


주변을 돌아보던 중 소방차 몇 대와 구급차가 서 있는 게 보인다. 그제야 이들이 소방훈련을 하는 소방관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어찌나 잘 생겼던지, 모두들 영화배우 같아 보였다.

성당 정문 아래 계단에 노숙자  명이 앉아 있다.  아마도 성당  사이에서 바람을 피해 새우잠을 자다가, 아침이 오면  관광객들이 모여들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듯하다.


성당 주변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고약한 냄새가 풍긴다. 특히 성당 계단 쪽에서 찌린내가 엄청 풍긴다. 화장실이 없으니 급한 사람들이 저녁에 쉬를 하는 게 아닐까?  몽마르트르 언덕 풍경은 근사하지만 구석진 곳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시간에 성당 안으로 들어갈  있을까?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 정문 쪽으로 올라가니, 체격이 건장한 보안요원이  검사를 하고 있다.  나도  가방을 열어 간단히 검사를 마친 ,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성당 안에는 2,3 정도의 신도들이  앉아서 기도 중이다.  앞쪽 제단에는 수많은 촛불이 켜져 있다.   


앞쪽으로 가서 기도를 할까 했지만, 성당 빼먹은  오래된 나일론 신자이고, 고해성사 한번   냉담자이기에 갑자기 분위기 타서 기도 한다는 것도 낯간지러워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묵상하기로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로서 온전히 살아갈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조용히 눈을 감는다.   30 정도 조용히 앉아 생각을 가다듬었다.   


자, 이제 어디로 가지? 구글맵을 검색해서 미리 저장해 놓은  장소를 찾아본다.  테르트르 광장이 바로 옆으로 표시되는데 어디에 있는 걸까?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라는 건지?  위치상으로는 바로 옆인데, 구글맵의 위치를 정확하게 읽어 낼 수가 없다.  남산 순환도로 같은 곳을 조깅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그 옆으로 작은 길이 보인다.


‘ 저쪽으로 가볼까? ‘


테르트르 광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초상화 그리는 화가들은 아직 출근하지 않았고, 몇몇 상점에서 광장에 펼쳐 놓을 테이블을 꺼내고 있다.   거의 모든 카페는  열기 전이라 작은 광장이 있는 카페골목처럼 느껴진다.   오후 시간이 되어야 거리의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리고,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는 영화  장면 같은 화려한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변신하게  것이다.  


여행자들이 거의 없는  이른 아침의 광장은 관광지 느낌이 나지 않는다.    골목,  골목 걷다가 그림처럼 멋진 위치를 발견했다.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파리의 도심은 어디선가  듯한 풍경화 같다.   갈색 건물들 아래로 펼쳐진 파리 시내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모습 때문에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예술가들이 찾아들었을까?  아니면 방값이 싸서 찾아왔을까?   어쩌면 둘다일지 모르겠다.


출근을 하는 사람과  학교에 아이를 데려다주는 학부모들이 자주 보이는 걸 보면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인 것 같다.   몽마르트르 언덕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걸 생각해본 적 없는데 신기하다.  


파리 여행을 하며 느낀 ‘여행'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강력하게 적어보자.  

나에게 여행이란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람을 관찰하고, 서로 다른 각자의  다양성을 기록하여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세상을 여행하며 인간 심리를 관찰하고, 그때그때 깨달은 것을  글과 영상으로 정리하여  사람들과 공유할 때 내 존재감을 느낀다.  이런 방식을 통해 살아있음을 나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거리를 구경하며 특별한 목적지 없이 이곳 저것을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마레지구에 도착했다.

윤종신이 파리에서  제일 좋아하는 지역이라 들었다.  예쁜 편집샵이 많고 귀여운 카페가 많은 것 같은데, 난 그다지 흥미가 안 생긴다.


몽마르트르에서 숙소로 오는 도중에  150센티 정도의 불어가 유창한 동양인 여성이 10 정도로 보이는 아이와 함께 지하철에 탔다.  엄마는 여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바로 앞에 있던 중년의 신사분이 계속 모녀를 응시한다. 우리 같았으면  저렇게 쳐다보냐고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모녀는  사내의 시선을 회피하지 않는다.  


파리의 지하철은 급회전 구간이 자주 있어서  차량이 휘청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갑자기 차량이 심하게 뒤뚱거려서  동양인 여성이 중심을 잃고 중년 남성의 팔뚝을 잡는다. 멋쩍어하며 여인은 웃고, 중년 아저씨는 괜찮다며 역시 웃는다.   사람은  자연스럽게 웃으며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용은  수가 없지만, 아마도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같다. 원래 알던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어찌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지 신기했다.  


낯선 상황에 점점 적응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의 안테나를 높이 세우는 요령을 알아챈 것 같다. 벌써 파리 여행이 중반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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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 여행의 의미

https://youtu.be/d2zrLI6mA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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