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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Oct 18. 2021

어쩌다 파리 제3화 /  테러 난 건 아니겠지?

나를 알고 싶어 떠난 파리 여행기

브런치 북 발행하기에 전문(글자 수 9476자)이 많아서 5373자로 줄였습니다.

전문은 유튜브(하단 링크)에 직접 녹음한 내레이션과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서 올렸습니다.

어느덧 중년, 삶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어서 떠난 12일간의 나 홀로 파리 체류기입니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매일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튜브 응원과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숙소 부근에서 제일 번화한 중심지는 몽파르나스역이다. 이곳에는 지하철 소매치기와 사기꾼이 많다고 한다.  가방을 앞쪽으로 메고, 주변 상황에 신경을 집중한다. 팩 세이프 가방 깊숙이 스마트폰을 넣어두었다. 소매치기당하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했다.  아침부터 살짝 긴장된다.  


몽파르나스역은 규모가 꽤 크다. 프랑스 전역으로 출발하는 기차의 시발점인 것 같다. 테제베 TGV를 직접 볼 수 있었다.  빵과 커피를 테이크 아웃할 수 있는 폴 paul이라는 작은 점포가 보인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김밥천국인 것 같다. 한 줄 김밥을 사듯, 파리 사람들은 빵과 커피를 사서 빠르게 이동한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 폴 점포 앞에 슬쩍 줄을 서본다.  


“ 봉쥬흐, 즈브드해 디스 실부뿔레 , 쎄꽁비앙 “

“ 메흐시 “


크루아상에 초코가 들어가 있는 빵을  샀다.

 ‘폴’ 상점이 또 하나 더 보인다.   이번 점포에서는  커피를 사보려 한다.  


“ 즈브드해 커피 스몰 씰브쁠레 “

“ 드..모모..쌀라쌀라….”


스텝의 프랑스 말을 전혀 모르겠다.  어깨를 으쓱하며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하자, 스텝이 내가 볼 수 있게 계산기 화면을 돌려서 보여준다.  가지고 있던 동전을 손바닥 위에 올려 스텝에게 보여준다.   스텝이 몇 개 골라  계산을 끝낸다.  나를 쳐다보며 환하게 웃어준다.  흑인 여성인데 웃는 모습이 귀엽다.  무섭게만 생각했던 흑인들의 얼굴이 점점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며칠 안되었지만, 피부색의 차이는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 귀엽네, 이 친구 ‘


우리와 다른 피부색과 낯선 생김새가 두려웠을까?  내속에 인종차별적인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면, 이상하고 잘못된 것이라는 통념이 작동하는 것 같다.  그런 기준이 왜 내 머릿속에 있는 걸까?


빵과 커피를 들고 몽파르나스역 광장으로 나왔다.  풀밭 옆 화단에 걸터앉았다. 출근하는 현지인들의 일상을 무심히 바라본다.  몽파르나스역에서 본 파리지앵의 옷차림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다.   일본  어느 역 앞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출근하는 풍경은 일본 중소도시 같은 느낌이다.  바쁜 발걸음만 보인다.  상상 속의 파리는 영화 속 그림처럼 화려한 도시였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파리는 출근으로 분주한 일상적인 풍경일 뿐이다.


지하철을 잘못 타서 까따 꼼브에 9:30분에 도착했다.   아직 개장 30분 전이지만 벌써  어제 절반 정도  줄이 늘어서 있다.  맨 뒷줄에 선다.  앞쪽에 있는 4명의 일행은 미국 사람인 듯 싶다.   에너지가 넘친다. 1시간 30분 동안 뜻 모를 영어를 듣고 있으니 귀가 얼얼하다.  


파리에는 구급차가 왜 이렇게 자주 다닐까?  운전석 앞에 파란색 경광등을 단 승용차들이 자주 지나간다. 영화에서만 듣던  바로 그 사이렌 소리다.  파리에서는 경찰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에 사복 입은 경찰들이 근무하는 걸까?


‘ 뭐야. 테러 난 건 아니겠지?  ‘ 폭탄테러가 연상된다.

파리라는 지역의 특성이 있다 보니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은근 신경 쓰인다. 설마 지하 납골당에 테러범이 오진 않겠지?  뭐 있다고 납골당으로 오겠는가?   파리에서 아직까지 정복 입은 경찰을  보지 못했다, 경찰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테러가 있는 도시라서 거리 풍경이 살벌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평화스럽다.  밖에서 보는 파리와 안에서 느끼는 파리의 느낌은 전혀 다른 듯싶다.


드디어 까따꼼브에 내려간다.  계단을 빙글빙글 돌아 꽤 깊숙이 내려간다.  높이 2미터 정도의 지하 굴로 이어진다.  앞사람이 있기에 조금 덜 무섭다.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바닥에서 축축한 습기가 느껴진다. 천장에는 물방울이 맺혀있다.  사후의 세계로 가는 길고 지루한 미로다.  기괴한 거 싫어하는 내가 구태여 이곳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뭘까?  파리의 어느 관광지보다 먼저 이곳을 보고 싶었다.  죽음의 실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뼈만 남아있는 수많은 유골들을 보면 뭔가 정신이 팍 하고 들 거란  기대를 한 것일까?


호텔에 들어가기 전,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난다. 숙소 옆에 있는 비스트로에 들렸다.  어제 검정 옷을 입었던 여자 스텝이 이번에는 다른 옷을 입어서 못 알아봤다. 오늘 입은 옷이 조금 더 여성 여성해 보인다. 어제 입었던 시스루 타입은 파리에서 유행하는 옷인 것 같다.  등 뒷부분이 오픈돼있고,  끈이 엑스자로 묶여있는 시스루 타입의 블라우스다.


한국 여성은 하의실종 패션으로 과감한 다리 노출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프랑스 여성은 상체 부분의 노출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럴까?  시스루 타입 블라우스 아래 브래지어가 훤히 비친다.  이런 스타일의 옷을 다른 카페에서도 몇 번 본 적 있다.  


“ 봉주흐 “

“ 봉주흐, 런치? “

“ 예스 “

“ 아웃사이드? 인사이드? “

“ 인사이드 “


안에 에어컨이 나오지는 않지만 안쪽이 더 시원하다. 파리는 습하지가 않아서 그늘은 좀 버틸만하다.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쉬면서 체력을 보충한다. 이제 드디어 에펠탑을 보러 간다.  지하철 환승을 한번 한 후, 하케임 역에 bir hakeim  내렸다.  에펠탑이 보인다.  순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셉션의 파리 장면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에펠탑은 실제일까?  아니면 가상 속의 이미지일까?  상상 속의 에펠탑을 직접 눈앞에서 보니 엉뚱한 상상이 저절로 된다.


‘ 진짜 파리구나. 진짜 에펠탑이다.  ‘


신기하다. 그렇지만 어마 무시한 감동이 폭포처럼 흘러내리진 않는다.  역 앞에 흑인들이 에펠탑 모양의 기념품과 시원한 얼음 생수를 팔고 있다.  


“ 워터, 워터 “


이 더위에  열심히 일하는 저 청년들을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흑형이라는 표현 자체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인종차별 아닌가 싶다. 그저 우리와 피부색이 다를 뿐이다.  백인 보고 백형이라 하지 않으면서, 왜 흑인은 흑형이라 할까?    길에서 처음으로 집시 사인단을 만났다.


“ 켄유 스피크 잉글리시? “


못 알아듣는 척, 못 들은 척 그냥 지나친다.   집시 언니가 내 옷을 살짝 잡았지만, 모른 척 뒤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갔다.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혹시 칼 같은 걸로 위협하는 것은 아닐까?  지나친 상상이다.  


군인 4명이 에펠탑으로 올라가는 길 옆에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채 경계 중이다.  불볕 날씨에 철모에 방탄조끼까지 입고 있다.  저 총에는 분명 실탄이 들어있을 것 같다. 에펠탑으로 올라가는 곳은 따로 벽이 있고, 입장료를 받는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다.   비키니 수영복만 입고  풀밭에 누워 일광욕을 하는 젊은 여성이 보인다.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파리는 자유다.


에펠탑을 처음 봤지만 어쩐지 익숙하다.  마카오에서 본 짝퉁 에펠탑과 똑같이 생겼다.  오히려 짝퉁이 더 화려해 보였다. 아마도 화려한 조명 때문인 것 같다.  대낮이라 에펠탑은 뜨겁게 달궈진 철구조물로만 보일 뿐이다.


자, 이제 달팽이 요리를 먹으러 가자.  번화가에 있는 음식점 사이에 빨간색 간판이 보인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샤르띠에' 라는 역사 깊은 대중식당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식당에 드디어 왔다. 인종차별당했다는 후기가 한국 인터넷에 수없이 많이 있다.  시간은 오후 4시. 저녁식사 전이라 홀은 한가하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입구에 선채 종업원이 오기를 기다린다.


“ 봉쥬흐, 원 “  손가락으로 혼자 왔음을 알려준다.

“ 봉쥬흐 “


양복을 쫙 빼입은 매니저가 나를 손님 테이블 이리저리 데리고 다닌다. 테이블에 남자 3명이 앉아 있다.  그곳에 합석을 시키려는 듯싶다.  그들은 곧 일행이 올 것이라며 거절한다.  매니저는 또다시 나를 데리고 동양인으로 보이는 노부부 자리로 안내한다.  예전 나이트클럽에 가면 웨이터들이 여자 손님 손목을 끌고 부킹 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렇다. 느낌이 묘하다.


“ 익스큐즈 미 “


60대  베트남 사람으로 보이는 부부가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샤르띠에 식당은 혼자 오면 이렇게 테이블에 마구 앉히나 보다.   호기심이 있어 재미도 있지만, 조금 당황스럽다.  같은 테이블에 모르는 사람과 합석해서 식사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곳 식당을 부킹 식당이라 불러야 할까?  혹시라도  소피마르소와 합석할 수 있는 행운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소피마르소가 이 식당에 온다면 말이다.  


“ 니혼노 가타 되스까? “


일본말로 인사를 건네니 노부부가 화들짝 놀란다.  나고야에서 온 노부부는 파리가 이번에 13번째라 한다.  관광으로 자주 파리를 찾는다 한다.  은퇴를 해서 해외여행을 다니는 단카이 세대 같다.  할아버지는 은퇴 전에 회사 임원이나 고위직 공무원을 했을 것 같다. 할머니는  예민하고 행동이 약간 불안해 보였다.  빨리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나와 할아버지는 서울과 일본,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자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두 분은 음식을 거의 다 드신 상태고, 고기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야채가 있는 음식만을 드셨다.


재미있는 건 이제부터다.  식사를 끝마치고 할머니가  계산을 직원에게 부탁했다. 직원이 홀서빙 하느라 도통 계산을 해주지 않는다.  이런 경우 틀림없이 인종차별이라는 말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10분 이상 기다려도 계산하러 오지를 않는다.  담당 웨이트리스 언니는 정말 바쁘게 홀서빙을 다니고 있다.


내가 사전 조사한 바로는 자신이 담당하는 테이블 구역이 아니면,  다른 웨이터들은 계산은커녕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자기 구역만 서빙과 계산을 하는 것 같다.  이사실을 모르는 한국인들은  모욕당했다고 느끼고, 인종차별이라는 오해하는 것 같다.  충분히 그런 상황이 될 것 같다.  할머니가 너무 불안해하셔서 내가 웨이트리스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신없이 서빙하는 웨이트리스에게 ‘파흐동' 하고 작게 멘트를 던졌다.  파리에서는 한국식당처럼 손을 흔들거나, 큰 소리로 웨이터를 부르는 것은 실례라는 글을 본적 있다.   손짓과 눈짓 살짝 보냈는데 성공적으로 전달됐다.  웨이트리스가 내게 다가온다.


“ 쎄꽁비앙 “

“ 위 “


노인 부부는 15분 정도 기다린 끝에 결국 계산을 끝 마칠 수 있었다.  난 언니가 지날 때 미리 이야기를 해서 바로 계산을 끝낼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팁을 주고 싶었다. 팁을 줘본 적이 없어서 어색한 나머지  계산만 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한다. 팁을 슬쩍 빈 접시 위에 올려놓았어야 했는데, 그게 어색해서 하지 못했다. 아쉽다.  


합석 문화가 불편한 건 사실이다. 오늘 경우에는 좋은 여행자를 만나서 재미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지만, 매번 이런 행운을 기대할 수는 없다.  아마도 4명 꽉 채워서 오지 않는다면, 매번 합석해야 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어야 할 것 같다.  


알큰하게 취해서 전철을 탔다.  조금 신경이 쓰인다. 아마도 술냄새와  동양인의 특유의 체취가 날 것 같다.  멀리서  술 마시지 말아야겠다.  술 마실  기회가 있다면 몽파르나스역에서 마시고 걸어서 숙소까지 와야겠다.









21년에 구독자 천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힘이 되어주세요. ^^


독립영화 어쩌다 파리 제3화 : 죽은 자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다.

https://youtu.be/wIw8Dh4n1SE


https://blog.naver.com/seoulharu/222152426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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