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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Oct 17. 2021

어쩌다 파리 제2화 : 파리 동네 사람 첫 대화

나를 알고 싶어 떠난 파리여행기

브런치 북 발행하기에 전문(글자 수 8355자)이 많아서 4704자로 줄였습니다.

전문은 유튜브(하단 링크)에 직접 녹음한 내레이션과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서 올렸습니다.

어느덧 중년, 삶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어서 떠난 12일간의 나 홀로 파리 체류기입니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매일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튜브 응원과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1. 파리 첫날 아침


“ 짹짹 삐르르 삐르르 “


파리 사람들이 살고 있는 평범한 동네의 소리가 들린다.


‘ 파리구나. 진짜 파리에 왔구나 ‘


마음속 깊숙이 꿈꾸고 있던 도시, 파리에 온 것이다. 12시간의 장거리 비행을 견딜 수 있을까?  지하철은 찌린내 나고  소매치기가 많다는데,  잘 타고 다닐 수 있을까?  파리 지하철은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시설이 오래돼서 승객이 직접 버튼을 누르거나, 잠가놓은 고리를 풀어야 내릴 수 있다 한다. 어렵지는 않을까? 떠나기 전에 고민이 많았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갱년기인가?  걱정이 많았다. 중년의 나이에 나는 어떤 변화를 원하는 것일까?

호텔방을 나왔다. 겨우 혼자 들어갈 수 있는 좁은 엘리베이터는 답답해서 타지 않는다.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내려간다.  필리핀 매니저는  없고 잘생긴 파리 청년이 프런트에  앉아있다.  


“ 봉쥬르 “

“ 봉쥬르 “


인사하면 뭔가 리액션이 있을 줄 알았다.  그는 pc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다.  그냥 호텔 밖으로 나가기에는 뭔가 심심하다.    로비에 있는 소파에 앉아 1층  분위기를 살펴본다.  식당 쪽에는 프랑스 아재 2명이 열심히 대화중이다.  프런트에 앉아있는 프랑스 매니저와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현지인과의  대화는 언제나 즐거운 도전이다. 프런트 쪽으로 다가선다.


“ 봉쥬르, 청소 매일 하나요? “

“ 봉쥬르, 매일 합니다. “

“ 방에 슬리퍼가 없어요 “

“ 죄송합니다. 없어요 “

“ 매일 청소 안 해도 됩니다.  타월만 바꿔주세요. ‘

“ 타월만 확인하고 바꿔드릴게요 “


둘이서 더듬더듬 영어단어를 꽤 맞추며 대화를 했다.  다 이렇게 하는 거 아니겠는가?  뜻만 전해지면 된 것이다.  

호텔 옆에 리뷰 평점이 높은 레스토랑이  있다.  구글맵으로 검색하면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든 친절하고 맛있는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식당  밖 테이블에는 커피를 마시는 동네 아저씨들 3명이 앉아있다.   다들 어찌나 잘 생겼는지  조지 크루니 같다.   벽에 걸려있는 칠판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여자 스텝이 눈에 들어온다.


“ 봉쥬르, 런치를 원합니다. “

“ 봉쥬르, 11시부터 돼요 “

“ 메르시 “


공항직원이나 철도 승무원이 아닌 프랑스 현지인과의 첫 번째 대화다.   스텝은 하던 일을 계속하며 내 질문에 대답한다. 날 무시했다고 느껴야 할까?   난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매뉴얼에 따라  거의 자동적으로 하는 서비스보다 이렇게 시크한 서비스가 훨씬 편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가게를 나와  몇 걸음 걷다가  시계를 본다.  오전 9시 30분이다.  

‘ 간단한 아침식사는 되지 않을까? ‘  다시 물어봐야겠다.

 아직도 칠판에 메뉴 설명을 쓰고 있는 종업원에게 다시  물어본다.


“ 봉쥬르, 브렉퍼스트는 되나요? “

“ 마실 것만 돼요 “

“ 빵이나 토스트는요? “

“ 커피나 와인만 돼요 “

“ 뜨거운 코코아는 되나요? “

“ 네 “


가이드 책을 보면 식당에 들어갈 때 웨이터가  자리 안내해줄 때까지 기다리라 한다. 잠시 가게 앞에 서 있어봤지만,  별다른 멘트가 없다. 적당히 앉아도 되는 것 같다.  가게 안쪽 구석에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있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타이핑을 치고 있다.  실내는 에어컨이 없어서 벌써부터 덥다.  아침 바람이 더 시원한 것 같다.  노천에 펼쳐진 동그란 테이블에 앉는다.  가게 바로 앞에 차들이 주차해 있다.   핫쵸코를 빈속에 마신다.   단것이 들어가니 배고픈 게 조금 덜해진다.  책에서 본 표현 하나가 생각난다.  


“ 즈브드헤  윈 꺄하프드 실부뿔레 “


스텝이 알아듣지 못한다. 두 번째로  말하니  알아듣고 냉수 한잔을 가져다준다.  대화가 통한 것이다.  카페에 멍 때리고 앉아있는 건 익숙하지 않다.  10분쯤  앉아있다가 일어선다.


“ 쎄공비앙 “


또 통했다. 핫초코 한잔은  4유로다.   돈이 조금 아깝긴 했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 메르시 보꾸 “

“ 메르시 “


시크한 언니가 ‘보꾸’ 를 넣어서 인사를 해준다. 불친절한 게 아니라 시크한 것 같다.

코코아 한잔으로 빈속을 달랜다.   거리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는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화면이 너무 흔들거린다.   흔들림이 심해 별로 쓸모없는 영상이 되고 말았다.  역시 내게는 작은 액션캠이 더 유용한 것 같다.



#2. 파리에서 첫 식사


나영석 피디가 제작한 꽃보다 할배 유럽 편을 재미있게 시청했다.  출연자들이 묵었던 파리 민박 집의 유튜브 채널을  우연히 발견했다.  파리 여행 전 파리 현지에 대한 정보를 유튜브를 보며 얻었다.  점심은 민박집 근처에 있는 일본식  스시부페에 가려한다.   

지하철은 나비고가 있으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버스도 이용 가능하다.  길을 몰라도 걱정 안 해도 된다.  무제한 카드 나비고가 있으니 무조건 타고 본다.  핑크색 라인 7호선을 타고 스시 뷔페에  간다.   파리에서 첫 식사는 일본식 뷔페, 신주쿠에서 한다.   배도 고프고 갈증도 난다.  동네 분위기가 공업단지 같다.   큰 창고 같은 아파트형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지하철 공사를 하는 듯 어수선하다.  중국 한자가 쓰여있는 빈 점포들이 눈에 띈다.  중국 화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인 듯싶다.  


신주쿠 뷔페는 결혼식 피로연에 나오는 튀김, 과일, 스시, 고기가 가득하다.  런치 가격은 12 유로였던 것 같다. 2 접시 돌고 나니 배가 불러 더 이상은 못 먹겠다. 아사히 맥주까지 한잔했더니 알큰한 취기와 함께 포만감이 느껴진다. 점포를 책임지는 매니저는 동양인이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본다.  티베트 출신이라고 한다.   한국인 같기도 하고 일본 사람 같기도 하다. 영어가 능통한 잘 생긴 친구다.


“ 나는 켄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

“ 쏼랑라 솰라라 “


이 친구 닉네임을  알려주면 기억했을 텐데,  자기 고향에서 쓰는 어려운 발음의 이름을 알려준다.   내가 앉은 테이블까지 와서  식당 이용에 관한 설명을 친절하게 해준다.   


“ 남쪽 코리아 사람이세요? “

“ 네 “

“ 한국 사람은  영어를 참 잘해요 “

“ 전, 올드맨이라 잘 못합니다.  “

“ 여기 산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 투 데이즈요 “

“ 2년 되세요? “

“ 아니요.. 어제 도착해서 이제 2일째 됩니다. “


깜짝 놀란다.  나는 이 지역에 어울리는 아시아 얼굴인가?

식당 섹션별로  튀김음식, 스시, 소스가 있는 곳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파리에서 동네 사람 만난 것처럼 편안하다.  이 친구 참 친절하다.  파리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아직까지는 친절하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아직 메인 관광지로 가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면 운이 엄청 좋은 것일까?


“ 우썅 르 뚜알레트 “


화장실까지 깔끔하게 물어보는 데 성공했다. 배운 거 알차게 다 써먹었다.  계산은 카드로 한다


“ 쎄공비앙 “


몇 가지 익혀둔 문장으로 돌려 막으며 대화해도 불편함을 못 느꼈다.  파리라는 도시가  점점 마음에 든다.

 




#3. 프랑프릭스 마트


숙소에 먹을게 전혀 없다.  파리의 마트 프랑프릭스에서 franprix 마실물이랑 와인 한 병을 사러 들어간다. 구글맵을  보면 이곳이 불친절하다는 리뷰가 많다.  직원들은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들 일만 열심히 한다.  인사를 하지 않기에 불친절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동양인에게만 인사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프랑스 손님들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  인종차별이  아닌 건 분명하다.   불친절하다는 평이 왜 많았을까?   난 괜찮았다.


호텔에서 마셨던 것과 똑같은 브랜드의 와인을 찾는다.  같은 상품을 사서 채워 넣으려 했지만 마트에서는 찾지 못했다.  역시 마트에서 사기 쉽지 않은 브랜드를 냉장고에 넣어 둔 것 같다.  고스란히 8유로는 디파짓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마트에 10유로를 넘어가는 프랑스 와인이 별로 없다.  대박이지 않은가? 750ml인데 가격이 5유로 밖에 안 한다.  물 1리터짜리도 1유로다.   계산은  셀프 계산대에서 하게 돼있다.  계산대 사용법을 몰라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스텝이 다가와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 캐시? “

“ 네 “


얼떨결에 “위"라고 대답은 했지만, 현금보다 카드로 계산하고 싶어졌다.  카드를 꺼내 보여주며 가능한지 물어본다.  스텝은  셀프 계산대에서 카드 결제로 수정해준다.  내 카드를 건네받아 천천히 계산하는 것을 보여준다.  동영상을 찍었어야 했는데 당황해서 촬영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와인 오프너가 없다.  오프너가 없어서 와인을 못 먹었다는 여행자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다시 종업원에게 물어본다.


“ 즈브드해 와인 오프너, 쉘브뿔레 “


이 친구가 따라오라  손짓한다. 3.5유로 가격표가 붙어있는 오프너가 진열돼있다. 생각보다 비싸긴 했다.  프랑스 스텝은 가격표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 가격인데 괜찮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 위 “


다시 셀프 계산대에 가서 혼자 계산하려고 하는데, 계산하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역시 동영상으로 찍었어야 했다.  직원이 다시 셀프 계산을 도와준다. 이번에는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기록해둔다.  이제 든든하다.


“ 메르시 “


도와준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호텔방으로 올라왔다.

잠깐 샤워를 하고 다시 나가려 했다.  피곤이 마구 밀려온다. 파리 시간으로 오후 4시다. 한국시간으로는 저녁 11시다.  시차에 적응하며 파리 시간에 맞춰 지내려 했는데 피곤해서 안될 것 같다. 한국 시간 그대로  지내야겠다.  파리 시간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 잠자리에  들려한다.  파리의 여름밤은 10시까지 밖이 훤하다.  안대를 사용해 잠을 청해야겠다.  대낮에 잠자리에 들고, 새벽 2시쯤 일어나는 파리 생활이 시작되었다.


파리의 2 , 탈없이 하루를 보냈다, 굿 





        

21년에 구독자 천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힘이 되어주세요. ^^


독립영화: 어쩌다 심리 제2화 / 내 영혼의 자유, 나로 살고 싶다.

https://youtu.be/ErY_3AoI8oI


https://blog.naver.com/seoulharu/222193869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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