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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Oct 17. 2021

어쩌다 파리 1화 : 흔들리는 호텔

나를 알고 싶어 떠난 파리여행기

브런치 북 발행하기에 전문(글자 수 8993자)이 많아서 4733자로 줄였습니다. 

전문은 유튜브(하단 링크)에 직접 녹음한 내레이션과 현지에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서 올렸습니다. 

어느덧 중년, 삶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어서 떠난 12일간의 나 홀로 파리 체류기입니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매일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튜브 응원과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1. 파리 드골공항 도착


“ 봉주르 “


파리에선 현지인에게 먼저 인사를 해보려 한다. 인사만 잘해도 이방인 취급을 덜 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인터넷에서 인종차별에 관련된 글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노파심이 생긴 것 같다. 드골공항에 도착해 첫 번째로 인사를 건넨 사람은 공항 이미그레이션에 있는 경찰관이다.

‘폴리스’ 라 쓰여있는 티셔츠를 입은 뚱뚱한 경관이 입국 도장을 꾹 눌러준다. 20초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 메르시 “


표정 없는 얼굴로 기계처럼 입국 도장만 쿡쿡 찍어주는 공항경찰. 눈 깜짝할 사이에 입국 수속이 끝나 버렸다. 정말 간단하고 빠르다.

파리의 첫인상은 영화 속 우주정거장 같다.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우주정거장을 이동하는 듯한 장면을 보니 어느덧 내가 영화 맨 인 블랙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듯하다. 파리 공항의 첫인상은 다양한 인종과 독특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우주 도시 같았다.


세관은 어디에 있을까?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 못 찾겠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투명 캡슐로 둘러싸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 저 위로 올라가면 흰옷을 입은 천사를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2. 나비고 카드 


드골공항 제2터미널을 구경하며 이리저리 걷다가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을 따라가 보니 무인 트램이 보인다. 어디로 가는 트램일까? 괜히 엉뚱한 데로 가는 것 아닐까? 마침 트램 근처에 인도 사람으로  보이는 인포메이션 여성이 서있다. 괜히 말을 한번 붙여보고 싶다. 미인이다.


“ 우에 나비고? “

“ 여기는 터미널 1(CDG1)입니다. 오른쪽으로 돌아 무료 전동차( CDGVAL)를  타고 터미널 3(CDG 3)으로 가세요. 여기서 약 5분 정도 걸리는데 거기 가면 나비고 카드를 구입할 수 있어요. “


직원은 영어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이 영어를 내가 알아들었다는 게 정말 뿌듯하다.


“ 메르시 “

“ 해브의 굿 트립 “


파리 공항에서 첫 대화로 기억한다. 르버스를 타고 시내로 진입할 생각이었기에 공항에서 나비고 카드를 어떻게 구입할지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았다. 살짝 당황하기는 했지만,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게 여행의 묘미라 생각한다.


“ 봉주르 “

“ 우에 나비고….음...셀브뿔레 “


이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하니, 이때 잘못된 문장으로 말해버렸다.


“ 즈브드해 나비고, 씰부뿔레 “라고 외웠는데 틀리게 사용했다. 비행기에서 몇 시간 이 문장만 연습했는데 결국 ‘즈브드해’ 라는 표현을 써먹지 못했다. I want 모모모 please. 엄청 간단한 문장이지만 불어로 말하니 꽤 근사하게 들리는 것 같다. 별것도 아니지만 저 간단한 문장 하나를 이용하니, 파리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만 같다. 외국인이 서툰 프랑스어를 하는 게 기특해 보여서일까? 영어도 남의 나라말이고, 불어도 남의 나라말인데 기왕이면 여행지의 현지 언어로 말해주는 게 여행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싶다.



#3. 긴장되는 국철 탑승


숙소를 찾기 위해 공항 한쪽 귀퉁이에 앉아서 구글맵을 돌려본다. 위치 파악이 어렵다. 더구나 글씨가 너무 작아 노안용 안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선글라스를 벗고 노안용 안경을 꺼내 열심히 들여다보지만, 구글맵과 종이 지도의 위치가 조금씩 다른 것 같아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인포메이션 앞에 서 있는 친절한 그 청년에게 다시 물어보기로 한다.


“ 우에.. 디스 “


파리에서 2주간 묵게 될 숙소 주소를 보여주고, 손가락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가리키며 물어본다. 한참이나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결국은 찾아내어 가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 22,24번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고 시티 유니버시티에서 트랜스퍼 하세요 “

“ 메르시 “


24번 플랫폼에 도착하는 기차를 탔어야 했나? 그게 직행이었을까? 꽤 많은 관광객들이 타는 걸 물끄러미 보기만 했다. 망설이다가 그 차를 보내고 22번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탔다. 로컬 완행이 아닐까 싶다. 한여름에 에어컨도 없고 실내는 향수 냄새와 땀 냄새로 가득하다. 창을 열어 놓으니 지하터널의 매연이 그대로 실내로 들어온다. 파리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진짜 ‘셀라비’(그것이 인생) 다.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양복까지 입고 있는 걸 보니 정말 놀랍다.

중년의 남녀가 탔는데 4인용 자리에 캐리어가 한쪽 좌석을 차지하다 보니 남자분이 옆으로 돌아앉을 수밖에 없었다.


“ 파흐동 “ (I’m sorry)

“ 괜찮아요 “


흑인 계열의 아저씨와 남미 계열의 아줌마. 왜 파리 사람들은 불친절하고 콧대 높다는 이야기가 많을까? 영어를 쓰지 않기 때문일까? 파리에서 만난 4번째 사람은 기차 옆자리에 앉았던 중년의 흑인 아저씨다. 기차에서도 혹시나 스마트폰을 낚아채는 일이 생길까 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직까지 아시아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한국 사람들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일까? 관광객이 많이 오는 동선은 아닌듯싶다.


센 강은 언제 건넜을까? 시내를 벗어나니 저 멀리 고층건물 공사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느덧 세떼 유니버시티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기차 문은 승객이 버튼을 직접 눌러야 열린다. 다음에는 내가 문을 열어 보고 싶다. 밖으로 나와 시원한 바람을 쐬니 좀 살 것 같다. 전철 안은 정말 찜통이다. 실내 온도가 40도 정도까지 올라간듯하다. 사우나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부채질하는 사람은 아줌마 딱 1명이다. 세라비, 그것이 인생인가?



#4. 흔들리는 호텔 


버스 안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동양인 관광객에게 그들은 아무 관심도 없다. 평소 한국에서 선글라스를 끼지 않아 어색했기에 주변 사람들이 은근히 신경 쓰인다. 남 눈치 보는 내 마음이 살짝 느껴졌다. 흘깃 쳐다보는 사람도 없다. 파리 사람들의 이런 시크한 느낌이 아주 마음에 든다. 버스로 몇 정거장을 지나니 앞으로 2주간 묵게 될 호텔이 보인다. 성공이다. 안전하게 숙소까지 도착하는 역사적 순간이다.

호텔에 도착해서 프런트에 앉아있는 중년의 스텝에게 인사를 건넨다.  파리에서 만난 6번째 사람이다. 영어가 능통해서 어느 나라 사람이냐 물어보니 필리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여권을 주니 바우처를 보지도 않고 11일간 묵을 거냐고 물어본다.


“ 아침 식사하나요? “

“ 아니요. “


먹어보고 싶은 맛있는 음식이 파리에 얼마나 많은데 호텔에서 조식을 먹을 수는 없다. 파리 시간으로 저녁 8시가 넘었다. 한국시간으로는 새벽 3시다. 서머타임제가 실시되어 7시간의 시차가 있다.


“ 호텔 부근에 위험한 곳이 어디 있죠? “

“ 없어요., 여자들도 밤에 잘 다녀요 “

“ 그래요? 다행이네요., 파리 전체에서 위험한 지역은 북쪽이 맞나요? “


지도를 보여주자 18구역과 19구역 쪽을 손으로 표시한다. 대략 몽마르트르 북쪽 지역을 말한다. 유로스타를 타지 않는 이상 북쪽 역 대합실 근처에 갈 일이 없다.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북역을 지날 때, 승강장에 서 있는 수많은 흑인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 비즈니스예요? 관광이에요? “

“ 관광이오. “

“ 부인은 어디 있고요? “

“ 한국 집이죠 “

“ ….. “


희한한 놈으로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비즈니스라고 할걸 그랬나…


“ 파리는 처음인가요? “

“ 네. 처음입니다. “

“ 파리 아주 좋아요 “


조용한 호텔에 투숙객이 있긴 할까?


“ 혹시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이 여기 있나요? “

“ 그럼요. 많이 있어요 “

“ 오늘은 어떤가요? “


투숙객 명단을 살펴보며 국적을 슬쩍 알려준다. 뭐, 이 정도의 고객 정보를 알려주는 건 괜찮지 않을까 싶다.


“ 중국 여자분이 있네요. 오늘은 “


혼자 여행을 하면 홀가분해서 편한 것도 있지만, 가끔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행자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를 가는지도 모르겠다.

장시간 비행 후 땅 멀미인가?


아직도 정확하게 판단되지 않는 어지럼증. 한국시간 새벽 3시(파리 시간 저녁 8시)에 우여곡절 끝에 호텔에 도착했다. 방에서 짐 정리를 하는데, 갑자기 땅이 흔들린다. 약한 지진이 발생한 것 같기도 하고, 달리는 차들의 진동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갑자기 호텔 바닥이 나무로 되어있는 게 신경 쓰인다.


‘ 설마, 옥탑방인가? 판자로 방을 만들어 야메 증축을 해서 밖의 차량의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건가? ‘

한번 의심을 품기 시작하니 불안한 마음과 믹스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친절하고 영어도 잘 통하는 매니저를 만나 기분이 좋아 사진도 함께 찍고, 한참 너스레 떨고 올라왔는데 묘한 감정이 뒤섞인다. 장기 투숙한다고 특별히 신경 써서 컨디션 좋은 맨 위층 5층 방을 줬다고 말했다. 그런데 방이 왜 이렇게 울렁거릴까? 친절했던 필리핀 매니저에 대한 의심이 스멀스멀 마음속에서 피어난다.


‘ 어지럽히기 전에 방을 바꿔달라고 할까? ‘

‘ 아니야.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일단 잠부터 자고 내일 바꿔달라고 하자 ‘


오사카 갈 때 18시간 배를 타고난 후, 처음 땅을 밟으면 바닥이 울렁거리는 땅 멀미가 있곤 했다. 12시간 장시간 비행을 처음 하다 보니 땅 멀미가 온 걸까? 옥탑방 날림 공사로 바닥이 흔들리는 걸까?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이 들었다. 5시간 정도 잠을 잤더니 이제는 땅 멀미가 사라졌다. 밖은 깊고 고요한 밤이다.

지난밤 꿀렁 되는 땅 어지러움과 피곤함 때문에 빨리 잠들고 싶었다. 평소라면 절대 꺼내 먹지 않는 호텔 냉장고 속 와인을 마셨다. 음료수 병만큼 작은 와인 한 병이 8유로다. 효과는 좋아서 바로 잠들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보낸 하루까지 포함하면 파리의 2일 차 날이 시작되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몇 시간째 타이핑을 치고 있다. 파리에서 오롯이 나 혼자 보낼 12일간을 매일 기록하려 한다. 언젠가 파리 현지에서 써 내려간 나의 진솔한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 이제 나의 욕망을 표현하며 살고 싶다.







21년에 구독자 천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힘이 되어주세요. ^^


독립영화: 어쩌다 심리 제1화 / 중년 아재 첫 유럽여행

https://youtu.be/gB7bD7W8Rtw



영상편집은 맥북에어m1 + 아이무비(기본무료 프로그램) 을 사용했습니다. 

오리고 붙이는 간단한 편집만 해도 유튜브 영상이 가능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블로그를 참조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seoulharu/22245209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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