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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여행가 하루켄 Oct 23. 2021

어쩌다 파리 제12화: 마음의  나침판

어느덧 중년, 삶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어서 떠난 12일간의 나 홀로 파리 체류기입니다.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매일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유튜브 응원과 구독은 큰 힘이 됩니다.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날 아침 8시.  전투가 끝난 후 피곤에 찌든듯한 아반 게리온 여전사 느낌의 언니가 스텝으로 일하는 나의 단골 카페, 언제 또다시 이곳을 올 수 있을까?  


마지막 카페 알롱제를 주문한다.  7시 30분에 오픈했기에 장사 준비로 분주하다.  창 옆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우측으로 빵집이 보이는 자리 배치인데  여전사가 오더니 테이블에 알랑제를 내려놓으며  의자를 정면에 빵집이  보이게 돌려놓는다.  테이블이 흔들리며  접시에 커피가 약간 흘렀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여전사.  소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는 터프한 마인드, 좋아.   길 쪽을 바라보며 앉는다.  빵집을 바라보고 앉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자연스레 구경하게 된다. 그들도 카페에 앉아있는 나를 쳐다보며 지난다.  우리와 다르게 길 쪽을 향해 의자가 놓여있는 재미있는 자리배치다.  


알롱제 한잔을 하며 길 건너 빵집에 드나드는 손님들을 바라본다.  빠르게 걷고 있는 사람들은 출근길인 것 같고,  아이 손잡고 학교에 바래다주는 엄마의 발걸음이 바쁘다.  현지인의 일상 속에 잠시 스며든다.

물 한잔과 에스프레소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얼마나 진하길래  물까지 마셔야 할까?  앞에 앉아 신문을 보는 할아버지가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마시고 신문을 계속 읽는다. 원래 한 번에 쭈욱 들이키는 거라 들었는데, 프랑스 할아버지는 다르게 마신다.  계속 신문을 읽으면서 에스프레소 잔을 들고 있다.  오호. 두 번째는  단숨에 에스프레소를 넘긴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꼴짝 꼴짝 먹는 건 아닌가 보다. 알롱제 한잔 시켜놓고 커피가 다 식을 때까지 마시고 있는 나는 사실 커피맛을 모른다.   세 번째로 잔을 들어 깔끔하게 에스프레소를 비우고, 물 한 모금 들이킨다.  쓴맛을 마지막에 물로 헹궈내는 건가?  에스프레소는 저렇게 마시는 건가보다. 쓸 텐데.  


자, 이번에는 담배 피우는 할아버지가 출연했다.  오호.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할아버지 담배연기가 고스란히 내 테이블까지 날아온다. 물론 할아버지는 밖의 테이블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지만 그 연기는 바람에 날려 카페 안에 있는 내 테이블까지  날아온다. 할아버지가  신경이 좀 쓰이나 보다.  담배냄새가 주변에 퍼지는 게 미안했는지 연기를 손으로 부채질하며 조금 치운다.  알고 봤더니 두 양반 다 골초들이다.  담배 연기가 이번에는 좀 더 많이 내 쪽으로 날아온다. 할아버지가 슬쩍 나를 쳐다본다.


‘ 할아버지, 저도 담배 20년간 폈던 사람이라고요 ‘


속으로 이야기하며, 살짝 담배 냄새를 느껴본다.

여전사 혼자서 서빙을 하느라 꽤나 분주하다.  아직 남자 사장님은 출근 전이다.  남의 눈치 안 보고 글 쓸 수 있어 좋다.  파리 사람들은 한글을 못 읽기에 무슨 글을 쓰는지 모를 테고, 설령 안다고 해도 남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싶다.  일본 사람들과 비슷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봐도 못 본척하는 것 같고, 파리 사람들은 진짜 별로 신경 안 쓰는듯하다.  그에 비하면 한국사람들은  남일에 감 놔라 배 놔라 참 간섭이 많다. 오지랖이 장난 아니다.


‘ 다, 이거 너 생각해서 하는 소리야 ‘


남 생각해주는 것 같지만 남일에 지나치게 간섭한다.  왜 그렇게 남일에 관심이 많은 걸까.  본인이 불안해서 아닐까?  자기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불안하기에 그 기준에 맞추라고 하는 것 아닐까?  

결국 남위 하는 척 하지만 자기 마음이 불편하지 않으려 하는 반응이라고 말하면 욕먹을까?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카페에 앉아있었다.  8시 30분쯤에 사람이 가장 많았고, 9시가 되니 많았던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시간 많아 보이는 할아버지 2명만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커피를 추가로 시키지 않는 걸로 봐서 테이블에 대한 압박은 별로 없는듯싶다. 특히 왼쪽에 앉아있는 할아버지는 진짜 골초인 듯싶다.  약간 식초 냄새가 나는 담배를 연신 피우고 있다.  저렇게 담배를 많이 피우는데도 저 연세까지 건강하게 계시는 걸 보면, 몸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며 사는 것보다 자기 성향 데로, 자신의 스타일 데로 살아가는 것이 장수의 비결 아닐까 싶다.


야외 테이블에 앉으면 햇빛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데도 이들은 햇빛 쬐는 걸 즐기는 것 같다.  도착 첫째 주간은 기온이 38도나 올라가는 폭염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2주 차에 온도가 10도 이상 내려가면서 아침, 저녁으로는 가을 날씨처럼 쌀쌀하다.  더워도 반팔, 추워도 반팔을 입는 걸 보면 이곳 사람들은 참 건강하다.


담배를 연신 뿜어되던 할아버지가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선다.  빈 찻잔을 들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한다.  자신이 마시던 빈 잔을 치워주는 건 단골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야외테이블의 매너일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침 커피 문화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여기도 빵 주문이  가능한걸 이제야 알았다.  빈속에  커피만 먹은 적도 많았는데  빵과 커피를 함께 주문하는 손님이 있다.  

호텔 체크아웃 시간을 앞두고, 카페에 앉아있으니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난다.


사실 12일간의 파리 여행이 가능했던 것은 아이와 옆지기 덕분이다.  복잡한 마음을 가진 나를 이해해주려 노력하고, 걱정하면서도 파리에 보내준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각자가  많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생각을 서로 나누는 게 쉽지 않다. 생각을 나누려면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적인 자세가 있어야 되는 걸 깨달았다.  나의 생각을 타인과 나누고, 타인의 생각도 함께 나누려면  각자 독립된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내 생각이 맞고 너 생각은 틀렸다는 게  아니라


“ 당신은 왜 그런 생각을 하나요? “


타인이 그런 생각을 왜 하는지 물어보고,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타인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함께 서로 다른 마음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서로 다른 마음에 대해서 인정하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이게 바로 독립된 영혼들의 교감이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옆지기는 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건 인정해야 한다.  세상 그 누구도 나 같은 복잡한 머릿속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나 또한 나를 알지 못해서 수많은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았았던가.


어린 시절 방황했던 시간을 자책하고  스스로 비난하며 살았다.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어린 시절 꿈의 날개를 펴지 못했던 걸 부모탓 하며  나의 문제를 직면하지 않으려 한 게 진짜 문제 아녔을까?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그 외부적인 탓때문에 찌질하게 산다고 생각했다.   문제의 원인은 거기에 있지 않다.   그 문제의 원인은 바로 나에게 있다. 내 문제가 뭔지도 모르고 다른 곳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했기 때문에 해결이 되지 않은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 그 욕망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드러내야 한다.   


황상민 교수에게 상담을 받고, 황심소 팟캐스트를 들은 지 1년이 되어간다.  자책과 책망으로 자존감은 바닥에 떨어졌고, 그 문제의 원인을 지난 어린 시절에서 찾으려 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당신의 사랑으로 채우려 했던 어머니의 양육을  나는 지나친 간섭으로 받아들였다.  방황과 번민은 청소년 때부터 20대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황심소 상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M자 프로파일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이며 살았던 것 같다.  


자존감, 자존심,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그걸 어떻게 올리고 내리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어떤 애라는 걸 점점 알아가고 있다.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내가 깨달은 그 생각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그 생각의 공유가 공감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경제적인 보상도 뒤따라 올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게 되어서는 오래 할 수 없다.   돈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서, 세상과 나누기 위해서,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마음을 찾아주고 싶다.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즐겁고 의미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몽파르나스 묘지에서 모파상 할아버지에게 약속을 했듯이 남은 인생은 나의 생각을 글로 나누고, 영상을 만들며 보내고 싶다.  파리에서 12일간 보낸 이 시간은 내가 작가로서, 크리에이터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준 값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 당신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


상담받을 때 황 교수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대체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빤스 파는 사람이라고 나를 규정하고 있었다.  이 대답이야 말고 나 스스로 자책하는 끝판왕의 멘트인 것이다.  상품을 파는 상인이  아니라, 굳이 자신을 시장 장똘뱅이 보다도 못하게 나를 비하시켰던 것은 어떤 이유였을까?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면도칼로 자신의 신체에 칼을 그어대는 자책, 자학 심리하고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내 직업에 스스로 면도칼을 그으며 스스로 자학을 해야 내가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누가 내 직업을 묻는다면 난 이렇게 말할 것이다.


“ 피로 해소와 순환에 도움을 주는 레그 전용 기능성 서포터 상품을 수입유통합니다.  마음의 불안, 스트레스가 신체적 불편함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불안한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 나침판'을  만들 수 있게 도움을 드리는 일을 합니다. “


파리 여행의 마지막 날, 카페에 앉아서 ‘심리여행'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싶어졌다.   타인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지 않기에 대부분 스쳐 지나친다.  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어떤 불안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이 없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   각자 다른 마음과 다른 우주를 가지고 있다.  그 무한한 세상 속으로 ‘심리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오전 10시가 되니 손님들이 바뀌고 있다. 여자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기 시작한다.  남녀 성별은 바뀌었지만 흡연은 계속된다. 모녀로 보이는 두 여성이 함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근사해 보인다.  모두들 어찌나 열심히 담배를 피워되는지 야외테이블에 담배연기가 그득하다.  연기가  가게 안쪽으로 계속 흘러 들어오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공간. 이곳은 파리다.


행복한 시간이다.  아침 8시부터 2시간 동안 카페 알롱제 2잔과 덤으로 담배연기까지 마시며  헤밍웨이의 기분으로  파리에서 글을 썼다. 저 쪽 구석에선 모파상 할아버지가 미소를 띠며  글을 쓰는 것  같다.   열띤 토론을 하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앉아있는 모습도 보이는듯한 카페.   그렇다. 이곳은 파리다.


호텔 출발 2시간 전

이제 슬슬 호텔로 돌아가서 체크 아웃 준비를 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카페 앞에 있는 공원에 가서 사진 촬영을 한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도시. 파리여, 이제 안녕.










유튜브 하루켄

11일 차 독립영화 어쩌다 파리는 10.25 ~ 29일 사이에 등록됩니다.


2019년 6월 23일 출발하여 7월 5일 날 도착한 파리 여행. 제 인생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주었습니다.   현지에서 12일간 기록한 파리 체류기를 이제야 완성했습니다.  긴 글을 혼자만의 힘으로 완결을 해보니 뿌듯합니다.


읽어주신 구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seoulharu/2225418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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