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구이

by 하루키

나는 갈치 구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비린내가 싫다. 비릿함은 코끝을 간지럽힌다. 나도 모르게 왼손 검지로 코끝을 비빈다. 위기를 감지한 본능일까. 비린내는 집요히 코끝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한여름 달아오른 아스팔트위 버려진 껌처럼 눌어붙어 떨어질 듯 떨어지지 못한. 한없이 늘어진다. 간지럽다.



인간은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망각한다. 혹은 적응을 한다. 어느쪽이든 냄새를 잊어버리게 된다. 탁자에 놓인 젓가락을 보자 기뻤다. 젓가락을 들었다. 드넓은 파란 바다를 건너온 젓가락은 인정없이 심장도 피도 없다. 갈치를 사정없이 난도질 한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흰색 뜨거운 갈치. 어느새 본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 문득 코끝이 찡했다. 미안한 마음, 서글픈 마음. 반반이었다. 젓가락이 멈췄다. 하필이면, 하필이면 말이다. 자유롭게 살던 바다에서, 한국 어부에게 잡혀, 이 가게에 팔려, 내 앞에 놓여지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 저절로 묵례를 했다.



계산을 하러 카운터에 나섰다. 여사장님은 작고 길쭉한 눈으로 나를 흘기며 무성의한 말을 건낸다. “갈치구이 맛있게 드셨어요?” 나는 말했다. “갈치를 너무 바짝 익히지 말고 소금을 살짝 쳐 주세요.” 계산을 끝내고 나왔다. 그제야 눈치 챘다. 코끝이 간지럽지 않다는 것을.



-

갈치 구이

난도질, 코끝

간지럽다. 간지럽지 않다.

太刀魚焼き

乱切らんぎり。高い鼻先

かゆい。かゆくない。




Fin.



Scenes

Written by fernweh


#1D64AA

-

R: 21, G: 100, B: 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