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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Jul 17. 2023

잉글리시 페이션트

2018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 50주년을 기념하여 수상작들 중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는 ‘황금 맨부커상(The Golden Man Booker Prize)’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1992년 ‘맨부커상’(당시 ‘부커상’)을 수상했던 마이클 온다치의 『잉글리시 페이션트』. 안소니 밍겔라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던 이 작품은 제69회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감독상 등 9개 부문을 수상했다. _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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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부커상 역사에서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2개의 수상작을 뽑으라 한다면 『한밤의 아이들』(1981년, 1993년, 2008년 3번 수상)과 『잉글리시 페이션트』(1992년, 2018년 2번 수상)가 아닐까.


『한밤의 아이들』은 읽었습니다. 영화로 먼저 접한 『잉글리시 페이션트』. 이제야 읽습니다.




저자 마이클 온다치는 스리랑카 콜로보에 태어나(1943년) 영국을 거쳐 캐나다에서 대학을 나왔습니다. 문학과 시를 공부했고, 앱스타인상 시부문을 수상했습니다. 2023년 신간 『기억의 빛』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


이탈리아 북부. 1945년. 시골의 한 수녀원 빌라 산 지롤라모. 이곳에서, 알마시(잉글리시 페이션트, 영국 환자), 해나(간호사), 킵(인도인 폭탄 해체 공병), 카라바지오(해나의 지인, 도둑) 4명이 함께 생활한 이야기.


잉글리시 페이션트(영국 환자)

리비아와 이집트 사이의 어느 사막. 비행기 한 대가 불타올랐다. 전신 화상을 입은 남자가 등장하자 사막의 종족 베두인은 그를 구합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이 남자는 온몸이 검게 그을린 상태로, 기억을 상실한 채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약하게 손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작게 말하고, 보고, 듣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는 잉글리시 페이션트라 불립니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해나가 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해나는 마치 성인을 대하듯 홀로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정성스럽게 돌봅니다.


섬광처럼 잉글리시 페이션트 묘사에 한스 홀바인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이 떠올랐습니다. 성모 마리아(해나)는 포기하지 않고, 그리스도(잉글리시 페이션트)를 피에타Pieta(경외, 연민, 공경심) 합니다.

한스 홀바인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

제 2차 세계대전과 폭탄해체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땅에는 엄청난 양의 지뢰와 하늘에는 폭탄비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 모두 즉시적 반응(폭발)을 하지 않습니다. 마치 완벽하지 않은 기계문명의 징후 같았습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소련인도 아닌 인도인 공병 킵은 영국에 수탈당하는 인도인이었지만, 영국군 공병으로서 지뢰 혹은 불발탄을 제거해 나갑니다. 목숨을 건, 숭고를 보여줍니다.


제라주라, 이사야,

제라주라(이집트나 리비아의 나일강 서쪽 어딘가의 사막에 있다고 전해지는 신비스러운 오아시스 도시, 중략) _7p


클리프턴(영국 스파이)과 캐서린(클리프턴 부인), 4명의 알마시 일행은 제라주라를 찾아 다녔고, 사막의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알마시는 헤로도토스 『역사』를 항상 가지고 다녔으며, 동료 매독스는 톨스토이 『안나 까레니나』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헤엄치는 사람들의 동굴을 발견하게 됩니다. 위도 23도 30분, 경도 25도 15분에 해당하는.


너를 공처럼 동글게 말아서, 넓고 아득한 땅으로 굴려버리신다. (이사야 서 22:17-18) 그다음 구절은 “거기서 네가 죽을 것이다.” _441p


희망도, 구원도, 이상향도 아닌, 네가 죽을 수 있는 곳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알마시(잉글리시 페이션트, 영국 환자)를 중심으로 한 과거와 캐서린과의 사랑(불륜) 이야기,와 해나, 킵, 카르바지오를 중심으로 한 희생적이고, 희망을 말하고자 한 이야기. 시인이 쓴 소설인데 사막. 폭탄의 해체 과정. 폭격당한 도서관의 묘사 등 사실같은 묘사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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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감상 - “ 지형학 같은 소설. 모호한 형태Form(등장인물)를 점차 형성Process(관계된 사람들과의 과정)시켜 지형을 그린 이야기 ”




-. 알마시(잉글리시 페이션트, 영국 환자) -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십계)의 이유.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착점.

-. 해나(간호사) - 아가페Agape(무조건적 사랑)

-. 킵(인도인 폭탄 해체 공병) - 사상, 민족, 국가를 넘어선 사명. 네 이웃을 사랑하라.

-. 카라바지오(어쩌면 작가) - 모르핀 중독자. 알마시, 해나, 킵 모두를 사랑하며, 축음기와 술, 음식 등을 훔쳐 폐허가 된 수녀원에서 함께 즐기는 낭만적 도둑.



덧1, 묘하게 『잉글리시 페이션트』 등장인물 중 카라바지오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화가 카라바지오(카라바조)와 이름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카라바지오가 인생 말년에 그린 그림이 있죠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_193p

카라바지오(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든 다윗>

젊은 카라바지오 다윗이 늙은 카라바지오 골리앗의 목을 칩니다. 젊음은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과거. 늙음은 죽음의 예고. 젊음은 과감히 늙은 카라바지오의 목을 칩니다. 현재의 수긍과 죽에 대한 단호를 말하듯 …


덧2, 한 줄 감상 보충 설명.


사막과 바람에 대한 묘사가 마치 사막은 고요로 인간을 지배하고. 바람은 지형을 자유자재로 만들고 사라지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태초의 바다 생물은 육지에 나와 정착을 합니다. 시간이 흘러 숲은 사막이 됩니다. 사막은 인간을 잉태했고, 이곳의 지배자는 낮(태양)도 밤(달)도 아닌 바람입니다. 수십가지의 바람에 대한 설명과 그 바람이 만든 사구(모래 언덕)는 불때마다 다른 형태를 띕니다. 기원 전부터(헤로도토스 『역사』에 기록된) 1939년에 이르기까지 문명인들은 리비아와 이집트 어딘가 사막에 있을 오아시스 '제라주라'를 찾아 헤맵니다. 트롱프 뢰유.* 2차원 지도에 지형을 억지로 꾸겨넣어 만드는.


* 트롱프뢰유Trompe L'œil 기법. 착시현상을 응용한, 실물로 착각할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된 속임수 그림을 칭하는 미술 기법


덧3, 소설의 마지막 부분 킵(인도인 폭탄 해체 공병)이 오토바이를 탑니다. 그리고 끝없이 달립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북부 이탈이아를, 문득 PTA(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 《마스터》의 주인공 프레디가 오토바이를 타고 마치 사막같은 대지의 지평선을 달리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복잡하고 강렬한 열망.


20000 총.총.총.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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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년 동안 사막에 살다 보니 그러한 일들을 믿게 되었습니다. 사막은 주머니 속의 공간이에요. 시간과 물의 트롱프 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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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슬픔으로부터 너 자신을 보호해야 해. 슬픔은 거의 증오에 가까워. 이 말만 하자. 이게 내가 배운 교훈이야. 네가 누군가의 독을 받아들일 때? 너는 그걸 나눔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너는 그 대신 독을 네 안에 쌓아놓는 거야. 사막에 있던 사람들은 너보다 훨씬 영리했어. 그들은 그가 유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구해준 거야. 하지만 그가 더 이상 쓸모가 없자, 그들은 그를 버렸어.”


“나를 가만히 놔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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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흉골상절흔이라고 하네.”


그는 그녀의 목에 오목 팬 부분에 공식적인 이름을 주면서 떠나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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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헤로도토스 책에서 발견한 전통에 따르면 옛날 전사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영원히 살아 있을 세계에 데려다 놓거나 넣었다고 했습니다. 다채로운 액체, 노래, 바위그림.




#잉글리시페이션트 #마이클온다치 #그책 #2023 #7월






 책과 함께한 음악 디깅


장고 라인하르트Django Reinhardt - Honeysuckle Rose(인동덩굴 장미) London,


장고 라인하르트와 스테판 그라펠리가 프랑스의 핫클럽에서 연주했던 <인동덩굴 장미>뿐이었죠. 1935년. 1936년. 1937년. 위대한 재즈의 해. _421p



장고 라인하르트를 아시나요? 이전에도 소개했지만, 1910년생 집시 기타리스트로 1928년 화재사고로 왼손 약손가락, 새끼손가락을 잃었고, 왼손 자체도 마비됐지만, 불굴의 정신과 노력으로 기타리스트로서 큰 성공을 거둔 분입니다. 개인사가 영화 같아서 너무나 좋아하는 기타리스트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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