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키 Dec 07. 2023

패터슨

짐 자무쉬 감독

2017년 12월 한국 개봉 《패터슨》. 짐 자무쉬 감독. 블루 아워*를 닮은 친구가 있다. 박명의 상태, 매일 반복되는 빛과 어둠의 경계, 틈 사이로 녹색 광선이 반짝인다.


* 프랑스어 표현인 l'heure bleue 에서 유래한 블루 아워 ( 영어: the blue hour )는 해 뜰 녘과 해 질 녘의 박명(얼마 동안 주위가 희미하게 밝은 상태)의 시간대를 의미하는 말  


시를 좋아하는 녹색 광선, 나에게 물었다. 《패터슨》 알아요? 평범한 일상이 특별함으로 될 수 있게 하는 것. 시. 생소한 영화 제목에 찾아봤다. 


패터슨의 일과 역시 일어나서 버스를 운전하고 바에 들렀다 집에 와서 자는 것으로 대동소이하다. (중략) 요일이 반복되듯이 인생은 거시적으로 보면 일상의 무한 루프이다. 하지만 나선처럼, 위에서 보면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보여도 옆에서 보면 조금씩은 오르내리는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 사소한 변화도 얼마든지 시적 진원이 될 수 있다. _나무위키


어, 어- 취향인데, 궁금하다. 시작한다. "딸깍, 딸깍"



"전 시로 숨 쉽니다." _일본 시인(나가세 마사토시)



+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이름이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인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은 부인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와 수컷 잉글리시 불독 마빈과 함께 산다. 매일 아침, 패터슨은 로라와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월화수목금, 9to6의 반복적 일상. 그에게는 한 가지 특별함이 있다. 반복되는 일상의 틈에 시를 쓰는.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자신의 감정을 미묘하게 건드리는 것들, 비밀 노트에 쓰고 또 쓴다.  



호박 _패터슨


나의 작은 호박,

나는 가끔 다른 여자를 생각하는 걸 좋아해,

근데 사실

만약 네가 나를 떠난다면

나는 내 심장을 찢어내고

절대 되돌려놓지 않을 거야.

당신 같은 사람은 다시는 없을 거야.

부끄럽기도 해라. 


?. 뫼비우스의 띠


아침, 햇살이 패터슨을 비추면 (아내) 로라보다 먼저 일어난다, 시계를 본다 6시 5분 ~ 30분 사이.

부엌으로 내려와 시리얼로 아침을 시작한다, 패터슨은 작업복을 입고, 로라가 준비한 

손때묻은 스탠리 철제 초록 가방을 들고 출근을 한다. 집 앞 우체통을 지나 걸어서

버스 차고지를 향한다. 


버스를 운행하기 전 시를 쓰고,

점심을 먹으면서 시를 쓴고,

퇴근하고, 돌아와 지하 방에서 시를 쓴다.


로라와 오늘 있었던 일을 대화하고, 저녁을 먹는다

페터슨은 (잉글리시 불독) 마빈과 함께 산책을 나간다

항상 가는 바에 도착해 생맥주 한 잔 마신다

바의 주인을 포함한 대부분이 아는 사람


하루가 끝난다.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면, 로라는 말한다.

나는 자기한테 밤새 나는 냄새가 좋아. 옅은 맥주 냄새.


월화수목금이 지나 토요일이 된다. 특이점의 발생. 로라가 패터슨보다 먼저 일어난, 컵케이크를 시장에 팔기 위해 아침 일찍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컵케이크를 팔아 소소히 돈을 번다. 패터슨과 로라는 흑백영화를 보러 간다. 그날 밤, (잉글리시 불독) 마빈은 사고를 친다. 패터슨은 절망한다. 



또 다른 하나 _패터슨


네가 어렸을 때

너는 세 개의 차원이 있다는 것을 배운다:

높이, 너비 그리고 깊이

마치 신발상자처럼.

그러다 나중에 너는

네 번째 차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간.

흠.

그러다 누군가는 말한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차원 ...

나는 일을 해치우고

바에서

맥주를 마신다.

나는 내 맥주잔을 내려다보며

기쁨을 느낀다.


다음 날(일요일). 애증의 (잉글리시 불독) 마빈에게 한마디 한다.  “네가 매우 미워, 마빈.” 자포자기 상태로 밖으로 나간 패터슨. 그는 빈 노트를 일본 시인에게 받는다, 다시 월요일이 되고, 로라와 아침을 맞이하고, 버스를 운전하고, 시를 쓰고, 마빈을 산책시키고, 바에 간다.



때론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죠. _일본 시인(나가세 마사토시)


?. 운율


쌍둥이와 폭포수 이미지가 반복해 등장한다. 쌍둥이는 로라의 지난밤 꿈이야기에서 시작해 이야기를 들은 패터슨은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길을 걷다, 운전을 하다, 무심코 돌아보는 시선에 쌍둥이가 나타난다.


또한, 폭포 장면이 계속 반복해서 등장했다. 위에서 아래로, 대각선,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 시라는 폭포 사이를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보인 패터슨. 퇴근길에 우연히 시를 쓰는 10살 정도의 소녀와 마주친다. 소녀는 자신의 시를 들려주고, 에밀리 브론테를 아냐고 묻는다. 패터슨이 안다고 하자. 우린 친구



물이 떨어진다 _시를 쓰는 소녀가 지은 시


쨍한 공기로부터 물이 떨어진다.

머리카락처럼 내려온다.

어린 소녀의 어깨를 넘어 떨어진다.

물이 떨어진다.

아스팔트에 웅덩이를 만든다.

구름과 건물들이 안에 있는 더러운 거울들.

내 집의 지붕 위로 떨어진다,

나의 어머니로 떨어진다,

그리고 나의 머리에 떨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비라 부른다.


 (잉글리시 불독) 마빈은 정적이고, 안정적인 패터슨의 일상 패턴에 자꾸만 사건을 일으킨다. 벽에 걸린 마빈 얼굴은 패터슨을 지켜보고, 패터슨과 로라가 키스를 하면 짖는다. 패터슨이 출근을 하면 우편함을 15도 각도로 기울인다. 패터슨의 소중한 시노트를 손상시킨다. 로라는 반복해 검은색을 사용해 집안을 덧입힌다. 원을 그리고, 그리고, 원은 눈 모양이 된다. 리듬감은 시각적으로 부여되고, 상징은 운율*이 되어 영상 시를 만든다.  


* 시문의 음성적 형식. 음의 강약, 장단, 고저 또는 시어에서 느껴지는 가락이나 유음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트리비아 #trivia #나무위키 #뒷이야기

ㆍ마빈이라는 유기견 출신 불독이 등장한다. 작중 강렬한 존재감을 보였기에 상당히 사랑받은 캐릭터로 마빈을 연기한 넬리는 마빈 역으로 제69회 칸 영화제 '팜 도그상'(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palme d'or의 변형으로 번역하면 개종려상쯤 된다. 매해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중 뛰어난 연기를 펼친 동물에게 수여한다.)을 수상했다. 당시에도 브로드웨이 연기 경력이 있던 개로 암컷이지만 작중 마빈은 수컷이라 로라를 놓고 패터슨을 질투한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반농담조로 트랜스젠더 연기를 했다는 말도 나온다. 원래는 잭 러셀 테리어가 될 뻔 했지만, 애견 트레이너의 추천으로 만난 넬리를 자무쉬가 마음에 들어해 그대로 캐스팅했다고 한다. 넬리는 칸 영화제 개막 2개월 전 8세로 사망했다.(엔딩 크레딧에 넬리를 추모하는 문구가 흐른다.)

ㆍ총 8편의 시가 등장하는데 그 중 'Water Falls'는 감독 본인이 썼고 나머지는 Ron Padgett이라는 시인이 썼다.

ㆍ2016년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인상impression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중 최고란 평가를 받고 있는, 평범하고 ... 특별할 것 없는 일상. 하지만, 시 쓰는 것을 좋아하는, 툭툭 튀어나와 시를 읊는 내레이션, 관객은 패터슨이 되어 시를 짓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가능한, 마음을 열고, 일상을 관찰해, 무언의 끌림을 느꼈을 때. 입은 다문 채, 재빨리 펜을 들고, 끄적여 보는 것,


시이어도 아니어도, 좋고 나쁨, 미숙함과 완성도, 중요치 않은 것 같다. 완전하지 못한 말, 불완전한 감각의 편린,을 적은 것, 어쩌면 사사로울지 모를, 시 아닐까-

.

.

.

☞ 하루키의 영화 생각

1. 영화는 시詩라 생각합니다.
2.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3. 감상은 미니멀을 추구합니다.




* 영상 소개




매거진의 이전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