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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Feb 01. 2024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그를 만난 것은 내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운 가운데 하나이다' 라고 도스토옙스키를 칭송" _프리드리히 니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너무나 유명하기에 그의 소개는 줄이고, 아래의 글로 대신하겠습니다.


"1864년부터 쓰기 시작해 다음 해 7차례에 걸쳐 <러시아 통보>지에 연재하며 완성한 '죄와 벌'은 도스토옙스키의 전 작품 중 최고의 백미다. (중략) '죄와 벌'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보다 여러 면에서 문학적으로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_작품 해설 중


&


내용을 크게 3개의 축으로 이해했습니다.


다양한 메타포를 품은 등장인물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성스러운 두냐(여동생)와 라스콜리니코바(어머니)를 통해 사랑의 가치를 잃지 않았고, 극빈층 소냐(퇴역 관리 딸)와 카레리나(소냐의 어머니)를 통한 인간성을 잃지 않았지만, 파센카(집주인), 알료나(전당포 여주인), 루진(두냐와 파혼한 약혼자)은 끊임없이 라스콜리니코프를 시험합니다. 인간의 삶은 시험(선택)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초인 사상의 오류

포르피리 페트로비치(예심판사)와 라스콜리니코프와의 대화에서 그는 초인(나폴레옹 또는 역사 속 영웅들)의 비유를 들면서 살인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결국 양심의 (내적) 갈등 끝에 자살이 아닌 자수를 선택해 일종의 매듭을 짓습니다. 그의 (자신이 초인이 아님을) 인간적 자각은 아니었는지 ...


가난과 살인자의 심리묘사

라스콜리니코프는 법대를 다니다 휴학한 엘리트입니다. 유약하고, 편집증적이며, 신경질적인 그는 사회시스템의 허점 속에 생활하였고 오랜 가난과 피폐한 생활고에 살인을 저지릅니다. 1개월여의 방황. 도스토옙스키의 심리묘사는 가히 압도적입니다.





책을 다 읽고 '불안'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신과 도덕의 부재로 인한 불안이 아닌 가난과 사회시스템(양극화)에 대한 불안이었고, 주인공은 극복을 위한 (초인이 되기 위한) 살인을 택했지만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안에 헤어 나올 수 없는) 자신을 구원해 줄 무언가를 찾아 헤맵니다. 소냐(종교적 상징으로도 느껴진)의 등장은 주인공을 구원하기 위한 등장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둡고, 빛이 없는, (길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기분. ㅡ 문득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ㅡ


#한줄감상 - "에드거 앨런 포의 심리묘사와 공포, 이방인의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의 시발점始發點을 보았다"



1. 내용 중에 '동전 다섯 닢'이라는 노래를 어린아이가 부릅니다. 또한 읽는 내내 가난한 여인 카레리나와 소냐의 인생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동전 다섯 닢'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회 시스템의 양극화나 불평등일 것 같습니다. 사회 속 개인의 무력함도 생각하게 했습니다. 장발장, 장발장이 훔친 빵 한 조각이 생각납니다.


2. 만약 니체가 정말 『죄와 벌』을 좋아했다면, '죄와 벌 1부 5장'에 나오는 라스콜리니코프의 어린 시절 꿈 이야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마차를 끄는 늙은 암말을 술주정뱅이 농부들이 때리고 욕하고 죽이는 충격적 장면... 이는 일종의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에 대한 암시 아니었을까? 라는 부분입니다.


위의 문장은 『니체의 삶』에서 실제 니체가 정신을 잃게 된 일화와 묘하게 연결됨이 느껴졌습니다.


"니체는 한 마부가 말을 심하게 채찍질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중략) 말의 목을 부둥켜안고 목 놓아 울다가 정신을 잃었다." 『니체의 삶』 551page


결국 니체는 맨 정신을 잃고 의식 없는 10년을 살다 죽습니다. 묘한 연결점의 발견, 짜릿합니다.


20000 총.총.총.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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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파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노파는 질병에 불과해. 나는 어서 뛰어넘고 싶다. 나는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원칙을 죽였다. 나는 그걸 뛰어넘지는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할 수 있었던 것은 살인뿐이다.' (중략) 에이, 빌어먹을! 나는 미학적인 이(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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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당신도 똑같은 짓을 한 셈이잖아? 당신도 역시 넘어섰으니까…… 넘어설 수 있었으니까. 당신은 자살을 한 거나 다름없어, 삶을…… 당신 자신의 삶을 파멸시켰으니까.(이거나 저거나 매한가지야!) 맑은 정신과 이성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으련만, 결국 센나야 광장에서 끝장을 보게 되겠지……. 하지만 당신은 견딜 수 없을 테고, 혼자 남게 되면 나처럼 미쳐 버리고 말 거야. 당신은 지금도 정신이 나간 여자 같아. 그러니까 우리는 함께 가야 해, 같은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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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모두 창백하고 초췌했다. 하지만 이 병들고 창백한 얼굴에는 새로워진 미래, 새로운 삶을 향한 완전한 부활의 여명이 이미 빛나고 있었다. 사랑이 그들을 부활시켰고, 한 사람의 마음은 다른 한 사람의 마음을 위한 무한한 생명의 원천을 간직하고 있었다.



#죄와벌 #표도르도스토옙스키스토예프스키






책과 함께한 음악 디깅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1877) - Tchaikovsky - Swan Lake Ballet Excerpts - Gennady Rozhdestvensky

원래 이 백조 이야기는 러시아에 널리 알려진 전설을 재구성한 것으로 여인으로 변해 호수에서 목욕하는 백조의 옷을 한 사냥꾼이 감춰 결혼했으나 몇 년 후 백조는 옷을 찾아 날아갔다는 것인데, 어쩐지 우리나라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와 비슷하다 _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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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하면 차이코스프스키, 라스콜리니코프의 불안한 심리 묘사와 백조의 호수의 선율이 섞이면서 종잡을 수 없는 흥분과 지루함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보드카... 아니면 죄와 벌에 나온 펀치 칵테일 한잔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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