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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Mar 07. 2024

모비딕

허먼 멜빌


허먼 멜빌은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다. 『모비딕』은 셰익스피어의 『햄릿』, 단테의 『신곡』과 같은 수준의 문학작품이다. _루이스 멈포드 (비평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이후 성취하기 어려웠던 ‘진정한 독창성’이 19세기와 20세기 미국 문학에서 일부 성취되었다고 한다면 그 시작은 멜빌이다. _해럴드 블룸


『모비딕』! 영화, 드라마, 애니, 요약 본 등 수차례 읽고 봤지만 모비딕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완성도 높은 번역본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내용을 전혀 모른다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하겠습니다.^^



허먼 멜빌은 1819년 뉴욕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세가 기울어 13세에 학업을 중단, 20세에 상선 선원이 되었고 22세에 포경선 선원과 해군으로 5년간 남태평양을 항해. 1846 처녀작 『타이피족』의 성공으로 전업작가가 되었지만, 이후 작품은 독자의 호응을 얻지 못해 40세부터는 세관원으로 일하며 간간이 시집만 출간하다 공개되지 않은 소설 초고를 남긴 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모비딕』은 1851년(31살) 여섯 번째 출간 작품입니다.


&


모비딕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 것 아닐지,


1. 이스마엘(주인공), 퀴쿼크(작살잡이)의 우정, 에이브햄 선장과 (향유고래) 모비딕의 결투

보통 영화, 드라마, 애니에서 주로 이 부분을 다룹니다. 친밀하고, 인간적이고, 광기 어린, 거대 고래에 대한 도전, 열망. 때로는 슬프고 애처롭기까지 한 서사 속에서 작은 역할의 등장인물까지 생생한 개성이 느껴집니다. 서사가 굵고 거칠며 대단합니다.


2. 고래학과 포경선 이야기

고래학(고래의 역사, 해부학, 골상학, 생물학, 신화 등) 뿐만 아니라 대서양, 혼 곶, 희망봉, 인도양, 태평양 등 지구의 대양을 누비며 활동하는 포경선 이야기까지 '바다'라는 백과사전의 한 챕터를 읽은 듯, 생생하고 구체적이었습니다.


3. 명상록

의외였던, 주인공의 철학적 사유가 종종 나옵니다. 파스칼의 『팡세』를 떠올릴 정도로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였습니다. 아마 이 부분이 난해하고 읽기 어려운 책이라 불리는 결정적 이유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셰익스피어, 괴테, 단테 등 그 어디에서도 읽어 낼 수 없었던 치열한 사투(인간과 자연)를 느꼈고, 『일리아드』 『오디세이아』 속 영웅과 같은 인간이 아닌, 포경선 속 밑바닥 인간들이 운명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모비딕을 (모험을) 쫓습니다. 죽음은 정해진 것. 신화를 뛰어넘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긍지가 느껴졌습니다. 1851년에 이런 소설이 발표됐다는 것이 놀랍고, 선구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히 『모비딕』 이후의 모든 인간 대 자연의 투쟁을 그린 문학은 『모비딕』의 아류가 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지. (개인적)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줄감상 - "필연(비극; 인간의 탄생과 죽음의 삶)과 우연(인간은 늘 미지의 사건과 마주한다)의 씨실과 날실 사이에 자유의지(그럼에도 인간은 '각자의 나我'로서 살아간다)를 읽었다."



1. 용광로 같은 미국 사회의 축소판, 포경선 '피쿼드 호' 아닐까?


영국인, 프랑스인, 인디언, 흑인, 러시아인, 네덜란드인, 남미 원주민, 미국인, 아이슬란드인, 다양한 인종이 모인 포경선 '피쿼드 호', 이들은 각자 종교도 생활방식도 다르지만 삶의 목적 <고래를 잡아서 돈을 벌겠다>를 달성하기 위해 생사고락을 함께합니다. 목숨을 건 도전! 무한 자본주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세상의 모든 고래는 사라져도 상관없습니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본질이 느껴졌습니다.


2. 『모비딕』을 읽으면서 보들레르의 『악의 꽃Les Fleurs du Mal』 (윤영애 역) 시 중에서 '여행Le Voyage'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모비딕』 전체를 한 구절의 시로 표현한다면 아래와 같지 않을까- 여기서 '죽음'을 '모비딕'으로 치환해 읽었습니다. :)


8.
오 <죽음>이여, 늙은 선장이여, 때가 되었다! 닻을 올리자!
우리는 이 고장이 지겹다. 오 <죽음>이여! 떠날 차비를 하자!
하늘과 바다는 비록 먹물처럼 검다 해도,
네가 아는 우리 마음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네 독을 우리에게 쏟아 기운을 북돋워주렴!
이토록 그 불꽃이 우리 머리를 불태우니,
<지옥>이건 <천국>이건 아무려면 어떠랴? 심연 깊숙이
<미지>의 바닥에 잠기리라,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여행Le Voyage 마지막 구절


20000 총.총.총.



§. 책갈피


-

고래와 다른 물고기들의 본질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린네가 그 차이점을 제시했는데, 간단히 말하면 고래는 허파가 있고 피가 따뜻한 반면에 다른 물고들은 허파가 없고 피가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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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아리에 관해서 말하자면, 그 동물이 정상적인 기분일 때 하얀 몸으로 유령처럼 유유히 물속을 미끄러져 가는 것은 북극곰의 특징과 기묘하게 일치한다. 이 특징은 프랑스인들이 그 물고기에 붙인 이름에 가장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가톨릭교에서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미사는 '레퀴엠 에테르남' (영원한 휴식)으로 시작되고, 그래서 '레퀴엠’이 추도 미사 자체와 진혼곡이나 장송곡 같은 장례용 음악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제 프랑스인들은 이 백상아리의 흰색에서 연상되는 죽음의 고요한 정적과 그 치명적인 습성을 가리켜 그 상어를 '르캥Requin' 이라고 부른다.) 신천옹(알바트로스)을 생각해 보라. 그 하얀 유령은 모든 상상 속에서 구름 속을 미끄러지듯 날아가지만, 초자연적인 경이와 창백한 공포를 자아내는 그 구름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 매력을 최초로 노래한 것은 콜리지가 아니라 신의 위대한, 누구에게도 아첨할 줄 모르는 계관시인, '자연'인 것이다.


-

(나는 난생처음 본 신천옹을 기억하고 있다. 강풍이 오래 계속되던, 남극해 부근의 바다에서였다. 나는 오전 당직을 밑에서 마친 뒤 잔뜩 흐려진 갑판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중앙 해치에 내동댕이쳐진 새 한 마리를 보았다. 얼룩 하나 없이 새하얀 깃털로 덮여 있고 매부리코처럼 구부러진 기품 있는 부리를 가진 당당한 새였다. 새는 무슨 신성한 궤라도 끌어안으려는 것처럼 대천사의 날개 같은 거대한 날개를 간헐적으로 내밀어 활처럼 구부렸다. 놀라운 날갯짓과 진동이 새를 뒤흔들었다. 새는 몸을 다치지 않았는데도 초자연적인 고통에 사로잡힌 어떤 왕의 유령처럼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냈다. 나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새의 눈을 통해 신만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엿본 것 같았다. 나는 천사들 앞에 선 아브라함처럼 허리를 구부렸다. 새는 너무 하얗고 날개는 너무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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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추방당한 그 바다에서 나는 전통과 도시에 대한 기억, 비참하게 일그러진 기억을 잃었다. 나는 깃털로 뒤덮인 그 경이롭고 이상한 새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때 내 마음을 뚫고 지나간 것이 무엇인지는 말할 수 없다. 그저 암시를 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마침내 나는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서 이게 무슨 새냐고 한 선원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고니 goney' 라고 대답했다. 고니! 그런 이름은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



#모비딕 #허먼멜빌






책과 함께한 음악 디깅


윱 베빙Joep Beving - Solipsism(유아론有我論) 2015 앨범


네덜란드 출신의 현대 음악 작곡가, 피아니스트. 어렸을 때 피아니스트를 꿈꾸었으나 손목 부상으로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돼 경제학을 공부하며 공무원 생활을 한다. 그 후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아 광고 회사에 취직해 광고음악을 만드는 일을 하였다.


그 후 리옹 국제 광고제에 참석해 자신이 묵던 호텔 로비에서 자신의 곡을 연주해서 큰 호응을 얻으며 2015년, 처음으로 첫 앨범을 발매하며 자신의 피아니스트 생활을 시작한다.


그 후, 그의 수록곡들이 스포티파이에 수록되자, 큰 인기를 얻게 되고 윱 베빙의 앨범 [SOLIPSISM] 은 5,100만 건의 스트리밍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_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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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의 사랑을 송두리째 앗아간 재즈인 듯 뉴에이지인 듯한 피아니스트 윱 베빙! 음악적으로 빌 에반스, 쇼팽, 에릭 사티, 키스 자렛, 라디오헤드, 구스타프 말러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소오름! 쇼팽을 제외하고 모두 좋아하는 아티스트들, 멜랑꼴리의 늪에 빠진 이유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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