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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Mar 01. 2024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마라구

“우리는 또 하나의 명작을 갖게 되었다. 조지 오웰의 『1984』, 카프카의 『심판』, 카뮈의 『페스트』를 능가하는 우리 시대의 우화다.” _커커스 리뷰


포르투갈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마라구’ _작품해설


『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인터넷 서핑을 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포르투갈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그런데 한국에서 100쇄? 제가 아는 한 노벨문학상 수상 외국 작가가 한국에서 100쇄는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궁금합니다. 바로 읽기 시작하겠습니다.



저자 주제 사마라구는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 이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펴낸 후 문단의 주목을 받습니다. 1982년 『수도원의 비망록』을 시작으로 유럽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으며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합니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하였으며, 2010년(87세) 사망합니다.


&


크게 3 부분으로 구분해 보면,


전반부

어느 날, (갑자기) 첫 번째 시력을 잃은 된 환자가 발생합니다. 급속도로 전염병은 확산되고, 정부는 신속히 최초 확진자와 밀접촉자를 임시 수용소로 격리시키지만 기하급수적으로 감염자가 늘어나 격리 수용소의 수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이어진 폭동과 방화, 탈출.


제한된 공간, 제한된 음식, 이기심, 폭력, 인간의 존엄이 극단적으로 훼손되는 상황에서 인간은 ‘생존본능’ 뿐입니다.


후반부

최초의 감염자 그룹 7명은 수용소에서 탈출해 도시 속 자신들의 집에 도착합니다. 도시는 정전으로 암흑이었으며, 도시 사람들은 그룹을 형성해 끊임없이 먹을 것을 찾습니다. 거리는 쓰레기와 대소변으로 넘쳐났지만, 시력을 잃은 인간은 수치심도 인간의 존엄도 망각한 채 살아갑니다. (최초의 감염자 그룹) 7명의 탈출자들은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눈이 멀었다’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시각의 상실’. 이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은 매우 사실적이고 폭력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은 일생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전적으로 시각에 의지해 살아갑니다. 시각의 상실로 인한 미증유의 공포, 심리 등은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낱낱이 묘사됩니다.





노벨문학상 작가의 소설이지만 대중적이며, 소재가 취향이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문장부호(쉼표와 마침표)가 (매우) 적고, 대화와 대화 사이, 대화와 독백 사이, 대화와 해설 사이 등에서 줄 바꿈을 하지 않는 스타일로 번역이 잘못된 건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는데, 작품 해설에서 작가 고유의 스타일이란 설명에 안심을 했습니다.^^


#한줄감상 - "눈먼 자들이든 눈멀지 않은 자들이든 생존 혹은 이기심 추구 행위는 혼돈을 초래한다. 근원적으로 인간 스스로 존엄을 잃지 않음으로써 희망은 계속된다."



『눈먼 자들의 도시』 후반부에 들개가 등장합니다. 타이밍과 (소설 속) 역할이 상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떤 의미일까?


들개는 인간처럼 선명한 형체를 볼 수(지독한 근시) 없습니다. 그래서 발달한 후각과 청각은 시각을 보조합니다. 들개는 먹고, 자고, 대소변 하며 살아갑니다. 그들은 동종에게 이기적이지 않고, 친구(인간)와 조화를 이룹니다.


그렇다면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눈먼 자들은 어떨까요? 시각을 잃은 자들. 후각과 청각을 사용합니다. 그들의 삶 역시 먹고, 자고, 대소변 합니다. 들개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눈먼 자들은 들개와 다르게 그들이 속한 사회에서 특정 (힘이 쎈 이기적) 집단이 다른 집단(힘이 약한 집단)을 지배하고, 질서를 가장한 (특정집단에 유리한) 불합리한 강제적 힘. 법을 만듭니다. 도대체 들개와 인간 어느 쪽이 순리대로 살아가는 종일까요.


덧,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눈이 멀지 않은 한 사람, 안과의사 부인이 등장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눈먼 자인 것처럼 속이고 주변을 돕습니다. 비밀을 알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그녀를 믿고 의지하지만, 이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 남에게 의지하는 순간, 눈이 보일지라도, 눈먼 자들과 다를 것 없는 것 아닐지 ...


20000 총.총.총.



§.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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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는 ‘봄(시각)’과 ‘말함(청각)’, 아니 그 반대로 실명과 침묵이란 장치를 통해 무책임한 윤리 의식과 붕괴된 가치관, 그리고 폭력이 만연한 현대 사회를 잘 암시해 주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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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두 사람이 싸우는 꼴이 어떤지 당신은 모를 거에요. 싸움이란 건 언제나 실명의 한 향태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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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는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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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 만연한 무책임한 윤리 의식과 이에 대한 무지의 고발이다. 그렇기 때문에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눈이 멀었다'라는 사실 그 자체이다.



#눈먼자들의도시 #주제사마라구






책과 함께한 음악 디깅


▶ 마크 터너 Mark Turner - Return from the Stars (2022 / ECM / Jazz)


‘존 콜트레인 이후 가장 영향력있는 색소폰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현시대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사랑받고 있는 마크 터너. 이 작품은 2014년에 발표한 ECM 리더 데뷔앨범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쿼텟 앨범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_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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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콜트레인 앨범을 (이것저것) 듣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알려준 앨범. 철학적 느낌?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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