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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Jul 28. 2024

레닌그라드 방문의 회상

리차드 디벤콘

 리차드 디벤콘(Richard Diebenkorn, 1922-1993)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한 전후 예술가로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미술의 중심지는 뉴욕으로 옮겨왔는데 디벤콘은 캘리포니아의 서쪽 해안가에 머물며 당시 뉴욕의 아방가르드를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화풍을 추구했습니다. 그는 초창기 세잔, 마티스, 몬드리안의 작품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 이 작품에서는 특히 마티스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중략)


이번에 크리스티에서 거래된 위 작품은 그가 소련 레닌그라드(지금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하고 나서 그린 작품으로, 당시 레닌그라드 에르미타주 미술관에서 마티스 전시회를 보고 크게 감동받았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때는 지금과 같이 컬러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돌아다니지 않았고 흑백사진으로만 접할 수 있던 시기였죠. 2023년 (소더비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미술품 베스트 10, 7위(약 600억원)에 낙찰됩니다. _아트 매거진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Richard Diebenkorn <Recollections of a Visit to Leningrad>, (1965) 출처: 크리스티



+ 하루키 감상

리차드 디벤콘은 1955년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예술 대학California College of Arts and Crafts에서 학생을 가르치게 됩니다. 당시 그는 추상표현 회화에 큰 의문을 갖고 있었고, 1956년 베이 에어리어 구상 운동Bay Area Figurative Movement*에 참여를 합니다. 혁신적이고 개방적인 동료 화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구상 회화로 전향합니다.


* 베이 에어리어 구상 운동Bay Area Figurative Movement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예술가 그룹으로 구성된 20 세기 중반 미국의 미술 운동입니다. 구상회화로 돌아가는 한편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발이었습니다.

뉴욕 추상 표현주의 학교 (New York School of Abstract Expressionism)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미국 최초의 예술 스타일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추상 표현주의의 독립적인 변형의 중심지였습니다. 베이 에어리어 구상 운동은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_Wiki


1963년 9월, 디벤콘은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있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첫 번째 레지던시 아티스트로 임명됩니다. 학교의 지원을 받아 1964년 가을부터 1965년 봄까지 유럽 여행을 떠납니다. 사실 그의 목적은 러시아의 미술관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품 앙리 마티스의 대규모 전시회를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경유해 소련의 레닌그라드에 도착합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미술관으로 향합니다. 고대했던 순간, 100점 가까운 앙리 마티스의 작품들과 만나게 됩니다.


디벤콘은 한 그림 앞(하기 그림)에 멈춰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툭툭 눈물이 턱끝에서 떨어집니다. 그토록 동경했던 앙리 마티스. 마치 (그의) 영혼이 그림에서 나와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의 예술론을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때때로 어깨를 토닥입니다. 디벤콘은 커다란 감동과 동시에 강렬한 영감을 얻습니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붉은 방<The Dessert: Harmony in Red (The Red Room)>, (1908) 출처: Wiki


1965년 여름, 캘리포니아 베이 에어리어로 돌아옵니다. 그날의 감동과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로, 하지만 숨이 막혔습니다. 바다와 해변, 하늘, 학교, 작업실, 가족 모두 자신이 여행을 떠나기 전과 똑같은 일상이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과 삶. 세상은 정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디벤콘은 스케치를 끝낸 캔버스를 꺼냅니다. 익숙함의 거부반응, 열정, 새로운 창작에 대한 고민, 감동,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영감을 담아. 앙리 마티스의 <붉은 방>의 창밖 세상의 호기심을, 《레닌그라드 방문의 회상》에 색을 칠해갑니다.



&



1. 정면에는 꽃 모양으로 장식된 벽이 보입니다. 아래에는 명도 높은 파란 바닥이 보입니다. 굵은 흰 선이 위에서 아래로 그어져 있습니다. 내부(안)와 외부(밖)의 경계가 될 수 있는 측면 벽은 뚫려 있습니다. (방이라 상상되는) 이 공간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합니다. 레닌그라드의 햇살은 이곳을 환희 비춥니다.


2.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렸습니다. 녹색, 살색, 하늘색, (호기심을 유발하는) 보라색도 보입니다. 정적입니다. 어쩌면 몬드리안의 영향을 받아 비대칭성을 보여준 것일 수 있습니다. 비대칭성 속에서도 묘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3. 가만히 귀 기울여 봤습니다. 간혹 그림 속 색과 표현에 속삭임(떨림을)을 들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화가의 목소리, 때로는 감정의 혼잣말, 때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목소리 등. 앙리 마티스와 피에트 몬드리안을 떠올리자, 두 거장의 낮은 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4. 피에트 몬드리안과 앙리 마티스는 주거니 받거니 예술론을 펼칩니다.


피에트 몬드리안 - "그림이란 비례와 균형 이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앙리 마티스 - "난 테이블을 그 자체로 그리지 않는다. 테이블이 나에게 주는 정서를 그린다."

피에트 몬드리안 - "우리가 자연의 외형을 버리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내 그림 속의 수평과 수직선들은 어느 것에도 제약받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표현이다."

앙리 마티스 - "색채란, 물리적인 현상으로서의 빛이 아닌, 예술가의 두뇌의 빛을 표현하는데 기여한다. 그리고 이 빛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피에트 몬드리안 - "수직선은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를 향한  인간의 의지가 담긴 것이며, 수평선은 모든 사물과 그 사물에 대한 포용을 의미한다"

앙리 마티스 - "너무 많은 색채를 사용하면 아무런 효과도 낼 수 없다." 

* 화가 - 리차드 디벤콘Richard Diebenkorn (1922 - 1993, 미국)

+ 전기(1922 ~ 1955)


1922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 재능을 보입니다. 1940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하면서 추상 표현주의의 선구자였던 데이비드 파크 (David Park)에게 영향을 받습니다. 1950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여 캘리포니아 예술 전통과 추상 표현주의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1955년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그의 추상 표현주의 작품은 더욱 강렬하고 표현적인 양식으로 발전합니다.


+ 중기(1956 ~ 1966)


1956년 뉴욕에서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디벤콘은 추상 표현주의에서 벗어나 구상 회화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일상적인 풍경과 인물을 주제로 하며 더욱 사실적인 표현을 추구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섬세한 묘사와 차분한 색채, 그리고 정적인 분위기로 특징지어집니다.


이 시기 베이 에어리어 구상 운동Bay Area Figurative Movement에 참여해 활동했습니다.


* 베이 에어리어 구상 운동Bay Area Figurative Movement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예술가 그룹으로 구성된 20 세기 중반 미국의 미술 운동입니다. 구상회화로 돌아가는 한편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발이었습니다.

뉴욕 추상 표현주의 학교 (New York School of Abstract Expressionism)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미국 최초의 예술 스타일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추상 표현주의의 독립적인 변형의 중심지였습니다. 베이 에어리어 구상 운동은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반응이었습니다. _Wiki


+ 후기(1967 ~ 1993)


1960년대 후반부터 디벤콘은 추상과 구상의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스타일을 개발합니다. 기하학적 형태와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풍경이나 인물의 기본적인 형태를 유지했습니다. 그의 후기 작품은 추상 표현주의의 역동성과 구상 회화의 섬세함을 조화롭게 보여줍니다. 1993년(71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다음과 같이 비평합니다.


▶ 추상 표현주의에 대한 반발


디벤콘의 초기 추상 표현주의 작품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표현주의적이란 비판. 또한, 그의 작품이 형식적 실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구상 회화로의 전환에 대한 비판


1950년대 후반 디벤콘이 추상 표현주의에서 구상 회화로 방향을 전환했을 때, 일부 비평가들은 그의 예술적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그의 구상 회화가 사실적이지 않고 혁신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 *


+ 주요 특징


1. 추상 표현주의 (1950년대 초반)


디벤콘은 초기 작품에서 추상 표현주의의 강렬한 색채와 붓 터치를 사용합니다. 내면의 감정과 표현을 추구하는 추상 표현주의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2. 구상 회화 (1950년대 후반-1980년대)


1950년대 후반 디벤콘은 추상 표현주의에서 벗어나 구상 회화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그는 일상적인 풍경과 인물을 주제로 섬세한 묘사와 차분한 색채를 사용했습니다.


3. 추상과 구상의 조화 (1980년대-1993)


1980년대 들어 디벤콘은 추상과 구상의 요소를 결합한 새로운 스타일을 개발합니다. 기하학적 형태와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풍경이나 인물의 기본적인 형태를 유지합니다. 그의 작품은 추상 표현주의의 역동성과 구상 회화의 섬세함을 조화롭게 보여줍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추상표현주의는 느낌의 영역 (제6의 감각) 아닐까란 생각을 합니다. 사진, 영상, 프린트 물이 아닌, 원본을 직접 마주해 가까이 혹은 떨어져 감상하는 것, 감정과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요? 

출처: artsy





"그리고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서거일인 오늘,

샤콘의 원곡을 들을 시간이다.

이 곡을 듣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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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한Hilary Hahn이 연주하는 샤콘느. 무반주 바이올린 연주에서 우울, 분노, 상실, 평온, 기쁨의 반복, 또 반복이 느껴진다. _하루키

Johann Sebastian Bach - Chaconne, Partita No. 2 BWV 1004 | Hilary Hahn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Richard_Diebenkorn

[2] ArtnetRichard_Diebenkorn

[3] ArtsyRichard_Diebenk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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