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키 Aug 04. 2024

움직이는 형상(의역)

프란시스 베이컨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작가 프란시스 베이컨 작품의 위대한 아이콘 중 하나인 〈Figure in Movement〉가 5200백만 달러로 뒤를 따라옵니다. 1976년에 그린 이 작품은 1971년 베이컨의 애인 중 하나였던 조지 다이어(George Dyer)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의 제작된 그림입니다. 비평가 데이비드 실베스터(David Sylvester)는 이 기간 동안 제작된 단일 캔버스 작품 중 최고로 평가하였는데요. 


미켈란젤로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로부터 영감 받은 움직이는 육체가 영향을 받은 화면 안에 원초적으로 뒤엉킨 팔다리가 매달려 있습니다. 다이어의 죽음 이후 작가의 작품을 지배했던 "검은색 삼부작"과 친숙한 높이 2m에 달하는 장엄한 스케일의 단일 캔버스 작품입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육체적 고통, 십자가 처형과 관련 있는 형태들, 교황 등을 오랫동안 그렸습니다. 특히 그를 미술계의 주류로 올려놓은 작품 〈십자가 책형을 위한 세 개의 습작 Three Studies for Figures at Base of Crucifixion〉, 1944와 같은 트립틱(triptych, 삼면화) 작품을 많이 남겼으며 회화가 선사하는 감각의 지평을 넓혀갔습니다. 그런 베이컨의 회화에 대해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es Deleuze)의 저서 『감각의 논리(Logique de la sensation)』에서 언어로 구체화하였고, 이 작품은 단일 캔버스지만 베이컨 회화의 특징인 형상과 윤곽 그리고 “아플라(aplat, 거대한 색면)”의 조화를 잘 볼 수 있습니다. 2023년 (소더비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미술품 베스트 10, 6위(약 677억원)에 낙찰됩니다. _아트맵 23.12.26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Francis Bacon 〈Figure in Movement〉, (1976) 출처: 크리스티



+ 하루키 감상

프란시스 베이컨은 1958년 경부터 런던의 예술 대학교Chelsea School of Art 근처 풀햄 로드Fulham Road에 살았습니다. (거의) 매일 펍 'King's Arms'에 저녁 겸 술과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방문합니다. 당시 모두에게 "Finch's"란 애칭으로 불렸던 이 펍은 예술가, 작가, 조각가, 시인들이 모여 교류를 하였고, 보헤미안 네트워크라고도 불렸습니다.


1963년 여름, 여느 때처럼 펍에서 술과 음식, (친구들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 늦은 시간 작업실로 돌아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현관 손잡이를 돌리자 끼익 열립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정신이 번쩍 듭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작업실 불을 켜면서 뛰어들었습니다. (매우 당황해하는) 여리여리한 (30세 정도의) 진한 갈색머리의 남성이 어정쩡한 자세로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조지 다이어(George Dyer)


그와 눈이 마주칩니다.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그를 보고 문득 측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을 합니다. "신고하지 않을게, 원하는 그림 한 장 정도는 가져가도 좋아. 안심하렴" 그러자 그는 말없이 빈손으로 (정문으로) 당당히 걸어 나갑니다. 어둠 속으로,

조지 다이어 머리에 관한 습작(Study for the Head of George Dyer), 1966


다음날 조지 다이어George Dyer는 매일 베이컨의 작업실로 찾아옵니다. 베이컨은 거부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연인 관계로 발전합니다. 그는 자신이 범죄자 집안에서 태어났고, 교도소를 여러 차례 들락날락했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베이컨과 동거를 시작합니다. 베이컨의 초상화 시리즈의 모델이 되었고 정기적으로 많은 돈을 받았습니다. (창백한 얼굴로) 줄담배를 피우며 매일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셨던 조지 다이어.


그에게 불만은 딱 하나였습니다. 베이컨과 베이컨 주변의 지식인 집단의 예술론과 철학 이야기들. 그는 혐오했습니다. 그가 보기에 모두 위선이고, 거짓 같았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허구다. 가짜다. 가짜! 1971년 그는 자살합니다.


베이컨은 심한 충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조지 다이어George Dyer가 느꼈을 고뇌와 감정을 그림으로 그립니다. 1973년 <검은 3부작>을 완성합니다. (하기 그림)

"검은 3부작(Black Triptych)"이라 부르는 다이어에 관한 일련의 헌정작, 1973년 5-6월 3부작



&



1. 처음 시선이 닿은 곳은, 남성으로 생각되는 나체와 그 위로 동그랗게 확대한 엉덩이? 였습니다. 동성애적 코드가 느껴졌습니다. 갑자기 솜털이 빳빳해짐이 느껴졌습니다. 알레르기 반응.


2. 불편함.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러자 전체적인 그림이 보였습니다. 투명한 기하학적 도형과 원형 바닥이 보였습니다. 마치 축소된 레슬링 경기장 같았습니다. 레슬링 경기장에는 두 남자가 한 덩어리가 되어 운동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쪽에선 빼꼼, 말머리가 보입니다. 이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3. 이어서 검은 화살표와 덩어리 밑에 깔린 구겨진 두루마기 혹은 신문지로 보이는 문자가 써진 종이가 보였습니다.


▶ 신체와 문자 - 인간이 처음 빛과 세상을 만나게 되는 순간은 신생아 때입니다. 신생아는 언어도, 문자도, 나라는 주체의식도 (형성되지 않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 살아있고, '나'가 존재합니다. 심장이 뛰고, 피가 돌고, 감각만이 있는 원초적 상태. 신체의 인간. 이 신체는 몸은 언어와 문자를 학습해 문명화(사회화) 합니다. 


나라는 (고유의) 주체는 끝없는 덮어쓰기로 (사회적 관계와 학습으로) 인해 의식이란 층위가 생기고 나라는 고유의 주체는 의식의 층위가 덮어 버려 잠재의식이라는 층위를 형성하게 됩니다.


강하게 저항합니다. 언어로 문자로 된 사회에,


▶ 검은 화살표 - 화살 모양. 즉 상징입니다. 상징은 인간과 인간이 약속한 의미입니다. 이 약속한 의미는 얼굴을 가리킵니다. 얼굴의 형상은 마치 진흙으로 만든 뭉그러짐 같습니다. 피할 수 없는 검은 화살표(죽음) 그 화살표를 마주 볼 수 없는 얼굴은 심하게 뭉그러져 혼돈스럽습니다. 죽음 앞에 선 존재의 공포.


4. (작은) 원형 경기장, 검은 핑크색 덩어리 (사람으로 보이는), 빨간 핑크색 말머리, 밖으로 나가면 온통 검은색입니다. 기하학적 정사면체(로 보이는)를 감싸는 검은, 기하학적 심연의 움직이는 형상.

* 화가 -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 - 1992, 영국)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 전기(1909 ~ 1939)


프란시스 베이컨은 1909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영국 화가입니다. 20세기 가장 심오하고 파격적인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어린 시절은 가족과의 복잡한 관계, 특히 전직 영국군 장교였던 아버지의 가혹한 훈육과 베이컨 자신의 천식 투병으로 인한 연약 하면서도 도전적인 성격이 형성됩니다.


베이컨은 영국과 아일랜드의 여러 학교를 다니며 산발적이고 비 전통적인 교육을 받았고, 정규 교육을 이수한 적은 없습니다. 1927년 파리에 머물던 중 파블로 피카소 작품을 접한 게 계기가 되어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됩니다. 독학으로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는 베이컨이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시기입니다.


+ 중기(1940 ~ 1969)


이 시기는 그의 대표적인 스타일과 주제에 대한 집착이 구체화됩니다. 실존적 공포와 의문으로 가득했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컨의 작품은 시대의 불안과 황폐함을 반영하여 인간의 조건에 대해 탐구합니다. 베이컨은 왜곡된 인물과 잊히지 않는 추상적 공간을 통해 생생한 감정과 실존적 공포를 전달하는 능력을 보여준 3부작 '십자가 책형의 바탕을 위한 세 가지 형태 연구'(1944)(하기)를 통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룹니다.

프란시스 베이컨 <십자가 책형의 바탕을 위한 세 가지 형태 연구>, (1944 완성), 세 그림, 출처: Wiki


이 시기 베이컨의 예술은 감정적 강렬함,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실존적 주제를 특징으로 하며, 특히 니체 등 철학에 대한 독서와 인체의 취약성에 대한 매혹이 그를 크게 발전시킵니다. 그는 삼부작을 사용하는 것이 그만의 특징이 되었고, 서로 연결된 이미지를 통해 복잡한 심리 상태의 탐구를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베이컨과 조지 다이어의 격동적 관계의 시기이기도 한 중기는 베이컨이 가장 창조적 작품을 만들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1971년 다이어의 자살로 인한 두 사람의 비극적 결말은 이후 베이컨의 작품을 한층 상실과 실존적 절망이 느껴지는 경향으로 만듭니다.


+ 후기(1970 ~ 1992)


사망할 때까지 베이컨은 작품 세계를 정의했던 주제에 대한 성찰과 통합, 그리고 지속적인 탐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비극과 변화하는 인간의 깊이를 탐구하려는 베이컨의 의지를 흔들지 못했습니다. 그의 후기 작품들은 초기 작품의 강렬함을 유지하면서 종종 죽음과 냉혹한 시간의 흐름에 대한 명상을 반영하여 보다 사색적이고 때로는 침울한 어조를 띠었습니다. 1992년(82세)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다음과 같이 비평합니다.


▶ 불온한 이미지


베이컨 작품에는 종종 왜곡되고 기괴한 인물과 얼굴, 폭력 장면, 고립과 절망의 주제가 묘사됩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섬뜩하고 불안에 대한 이러한 초점이 지나치거나 무의미하다고 지적하며, 실질적인 예술적 탐구보다는 선정주의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 비관주의


베이컨의 작품에 스며든 명백히 어둡고 비관적인 세계관은 균형과 구원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비평가들은 인간 존재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초점이 예술의 아름다움, 희망, 긍정의 잠재력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관점을 제공한다고 주장합니다.


▶ 반복


일부 비평가들은 베이컨의 작품에서 반복적인 특성을 지적하며 특정 주제, 모티프, 구성으로 계속 돌아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예술성이 진화하지 못했거나 성장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합니다.



* * *


+ 주요 특징


1. 왜곡된 형태와 표현주의적 기법


베이컨은 인간의 신체와 얼굴을 과감하게 왜곡시키는 방식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그림은 표현주의적 기법을 사용하여 내면의 감정과 정신 상태를 시각화합니다. 이러한 왜곡은 관람자에게 불안감과 긴장감을 주며, 인간 존재의 취약성과 고뇌를 강렬히 전달합니다. 베이컨은 신체의 왜곡을 통해 전통적인 미학을 거부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근원적인 감정과 대면하게 만듭니다.


2. 비정형 공간과 분위기의 창조


그의 작품에서는 종종 인물들이 정의하기 어려운, 추상적이고 비정형적인 공간에 배치됩니다. 이러한 공간은 종종 감옥이나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구조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인물들을 고립시키고 그들의 고립된 정신 상태를 강조합니다. 배경과 공간의 이러한 처리는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작품 속 인물의 심리적 상태를 더 깊이 공감하게 만듭니다.


3.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대비


그의 회화는 종종 강렬하고 대담한 색채 사용으로 주목받습니다. 그는 색채를 통해 감정의 강도를 표현하며, 대조적인 색상을 사용하여 드라마틱한 효과를 창조합니다. 이러한 색채 사용은 작품에 더 깊은 정서적 무게를 부여하며, 종종 불안정하고 충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베이컨은 색채를 통해 시각적 충격을 극대화하고,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상태를 탐구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자살한 연인) 다이어Dyer의 유령 같은 모습은 육체적 쾌락에 대한 찬사입니다. 베이컨은 자신의 색色素

(발색(發色)의 근원이 되는 물질)를 애무하고, 변형하고, 성형하는 행위를 즐깁니다. _크리스티


프란시스 베이컨의 뮤즈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교양과는 거리가 먼) 조지 다이어.

그의 죽음(자살)에 그를 기억하며 그린 그림(하기) 중 하나입니다.


베이컨 작품 중 경매에서 거래되는 작품은 조지 다이어와 관계된 그림이 매번 높은 경매가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어? 신문?을 읽는 다이어인가요."

Francis Bacon <Figure in Movement>, 1972년 처형. 견적: £15,000,000-20,000,000. 이 그림은 2018년 10월 4일 런던 Christie's의 전후 및 현대 미술 저녁 경매에서 제공. 출처: 크리스티





"기골이 장대하고 근육질이지만 동시에 연약하고 부드러운

음악의 대화라고 할 수 있는 이 소나타는, 브람스의

방대한 음악적 상상력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_1일 1클래식

/

꿉꿉한 날씨에 울려 퍼지는 첼로 소리. 피아노 소리는 아침 새처럼 첼로 주변을 맴돌며 지저귄다. 잠시 찾아온 보라색 감정들, _하루키

Brahms - Cello Sonata No. 1 in E minor, Op. 38 - Allegro non troppo - Part 1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Francis_Bacon_(artist)

[2] Francis-baconFrancis_Bacon_(artist)

[3] WikiartFrancis_Bacon_(artist)

이전 11화 레닌그라드 방문의 회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