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키 Jul 21. 2024

무제 (노랑색, 오렌지색, 노랑색, 밝은 오렌지색)

마크 로스코

'나'는 마크 로스코의 '무제'란 작품이다. 이름은 없지만 '노란색, 주황색, 노란색, 연한 주황색'이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내가 일몰을 연상시키는 황금색 색조를 띠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13㎝ 높이의 그림이라, 웬만한 키 큰 성인도 고개를 뒤로 젖혀 나를 올려다봐야 한다. 가끔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숭고'란 개념과 연결된 것 같다. 단어 뜻은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숭고를 느낀다고들 한다. 그렇단들, 내가 궁전 같은 집보다 더 값어치가 있다는 게 놀랍다. 5년 전엔 미국의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바젤 마이애미비치 아트페어에서 600억 원(5,000만 달러)이라는 가격표를 갖고 전시되었다. 사고 싶어도 나를 소유하기 위해 600억 원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 그래서 나는 주로 세계적인 경매소 무대에 서서 거래된다. 내가 이 바로 전 주인에게 왔던 것도 10년 전 뉴욕 소더비 경매소에서였듯이. _한국일보 23.11.19 (덧, 이 글은 마크 로스코 그림 '무제'가 스스로를 '나'로 칭하며 스스로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Mark Rothko <Untitled(Yellow, Orange, Yellow, Light Orang)>, (1995) 출처: 크리스티



+ 하루키 감상

로스코는 1932년 첫 번째 부인 에디스 사카르와 결혼, 1945년 이혼합니다. 에디스는 로스코의 예술적 성공을 믿었지만 계속되는 부진과 생활고로 그와 이혼을 합니다. 로스코는 곧 메리 앨리스 비슬Mary Alice Beistle을 만나 두 번째 결혼을 합니다.


메리와의 결혼을 기점으로 생활은 점차 안정됩니다. 이전에는 상상만 한 표현하지 못 한 우주의 원초적 에너지, 인간이 말로 표현 못하는 감정들, 신비주의적 색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그리기 시작합니다. 로스코는 마치 자신의 몸에 미증유의 영혼이 들어와 자신을 조종하는 것 같았습니다. 미증유의 대리인, 꼭두각시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1950년대부터 로스코는 큰 인기와 명성을 얻게 됩니다. 행복한 가정과 부와 명예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손에 들어왔습니다. 그에 대한 명성은 점차 높아만 갔습니다. 하지만 ... 그럴수록 로스코는 우울해지고 침잠됩니다. 종국에는 절망을 느낍니다. 자신이 완성한 그림을 보고 있으면 ... 자신이 그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1955년 봄. 막 새벽 4시를 넘어가는 시간. 로스코는 <무제 (별칭, 노랑색, 오렌지색, 노랑색, 밝은 오렌지색)>를 스튜디오에서 완성합니다. 잠시 멍하니 그림을 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그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갑자기 명치 아래로부터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그는 대붓을 부러뜨려 오른팔을 높이 들고 그림을 향해 맹렬히 꽂았습니다. 북, 부-ㄱ 북 북


진정한 로스코는 바닥에 찢어진 그림 조각 위로 누웠습니다. 눈을 감자 자신의 얕은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딘가로부터 에너지가 서서히 흘러들어 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는 다시 붓을 잡았고, 10분도 안 걸려 <무제 (별칭, 노랑색, 오렌지색, 노랑색, 밝은 오렌지색)>를 완성합니다. 로스코는 한없이 우울했습니다. 깊고 캄캄한 동굴에서 길을 잃은 느낌.


완성된 그림에서 눈을 떼 창을 봤습니다. 창밖은 여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



1. (이번 글은 그림이 주인공 '나'가 되어 1인칭 시점으로 썼음을 밝힙니다.)


낮인지 밤인지 모르겠다. 눈 떠보니 눈앞에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었다. 대략 100명에서 200명 사이. 또다시 소리가 들렸다. 탕탕탕 해머 프라이스(경매 망치) 소리. 경매 진행자의 속도감 있는 목소리가 계속 공간을 울렸다.


2. 나는 그들의 눈을 봤다. 그들은 나를 경외와 신성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몇몇의 눈은 욕망이 느껴졌다.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끄럽다. 나는 자연광이 없고,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좋아한다. 특히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 나는 먹지 않아도 되는 축복을 받았다.


3.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나를 2명의 인간이 들것에 실어 창고로 옮기기 시작했다. 바퀴 소리가 마치 행진곡처럼 신나고 힘이 넘쳤다. 곧 새로운 주인과 만날 것이다. 아니 나를 숭배하는 인간과 만나게 될 것이다. 창고는 어두워졌다. (나의 의식이 끊겼다.)


4.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 한 남자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문득 내가 태어나 (처음 의식을 가졌을 때) 처음 본 남자였음이 기억났다. 그는 절망에 빠진 눈동자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도 노려봤다. 그는 시선을 돌렸다. 창을 보는 것 같았다. 깨달았다. 나는 그림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의식이 생긴 그림,


나는 무료한 15년을 보냈다. 창조주의 작업실 한편에서, 다른 그림에게 말을 걸어보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나는 그림이다. 움직일 수도 인간과 대화할 수도 없다. 생각하고, 보고, 들을 수 있을 뿐, 어느 날 나는 창조주의 자살을 봤다. 처음 그와 눈이 마주치던 날, 그 모습 그대로 ㆍㆍㆍ (나는) 이제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

* 화가 -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 – 1970, 러시아)

+ 전기(1903 ~ 1939)


마크 로스코는 1903년 러시아에서 태어납니다. 그의 가족은 1913년 유럽의 반유대주의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갑니다. 로스코는 뉴욕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21년 예일대학교에 입학합니다. 예일대학교에서 미술과 철학을 공부했지만, 1923년 중퇴하고 뉴욕으로 돌아옵니다.


뉴욕으로 돌아온 로스코는 예술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초기에는 리얼리즘과 초현실주의에 관심을 가졌지만, 1929년 멕시코를 여행을 하면서 디에고 리베라와 데이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같은 멕시코 벽화 화가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1930년대 후반, 로스코의 작품은 점차 추상화로 변모합니다. 굵은 선과 면을 사용하여 인간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1940년대에는 그의 작품에 밝은 색채가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 중기(1940 ~ 1954)


로스코는 점차 추상화로의 전환을 완성하고, 자신의 독자적인 화풍을 확립해 갑니다.


주요 특징으로는 밝은 색채를 사용하여 인간의 내면 감정을 표현하였고, 특히 빨강, 노랑, 파랑, 검정 등의 원색을 사용했습니다. 때로는 흰색이나 회색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캔버스 전체에 큰 색면을 넓게 펼쳐 놓아,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색면의 크기와 배열을 통해 다양한 감정들도 표현합니다.


+ 후기(1955 ~ 1970)


후기에는 어두운 색채와 단순한 구성을 사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종교적 경외심을 느끼게 했습니다. 로스코는 작품을 통해 인간 내면의 영혼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종교적 의미를 부여해 표현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한편 우울증과 불안 증세는 점차 심해졌고, 1969년 아내와 이혼을 합니다.


1970년(66세) 2월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자살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다음과 같이 비평합니다.


▶ "감상자의 주관적 해석에 의존하는 예술" 로스코의 작품이 감상자의 주관적 해석에 의존하는 예술이라 비판했습니다. 그들은 로스코의 작품은 보는 이의 마음속에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로스코의 작품은 객관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 "상업주의에 물든 예술"  1950년대 이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며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둡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로스코가 상업주의에 물들어 자신의 작품을 대량 생산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들은 로스코가 자신의 작품을 대중의 소비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말합니다.



* * *


+ 주요 특징


1. 리얼리즘


로스코의 20대 초반부터 1930년대 초반까지 작품은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관심을 가졌고, 주로 풍경, 정물, 인물 등을 소재로 하였습니다. 그는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치밀한 묘사와 정확한 빛의 표현을 추구했습니다.


2. 초현실주의


1930년대 중반부터 1940년대 초반까지 나타납니다. 이 시기 로스코의 작품은 멕시코 벽화 화가들에 큰 영향을 받아 색채와 형태 표현에 매료됩니다. 그의 초현실주의 작품은 주로 꿈과 환상 세계를 표현하였고, 현실의 모습을 거부하고 인간 내면, 무의식을 표현하는 데 주력합니다.


3. 추상표현주의


후기에 나타난 방식으로 로스코는 캔버스 전체에 큰 색면을 넓게 펼쳐,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정을 느끼게 했습니다. 로스코의 색면추상은 추상표현주의의 대표 기법으로 자리 잡습니다. 로스코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 표현에 집중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 그림은 실물 작품을 경험해야 합니다. 2m 이상 크기에서 주는 색의 감정, 몰입감. 일종의 영적 메시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ㅡ 혹은 색 안의 우울과 마주할 수도 ... ㅡ

출처: www.Mark-Rothko.org





"클래식은 대개 죽은 유럽 백인 남성들로 그득한 낡은

박물관으로 묘사된다. 에티오피아 수녀 구에브로우의 음악은

클래식 범위가 얼마나 넓고 생동감 있는지를 보여준다." _1일 1클래식

/

그녀의 솔로 피아노 곡 'The Homeless Wanderer(노숙자 방랑자)'에서 얼매이지 않음과 외로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에티오피아에서 분 바람에 실려온 클래식. ㅡ 어쩌면 재-즈의 향 ㅡ _하루키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Mark_Rothko

[2] WikiArtMark_Rothko

[3] MoMAMark_Rothko

이전 09화 무르나우 미트 키르헤 I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