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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선생님을 소개합니다

by 하루만

아이들이 달려오는 발소리가 복도 끝에서부터 들려온다. 문이 열리자 웃음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학원 안으로 쏟아진다.


"선생님, 오늘 학교에서요, 승민이 가요~"

"아니야, 내가 말할 거야! 선생님, 있잖아요~"


서로 앞다투어 선생님을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나는 그 소리를 한쪽 귀로 흘려들으며 오늘 새로 들어온 책들을 정리해 책꽂이에 꽂았다.


그런데 원장선생님은 아이들 이야기에 빨려들 듯 대화 속으로 들어가 수다에 동참한다.


"뭐? 진짜?"

"그래서 제가 가져왔어요."

"하하하하"


갑자기 폭소를 터뜨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아니, 저게 저렇게 웃긴 일인가?'

나는 의아한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손바닥으로 박수를 치며 깔깔대는 저 사람.

그녀는 나보다 두 살 많은 친언니, 헤브온이다.




아버지는 사랑스러운 딸을 셋 가졌고, 그들에게 모두 음악을 가르치셨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6.25 피난을 내려와 다니셨던 교회에 반주자가 아주 귀했는데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딸들에게 악기를 배우게 한 것이다.


세 자매는 독일에서 함께 공부하다 막내는 그곳에 정착했으며, 언니와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언니가 학원을 차린 지도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예전에는 하루도 빠지지 못하고 수업하러 가야 되는 언니가 안쓰러워 보였는데, 지금은 음악학원 원장인 언니가 부럽기만 하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음악학원 원장으로서의 그가 짊어진 스트레스가 얼마나 클까 싶어 한동안 언니를 따라다녀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박장대소하는 저 모습 그대로 언니는 음악학원이 체질인 사람이었다.


"에이, 설마."

그래도 힘든 일이 없을 리가 있나.

화내거나 울고 싶은 일도 분명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헤브온을 지켜본 이야기를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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