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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가 무거워질 터이니

by 하루만

승민이가 학원바닥을 자신의 바지로 쓸며 슬라이딩을 한다. 이에 질세라 현우도 바닥에 눕다시피 하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이제 막 학원에 들어온 아이들이라 아직 엉덩이가 가볍고 몸이 근질거린다.



"어머, 승민아! 바지 무릎에 구멍 안 났니?"

"현우야, 지금 비보이처럼 춤추는 거야?"



원장선생님의 말에 두 아이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서로 얼굴을 마주 본다.



"여기 친구들 책상에 앉은 거 보이지? 너희들도 앉아보자."



책상에 앉아 문제를 풀던 하람이가 다 큰 어른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승민이와 현우에게 말했다.

"나도 처음에 너희처럼 슬라이딩 많이 했지."



"맞아, 하람이 너는 슬라이딩하다가 진짜 무릎에 구멍도 났었잖아."

원장선생님이 하람이의 말에 맞장구치며 웃었다.



"그 땐 방에서 연습하다가 자꾸 나왔는데, 이제는 연습도 얼마나 잘하는지 진짜 많이 늘었다."

원장선생님은 하람이를 대견하게 바라봤다.



놀고 뛰어야 하는 아이들이 음악학원에 들어와 가만히 앉아있는다는 게 어디 보통일인가. 게다가 이론 공부와 피아노 연습까지 1시간을 버틴다는 건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부모님들은 대부분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으로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 그런 부모님들께 바램이 있다면, 당장 눈에 보이게 실력이 늘지 않더라도 켜켜이 쌓여가는 그 시간을 인내를 가지고 아이를 응원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악기 하나를 배운다는 것은 매일의 익힘을 꾸준히 반복해야 하는 일이다. 하루 연습으로는 손이 따라오지 않고, 며칠 빠지면 금세 감각이 사라진다. 그 꾸준한 반복이 손끝의 기억을 만들고, 그 기억들이 완전체가 될 때 결국 음악이 완성된다.



꼭 잘 쳐야만 음악이 즐거운 건 아니다. 처음 건반을 눌러보면서 뚱땅거리는 소리를 낼 때도 재미는 있다. 하지만 곧 시들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한 곡을 '들어줄 만한 소리'로 완성하는 단계가 되면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그 과정을 반복하게 되고, 곡에 맞춰 손이 돌아갈 때까지 견디는 힘을 갖게 된다.



논어에 이런 구절이 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이 말이 꼭 아이들의 연습과 닮았다. 익힘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기쁨'을 발견한다.

"선생님, 이제 저 이 곡 잘 칠 수 있어요."

그 말이 나올 때면, 선생님은 미소가 절로 나온다.



처음엔 가벼웠던 엉덩이가 점점 무거워지고,

그 무게만큼 아이도 자란다.
익힘이 쌓여 어느 순간 기쁨으로 변할 때,

그제야 음악이 몸 안에 들어와 자신의 소리를 만들어간다.


엉덩이가 무거워질 터이니,

오늘도 아이들의 마음이 한층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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