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희 아이가 박자감각이 전혀 없어요.”
초등 3학년 은중이 어머니께서 상담하러 오셨다.
집에서 직접 리코더를 가르치다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는 아들 때문에 열불이 나셨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언니는 잠시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 학원에 박치가 많아요.”
은중이 어머님의 얼굴이 순간 멈췄다.
박치가 많다는 말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사실 학생들은 박자감이 없는 상태로 온다는 표현이 맞다. 처음엔 피아노의 박자표를 보며 손이 엇갈리기 일쑤다. 왜냐하면 악보 속의 박자를 읽어내는 일은 머리와 몸이 하나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악보를 제대로 읽어내려면 먼저 머리로 박자를 계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음악 속의 박자표, 음표의 이름과 박의 수를 외우고 이해해야 리듬을 쪼개고, 더할 수 있다.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할 내용이 대단하지는 않지만 초등학생들은 충분히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이해한 박자를 손가락으로 표현해 내야 하는 또 다른 숙제가 남아 있다. 바로 협응력이다.
그것은 눈이 오선에 걸린 음표의 위치와 길이를 인식하고, 뇌가 그걸 이해해 손가락이 그에 맞게 움직이는 복합적인 인지-운동 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악기를 연주한다는 건 단순히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두뇌와 감각, 근육이 서로 협력하여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행위다.
"미란아? 여기 '도'로 4번 손가락을 옮겨볼까?"
미란이는 안간힘을 다해 눈으로 악보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런데 어찌 된 게 손가락이 떨어질 생각이 없다.
"지금 '도'가 한 박이야."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겨우 뗀 4번 손가락이 덜덜 떨리고 있다.
이 정도로 손가락의 움직임이 어려운 학생들도 있다. 박자는 머리로 이해했지만, 협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협응력이 떨어지는 친구들이라도 매주 반복하며 배우고 연습하다 보면 떠듬떠듬 떨어지는 손의 리듬을 몸이 차츰 기억하기 시작한다.
박자감각은 그렇게 ‘쌓이는’ 것이다. 협응력의 감각이 좀 더 좋고 빠른 학생이 있을 뿐이지, 결국은 경험의 총합, 그리고 반복 속에서 만들어지는 리듬의 근육이다.
음악학원에 온 아이들은 오늘도 자신의 열 손가락과 싸우고 있다. 머리로는 이해했으나 박자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손을 붙들고서! 그러니 박치라고 포기 말고 온몸으로 음악을 표현하는 힘을 함께 길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