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을 수 있을까?
미라클 모닝을 흉내내기 시작한 지도 1년이 다되어 간다. 몸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느낌이다. 그렇다고 개운하게 아침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새벽 다섯 시가 넘어가면 신기하게도 눈이 떠지고 핸드폰을 켜고 시간을 확인한다. 이 고민을 매일매일 한다는 게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거의 매일 이불속에서 오늘은 운동을 가지 말까 하루 쉴까 하는 생각을 몇 분 남짓한 시간 동안 수 십 번 반복한다. 그럴 때면 운동을 하지 않고 계속 잠을 청했을 때의 기분을 생각해 본다. 잠을 더 잔다고 더 상쾌하게 일어나지는 못한다. 6시에도 7시에도 심지어 8시에 일어나도 “아~ 상쾌해~~” 하며 일어날 일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이불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몇 시에 일어나든 매한가지인 것이다. 그나마 지금 일어난다면 운동 후 얻을 수 있는 개운함과 작은 성취감이 그나마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생각을 1년째 이불속에서 반복하며 지내왔다.
왜 이럴까? 지금 쯤이면 정말 미라클 모닝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질문이 고개를 들었다. 하루일과를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해 보았다. 문제는 여전히 밤을 사랑하니 일찍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금방 잠이 드는 스타일이 아니라 상당한 시간을 어두운 침대 속에서 소비하며 지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커피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엔 커피를 밤에도 몇 잔씩 들이켰지만, 요새는 늦은 시간 커피를 마신 날이면 잠이 잘 오지 않아 늦게 잠이 들게 되고, 늦게 잠이 드니 다음날 기상 압박 때문에 깊은 숙면에 들지 못하고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 이상 내 몸은 카페인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무인도에 가져갈 몇 가지를 선택하라면 나는 아마도 라이터나 쌀 같은 생존물품은 버려두고 진한 커피 한잔 마시고 무인도에서 죽음을 기다릴 것이다. 진하고 무거운 느낌의 에스프레소를 가장 좋아했고, 따뜻한 우유를 거품 없이 넣어 덜 뜨겁게 만든 라테를 좋아했다. 아침 출근길에 커피 한잔 테이크 아웃해서 내 자리에 앉아 한 모금 마실 때의 평안은 그 누구도 뺏어갈 수 없는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시즌마다 커피가게에서 발행하는 쿠폰을 받아 모아 선물을 받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죽을 때까지 끊지 못할 것이 있다면 아마도 커피일 텐데, 이제는 커피를 끊어야 하나?라는 질문이 계속 내 머리를 맴돌았다.
이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은 흡연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끊어야 하나? 어떻게 끊지? 끊고 싶지 않다…. 머릿속은 복잡 해졌다. 답은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든 피하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처럼 나는 계속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다.
결국 커피를 끊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고, 우선 조금 줄여보는 것으로 삶의 변화가 있는지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가끔은 때를 놓쳐 커피를 못 마시는 날도 있으니 오늘 하루 한번 놓쳐보는 것으로 심리적 부담을 줄여 시작해 보기로 했다. 근데 나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