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_ 중독에서 벗어나기
새벽 5시 반 기상해서 운동을 다녀오고 아이들 등원시키고, 나도 출근해서 일하고 5시 퇴근, 아이들과 저녁 먹고 설거지를 마치면 사실 하루는 끝이 난다. 잠깐 한 시간 정도 아이들과 놀며 책을 읽다 잠자리에 들면 긴 듯 짧은 듯 하루는 그렇게 끝이 난다. 잠자리에서 아이들을 재우고 나도 눈을 붙일까 하면 몸은 피곤한데 왠지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했다.
매일은 아니었지만 하루 걸러 커피를 끊어 보았다. 커피의 힘은 대단했다. 커피를 마시지 않은 날은 피곤한 만큼 금방 잠에 들었다. 그동안은 아쉬운 마음에 잠을 못 자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카페인 때문에 억지로 깨어 있었던 것이다. 몸이 피곤하고 방해요소가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숙면을 취하게 되었다. 몇 시간 자지 않아도 새벽에 일어날 때 물리적으로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 어떻게 이러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나의 커피 사랑은 드라마틱한 신체변화에도 불구하고 쉽게 꺾이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해서 루틴이 빠지니 뭔가 허전하고 오히려 오후 세네 시쯤 될 때에는 지독한 피곤함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 시간에 커피를 마시자니 너무 늦어서 밤잠 못 잘까 걱정되고, 안 마시자니 일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금단현상의 시작이었다.
아침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마셔? 말어? 계속되는 고민 끝에 몇 가지 원칙(커피를 끊기 위한 전략)을 세워보았다.
첫째. 커피를 매일 마시지 않는다.
둘째. 투샷에서 원샷 커피로 바꾼다.
셋째. 아침 루틴을 대신할 부담 없는 음료를 찾는다.
늘 커피를 하루에 한 잔 혹은 두 잔씩 마셨는데 커피 마시지 않는 날을 정해 보았다. 적어도 새벽운동이 있는 전 날에는 마시지 않기로 했다. 요새는 월수금 새벽운동을 나가기에 화목일은 마시지 않고, 월수금토는 마실 수 있다.
요새 커피는 보통 투샷이다. 그래서 두 잔이라도 마시게 되면 에스프레소 4샷을 마시게 된다. 그래서 원샷 커피가 가능한 곳에서 원샷으로 카페인 함량을 줄여 보기로 했다. 물론 물이나 우유도 더 적게 넣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근데 이 마저도 나중엔 부담스러워져서 1/2 디카페인으로 바꾸게 되었다. 1/2 디카페인을 마시면서 (사실 맛이 별로 없다) 이렇게까지 마셔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이놈에 커피 중독을 도대체 한 번에 잘라 내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카페인을 잘라내는 게 아니라 커피 자체가 내 인생의 한 부분이었기에 무 자르듯 잘라내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내겐 무리였다.
마지막으로 아침에 커피 대신 허전함을 채워줄 새로운 루틴 음료를 찾기로 했다. 간단하며 자극이 없고 오래 마셔도 부담이 없는 음료를 고민했다. 이런저런 음료에 기웃거려 보았다. 녹차를 새벽에 마셔보았으나 왠지 더 강력한 카페인에 중독되는 것 같아 손절했다. 최근에는 레몬차에 꽤 빠져 있다. 깨끗이 씻은 레몬을 슬라이스 해서 뜨거운 물에 부으면 그만이다. 설탕이나 시럽이 없어서 맛이 좀 밍밍하긴 하지만 개운한 맛이 질리지 않아 오래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제 커피 줄이기에 도전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커피를 완전히 끊을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아직 커피와 완전한 이별을 할 준비는 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삶에 새로움과 활력을 더하기 위해 오랜 친구와 이별을 감수하기로 했다. 내 곁의 꼬맹이들과 언젠가 아침엔 모닝커피를 마시고 저녁엔 와인을 한잔 같이하는 게 나의 작은 로망이었는데, 아쉽지만 로망은 다른 것으로 채워야 할 것 같다. 더 건강한 삶을 사는 부모가 되기 위해 갈 길이 멀다. 언젠가는 이별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