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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은 말을 배우는 법

by 하루살이

7살은 유아기와는 다른 느낌으로 단어가 폭발적으로 느는 시기이다. 아이는 여러 가지 단어와 표현을 묻고 금방 배우고 써먹고 또 금세 잊어버리곤 한다. 생각지도 못한 단어들이 조그만 입에서 툭툭 튀어나온다. 그 뜻이나 쓰임을 알기는 하는 걸까 생각해 보다 나도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근데 최근에 아들의 입에서 ‘아이씨, 우이씨’ 이런 말이 심심찮게 나오기 시작했다.


우이씨… 이렇게 됐네….

아이씨… 이게 부러졌잖아 ….


금방 지나가겠지 생각하다 영 신경이 쓰여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분명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에서 배워온 것이리라 확신했다.


엄마 : 아이씨 우이씨 이런 말 누구한테 들은 거야?

아들 : 몰라…

엄마 : 친구들이 이런 말 쓰는 거야?

아들 : 잘 모르겠어. 그냥 쓰는 거야

엄마 : 아이씨 우이씨가 엄마는 듣기 불편한데, 씨는 빼고 그냥 아이 우와 이렇게 표현해 줄래?

아들 : 알았어 노력해 볼게

아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금방 노력해 보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며칠이 지난 후 주말 아침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차를 끌고 가는데, 깜빡이 없이 옆차선에서 차가 훅 들어온다. 이런…. 짜증이 묻어나는 혼잣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아들 : 엄마는 왜 이런 씨 했어?

엄마 : 응? 엄마가 방금 뭐라고 했는데?

아들 : 이런 씨!

엄마 : 엄마가 정말 그랬어?


얼굴이 화끈거리고 민망하기 그지없다. 1분 전에 내가 뱉은 말이지만 내가 진짜 ‘씨’를 붙였나?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점심을 사가려고 들른 가게가 문을 닫은 걸 보고 나는 또 ‘아이씨’를 찾았다. 물론 나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아이는 듣고 있었다. 아이가 놀다 바닥에 흘린 물을 밟고 양말이 젖었을 때 나는 또 ‘아이씨’를 찾았다. 이번에도 나는 내 입에서 이 말이 나가는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아들 입에 ‘아이씨’를 넣어준 건 다름 아닌 바로 나였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달고 살고 있었다. 애꿎은 어린이집 친구들을 잠재적 용의자로 만들 뻔했다. 아이에게 좋은 말만 넣어주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건만, 당장 내 입이 문제였다니.


아이와 함께 오늘 엄마가 ‘아이씨’를 몇 번 썼는지 세어보았다. 아이는 손가락을 몇 번 꼽아보더니 5번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사실 아이는 나와 약속을 한 후 그런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한두 번 주의를 준 게 전부였다.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은 약속을 지켰는데 엄마는 오히려 그 말을 사용하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왜 엄마는 그 말을 쓰느냐고 내게 반문한 것이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을 새삼 되새겨 본다. 아이를 키우며 상당히 자주 나의 부족함을 확인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나는 진짜 어른일까? 언제쯤 나는 진짜 어른이 될까? 잠시 심각해지지만 아이 키우며 이런 고민은 한두 번이 아닌지라, 금세 방향을 틀어 나란 사람 부족하지만 고쳐 쓸 수 있겠지? 스스로 경쾌한 위로를 아끼지 않으며 아이와 함께 좋은 말 쓰기에 다시 도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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