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아)사나
취미로 요가를 하고 있다. 플라잉요가나 기구필라테스보다 땅에서 하는 전통요가를 더 선호한다. 매트만큼의 공간에서 오로지 내 몸만 가지고 하는 운동은 생각보다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다. 매 수업시간마다 한계다. 기를 쓰고 중심을 잡고 몸을 비틀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맨 마지막 동작으로는 항상 '사바사나'를 한다. 조도를 낮추고 잔잔한 음악으로 바꾼다. 그리고 눕는다. 그게 사바사나다.
다리를 골반 넓이로 벌리고 양손은 몸통에서 떨어트려 손 바닥이 위를 향하도록 놓는다. 엉덩이를 들썩거려 등과 바닥이 가까워지게 만들고 턱을 가슴 쪽으로 당긴다. 그리고 모든 긴장을 푼다.
단순히 누워있는 것 같은 이 쉬운 동작은 사실 가장 불편한 자세다. 요가 선생님은 사바사나를 도전적인 자세라고 한다. 바닥 위에 맨 몸을 온전히 하늘로 향하게 눕는 이 자세를 할 때 왜 조명을 어둡게 해주는지 알 것 같다. 가장 취약하고 또 적나라한 자세다.
어제 간 요가 수업에서의 사바사나는 유독 힘들었다. 회사에서 고된 하루를 보냈다. 이별 후 마음 정리가 완벽히 되지 않아 간혹, 불쑥 그가 생각났다. 지출이 많아 이번 달은 긴축재정에 들어가야 한다.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아버지가 걱정됐다. 그런 혼란스럽고 팍팍한 현실이 사바사나를 하며 물밀듯이 밀려왔다.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게 사바사나의 가장 힘든 점이다.
수업이 끝난 후 요가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주셨다. 비운 자리엔 새로운 것이 채워진다는 것. 지금 이 고민이 비워지면 새로운 고민이 금방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지금 이 고민들은 언젠가 비워질 것이라는 것 또는 비워져 허전한 자리에 어쩌면 더 값진 게 채워질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사람이 가면 한 시절이 간다고들 말한다. 나는 대신 한 시절만큼 비워졌기에 더 나은 시절이 채워질 수 있다고 믿기로 했다.
오늘도 고된 하루 끝에 숨을 툭 떨어트리고 사바사나를 한다. 묵은 기운이 비워진 자리에 조금은 더 나은 기운이 밀려 들어오기를, 나마스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