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왜 또 독일인가 - 프롤로그 1

by 하성식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 - 기본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라!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어젠다가 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일자리가 많이 생겼는가? 굳이 구체적인 수치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럼 뭔가 잘못되었을 공산이 크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수많은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했고, 피드백을 통해 부족했던 정책에 대해 보완에 보완을 거듭한들 달라진게 없었다면, 이제 일자리 창출 정책이라는 시스템이 기반하고 있는 기본전제에 의문을 품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의 노력이 불발에 그치고 만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제 우리는 우리가 해 왔던 수많은 헛발질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어떤 “기본전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기본전제를 규정하는 변수들을 변화시켜 보아야 한다. 크리스 아지리스가 그의 학습이론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단일피드백 고리(single feedback loop)에서 벗어나 이중피드백 고리의 순환을 타고 우리가 헤아리지 못한 어떤 전제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고, 새로운 전제에 근거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에 이를 적용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기본전제란, 가령 이런 것들이다. “경쟁만이 효율적인 제도를 유지시킨다”, “모든 인간(종업원)은 이기적이다. 자발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없다”, “이타심, 공정심, 책임성, 공감, 자발성, 이런 것들은 인간의 본성에 없다”, “이윤만이 기업활동의 목적이다”, “경쟁만이 효율을 보장한다”, “관리감독을 통해 종업원을 철저하게 통제해야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임금을 지불했으니 기업의 책임은 다 한 것이다”, “삶의 의미는 내가 직장 밖에서 알아서 찾아야 한다”, “시장은 전지전능하므로, 개입을 줄여야 한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완벽한 한가지 해결책이다”, “성과급은 개인의 노력을 제대로 반영해주는 좋은 임금체계이다”,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되지 않는다”, “회사의 이익과 노동조합의 이익은 서로 trade-off 관계이므로, 협상의 결과는 항상 제로섬이 될 수 밖에 없다”, “중앙통제체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등.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런 기본전제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고의 전환으로부터 새로운 노사관계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윤기(직선과 곡선 - 숨은 그림찾기 1)의 표현대로, “잃어버린 물건이 내가 이미 뒷짐질해 본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당황스럽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때론 참담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다 시도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쳐버린 낭패감 말이다.


그렇다면 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영국의 캠브리지에서 열렸던 다윈 페스티벌(2009년)의 캐치프레이즈(‘See things differently’)처럼 지금까지와는 달리 보고, 뒤집어 보는 것은 근본적이고도 유용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에서는 매우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된다는 것이 이미 판명되었다면, 이제는 인간에 대한 고찰, 인간으로 구성된 조직과 사회의 작동원리에 대한 인식의 전환, 기업과 노조의 존재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 좋은 삶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확대, 경쟁과 협력에 관한 사회생물학적 지식 등을 포함하여 이 기본전제에 대한 시각을 폭넓게 확장함으로써, 우리의 당면 문제와 상황을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폴 크루그먼은, 독일의 일자리 나누기를 언급했던 뉴욕타임스 칼럼의 마지막 문장을 다음과 같이 맺었다. So it’s time to try something different(이제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봐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노사관계에 있어서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독일의 제도에 대해 심도있는 분석이 필요하고, 당연히 그 출발점은 이 책이 내용으로 하고 있는 독일 노사관계 관련 제도의 ‘있는 그대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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