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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상 Aug 27. 2023

널 사랑해

어반자카파 - '널 사랑하지 않아'

 사랑해.

   결혼 7년 차인 우리 부부에게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아마 다른 부부들보다 조금 더 특별할 것 같다. 우리는 하루에 10번 넘게 서로 '사랑해'라고 말한다. 일어나자마자, 세수하고 나올 때, 밥이 잘 되었을 때, 우리 딸이 일어났을 때, 신발장에서 일하러 갈 때 등등 다시 말해 눈을 마주칠 때마다 식상할 만큼 '사랑'을 노래하는 부부다.(요즘은 좀 덜 했다. 반성하고 내일부터 더 해야지.) 물론 처음부터 우리 관계가 잉꼬처럼 좋기만 한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결혼 3년 차쯤엔 정말 진지하게 이혼을 하려고 했었다.  

   그 이유는 내가 결혼 후 4개월 간의 신혼+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생겨났다. 그 여행을 통해 나는 결혼 전의 아내에게서 보지 못했던 아내의 새로운, 그러나 반갑지 못한 모습들을 보게 되어서이다. 맑고 환한 미소만을 갖고 있던 것만 그녀의  내면의 우울, 슬픔, 걱정 등을 보면서, 사실은 나 자신이 되고 싶었던 모습을 아내를 통해 실현시켜보려 했던 이 불쌍한 인간이 취한 행동은, 이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밖에 생각나지가 않았다. 다시 말해 당시 나는 그때 그 순간의 아내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들 또한 ‘단수가 아닌 아내’의 여러 모습이었을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어쨌든 당시 나는 겉모습 90+속모습 10 정도로 사람을 판단하는 편협한 외골수였고, 심지어 나에겐 1살 된 딸이 있었음에도 이혼을 결심하고 있었다. 당시 내 마음은 사실상 일방적으로 이혼을 마무리해 버린 상태였는데, 마지막으로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차원에서(왜냐하면 나는 이전에 너무 많은 후회를 하고 살았었기 때문이다) 부부상담치료를 받는 곳을 찾아갔다. 아내는 부부상담의 필요성에 온전히 동의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가자고 하니 따라오게 되었다.


   부부상담은 일반적인 상담과는 조금 다르게, 두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보단 우리가 결혼생활을 잘해 나갈 수 있는 팁을 알려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상담의 후반부까지도 이 시간과 방법론들이 과연 우리 부부 관계에서 무엇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을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러면서 시간은 흘러 마지막 상담이 되었다. 그리고 바야흐로 상담 선생님의 마지막 이야기가 끝났지만, 나는 아직도 이 사람과 헤어지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다. 그래서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상담사님, 부부 상담이 다 끝났는데도 왜 저는 계속 이 사람하고 헤어지고 싶어 할까요?”


    라고 묻자, 상담사 선생님이 그 질문을 그대로 돌려줬다.


 “하상 씨는 왜 헤어지고 싶은데 헤어지지 못하고 계신가요?”


   헤어지고 싶은 이유는 수도 없이 찾아보고 되뇌어본 나였지만,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한 개도 찾아보지 않았던 나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당황했다. 그리고 약 1분 정도의, 상담 안에서는 꽤 긴 시간을 보낸 나는 이렇게 답변을 했다.


 “제가 이 사람을 사랑하니까요.”


   그랬다.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다른 이유는 없었다. 이 사람의 싫은 모습, 변했으면 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그런 아쉬운 모습이 있음에도 나는 이 사람을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사랑하고 있었다. 그게 진짜 내 마음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진실에 마주한 나는 생각 외로 오히려 침착해졌다. 그렇구나. 미워하고, 아쉬워하지 말고, 내가 먼저 더 사랑하라는 말이구나.  그리고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는, 부부 상담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변화를 시작했다. 전쟁터처럼 피폐해진 우리 마음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재건을 일으킬 마법의 문장은 딱 하나였다. "사랑해." 나는 아내에게 하루에 이 말을 눈이 마주칠 때마다 하자고 제안했다.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사랑해라는 말도 한쪽에서만 한다면 허공을 떠돌다 사라지게 된다. 또한, 이 '사랑해'라는 한 마디는 사실 대부분의 부부들이 그렇듯이, 분명 한국말이고 여러 매채를 통해 접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말하려고 하면 그 발음이 상당히 낯선 단어였다. 분명 둘이 사랑해서 결혼했음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쑥스럽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나는 변화를 위해 어색함이고 뭐고 이를 악물고 '사랑해'를 외쳤지만, 이 '사랑해.'는 각자의 사정에 맞춤식으로 연습이 필요하다. 어떤 연습도 괜찮다. 말로 하기 어렵다면 글로 시작해도 괜찮다. 포스트잇으로, 카톡으로, 전화로, 본인이 편하고 가장 하기 쉬운 방법으로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사랑해'가 가고, '사랑해'가 오며, '또 사랑해'가 오고, '나도 또 사랑해'가 가야지 사랑의 하모니는 따뜻한 멜로디를 연주해 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우리 마음에는 진정한 사랑의 싹이 피어오르는 것을, 이런 부족한 글솜씨가 아닌, 서로의 가슴속에서 따뜻하게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사실 서로 꽤 닮은 점이 많은 우리 두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아직 또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 우리는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서로의 처음 보는 다른 모습을 보았을 때 기다림과 이해를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연인들이여, 부부들이여. 우리가 서로를 사랑한다면, 바로 지금 당장 당신의 사랑에게 '사랑을 행동하자.' 이 사랑의 말은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 샘이고, 마시면 마실수록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신이 우리에게 남겨둔 샘물'과도 같은 것이니까 말이다.




Epilogue - 대부분 이별의 슬픔은 함께하는 기쁨보다 크게 느껴지기에, 우리에겐 슬픔보단 기쁨의 노래가 적은 편이다. 그래도,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의 멜로디가 정말 좋기에 ‘널 정말 많이 사랑해’로 개사해 보았다. 이런 가사로 어반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를 부르는 누군가 있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이나마 따뜻하고 찬란하게 느껴질까?


<널 정말 많이 사랑해>

무슨 말을 할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개 들고 널 보니

그런 날 바라보는 너

그 행복한 침묵


널 정말 많이 사랑해

너도 알고 있겠지만

웃음 지어 보이는 너의 모습에

내 마음 행복해


널 정말 많이 사랑해

다른 이유는 없어

미안하다는 말도

용서해 달란 말도

할 필요가 없지 싶지


그냥 그게 전부야

이게 내 진심인 거야

널 정말 많이 사랑해

널 정말 많이 사랑해


널 정말 많이 사랑해

너도 알고 있겠지만

눈물 흘리는 너의 모습에도 내 마음

아프지가 않아


널 정말 많이 사랑해

다른 이유는 없어

미안하다는 말도

용서해 달란 말도 하지 않을 거야


그냥 그게 전부야

이게 내 진심인 거야

널 정말 많이 사랑해

널 정말 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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