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개그맨 박명수 씨가 했던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
많이들 알고 있는 것처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라는 말을 재치 있게 바꾼 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라도 하지 않으면 더 늦게 되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때 시작하기보다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이라는 생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지난 시간을 후회한다. 나도 그렇다.
예전에는 시도하지 않는 사람들을 두고 '왜 늦었다면서 지금이라도 하지 않는 것인가?' 혹은 '다른 사람이 했다면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왜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나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반성하게 됐다.
특히 인생을 살면서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임에도 누군가는 그 일을 내가 생각한 수준 이상으로 훨씬 잘 해내는 것을 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나도'라며 그런 불편한 마음을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내게는 기회가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면한다고 해결되지도 않고, 뭐든 결정이 나야 할 상황이란 느낌이 온 것 같다.
외면해 왔던 그 복잡함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애초에 내겐 무리였던 게 아닐까'
'저 사람처럼 나도 할 수 있진 않을까'
꽤나 오랜 시간 고민하고 애써 외면했던 것 같은데 결국 위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는 게 참 허탈했다. 그리고 조금은 우울했다. 과거엔 조금 더 후자에 가까운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애초에 무리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획하고 있는 걸 조금은 내려놓으려고 하니 이상하게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더 특별해야 할 것도 아니고, 세상이 나의 편의만 봐줘야 할 이유도 없는데 나는 혜택을 받길 바라는 것 같아 보였다. 사실 나는 그만하는 게 아니라, 그게 무리였든 아니든 결론을 내지 못할 정도로 행동했다는 게 사실이다. 잘 해내고 싶다고 그렇게 떠들었으면서, 실제로 돌아보니 나는 그저 평범한 수준의 행동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내려놓을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왜 너의 편의만 봐줘야 하는 건데?'라는 질문을 하는 게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