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것 같아도 끝까지 해야 하는 이유
대학교를 졸업한 후 열정적으로 공부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업무 때문에 관련 공부를 했던 일이 있어도 그건 잠시였다. 자발적으로 일과 관련되지 않은 분야를 공부한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상당히 여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내키지도 않았고 시작해도 끝까지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설사 끝까지 해보더라도 결과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최근엔 현실에 밀려 사실상 강제로 끝까지 열심히 했던 적이 있다. 일하는 시간과 별개로 따로 공부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곤욕이었다. 억지로 해야 했고 능률도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나의 실력은 쌓이지 않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도 가족들에게 해내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끝까지 하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집중이 안 되더라도 그냥 앉아서 조금이라도 보자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시간을 늘려나갔다. 그러자 재미도 붙었고 뭔가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공부한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게 정말 많았다. 가장 크게 얻은 건 '그래 나도 할 수 있었지'라는 느낌을 다시 얻었다는 것이다.
예전엔 몰랐는데 나도 어느 순간부터 현실에 치이다 보니 나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매우 낮아졌고 다음 날이 별로 기대되지 않았다. 오늘도 사무실에서 해야 할 일을 할 뿐 몇 년 후의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일로 '나도 할 수 있었지'라는 느낌을 받고 나니, 이전과 다르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어떤 사람에게는 과거 무엇인가를 해냈던 경험이 여생 동안 그 사람의 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더욱이 이런 사실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 어떤 기대감도 없이 살아가고 있고, 할 수 있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음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남은 시간과 여건을 생각해 볼 때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던 일이었지만,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보니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내일이 기대가 되지 않고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이 들지 않은지 오래되었다면 무언가 조금 어려운 일에 도전하며 억지로라도 끝까지 가보는 걸 권해본다. 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는다면, 분명히 디데이가 지난 후 자신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질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