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당할 각오를 곁들인 글쓰기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가끔 생각해보곤 한다. 아이디어인가, 필력인가, 아니면 쓰는 플랫폼인가. 많은 질문을 해보지만,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냥 쓰는 것이라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잘 쓴 글과 그렇지 못한 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있지만, 보편적으로 잘 읽히고 주장하는 바가 논리적으로 명확한 글이면 잘 쓴 글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런 잘 쓴 글의 기준을 자꾸 대입하려고 하면 글쓰기를 지속하기 어렵다. 특히 글로 먹고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실함도 부족할 것이기에 글쓰기를 지속하고 싶은 작은 열정마저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단 그냥 쓰는 것이라 믿는다.
'그냥 쓴다고 해서 글쓰기 실력이 늘까요?'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 정도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그냥 글을 쓸 사람은 아닐 것이다. 자신만의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높은 기준을 갖고 글쓰기를 시도하는 게 좋다. 내가 말하는 그냥 쓰기가 중요하다는 건, 글쓰기가 절실하지 않지만 취미 정도로 생각하며 계속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적합한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라면 최소한의 기준만 정해두고 계속 쓴다면 충분히 늘 수 있다. 그리고 쓰다 보면 그 최소한의 기준도 점차 높아질 것이다. 분량이든, 내용이든, 주제든 말이다.
'그냥'이라는 말이 붙어 있기에 쉬울 것 같고 일단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는 '그냥' 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무시당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심하게 쓰는 글인 만큼 누군가도 무심하게 그 글을 무시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는 솔직히 '그냥' 쓰기를 하면서도 쓸 때 고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재미가 없다. 읽는 사람도, 쓰는 나도 말이다. 이유는 글을 쓰면서 날 것의 느낌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런 점은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이런 건 나중에 나의 흠이 되겠다' 등과 같은 여러 조심으로 글을 깎아버리는 것이다. 사실 이런 조심성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내게 있어선 그렇게까지 엄격할 필요는 없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조심하는 건,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듯, 모두를 만족시키는 글도 없다. 그게 '자유'다. 그저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할까 봐 우려하는 것이나, 자신이 쓰는 행위가 수입과 연관이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더 이상 뭔가를 쓸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면 안타깝지만 글쓰기에 대한 의지가 딱 거기까지란 의미일 것이다.
그러니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다면 그냥 쓰자. 무시당할 수 있다는 각오를 곁들여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