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나는 마음이 그리 넓은 편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여기서 말하는 마음의 넓이는, 걱정이나 불안 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나는 좋은 일이 10가지가 있더라도 걱정이 되는 일 1가지가 있으면 그 하나 때문에 좋은 일 10개를 누리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노력을 해봤다. 가장 먼저 해본 건 '괜찮은 척'하기였다. 일단 성공한 사람들처럼 그런 걱정은 별 거 아니라는 생각으로 괜찮은 척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잘 맞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는데, 사람들과 있을 때는 괜찮은 척이 유지되었으나 혼자 있으니 불안을 이기지 못했다.
다음으로 해본 방법은 불안할 때마다 강연이나 책을 찾아 그 불안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를 많이 보게 됐는데 이 방법은 효과가 있었지만 불안을 느낄 때마다 책을 찾아야 하고 때론 읽더라도 해소가 되지 않는 시간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런 비효율을 초기엔 감당할 수 있었지만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마음이 바빠지니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사람들마다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듯, 불안에 대한 예민함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내게 불안을 느끼게 하는 요소를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잘 안 됐기에 이리저리 방법을 찾았다. 그러다 최근엔 불안한 채로 스트레스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집중도 안 됐고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이 커졌다. 그러다 결국 급성위염으로 병원까지 가게 됐다. 당연히 원인은 불안과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었다.
나는 병원까지 다녀오며 너무 힘들어서 뭘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불안이 빨리 해소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그냥 지나가면 지나가는 대로 불안을 느끼는 편이라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그래서 그냥 내려놓자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그때 조금 이를 대응할 방법을 알게 됐다.
떠오른 건 아니고 그냥 뭘 하기가 힘들어서 TV를 보다가 그곳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은 것이다. 각자 그 일을 할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수하거나 실력이 모자라다고 생각하며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자격이 있음을 일깨우는 장면이었다.
나는 그때 2가지를 생각해 보게 됐다.
하나는, 내가 불안함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살피지 않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 불안함의 이유가 나는 대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조금 스스로에게 안타까웠던 것은 그렇게 불안하고 스트레스받아했으면서도 정확히 원인을 살펴보지 않으려 한 점이었다. 그저 나는 그 원인이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없으니 피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내가 그렇게까지 한심하게 살았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볼 순 없었나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결국 완벽한 해결책을 찾은 건 아니었지만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아예 없을 순 없으므로 이때마다 최소한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보는 게 좋다는 답을 얻었다.
이렇게 해보니 원인을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도 최악에는 어떤 결과 정도가 되겠다는 예상이 가능하기 때문인지 마음이 조금은 더 가벼워질 수 있었다. 누군가 불안이나 스트레스로 병원까지 가 본 사람이라면 내가 했던 방법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겠다.